[기자들의 팩자타] 크라운해태의 '꼼수'?…"회장님도 알고 계십니까"
[기자들의 팩자타] 크라운해태의 '꼼수'?…"회장님도 알고 계십니까"
  • 전지현
  • 승인 2018.04.30 1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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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현장에는 언제나 다양한 의견이 존재합니다.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하나의 팩트(사실)을 두고도 엇갈린 해석이 나옵니다. 독자들도 마찬가집니다. 독자들의 다양한 의견은 비즈트리뷴 편집국에도 매일매일 쏟아집니다. 그래서 비즈트리뷴 시니어 기자들이 곰곰히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기자들의 팩자타(팩트 자각 타임)'은 뉴스 속의 이해당사자 입장, 그들의 바라보는 다른 시각, 뉴스 속에서 고민해봐야 할 시사점 등을 전하는 코너입니다.<편집자 주>
 
[비즈트리뷴=전지현 기자] "윤영달 회장님도 알고 계십니까." 최근 크라운해태 주변에서 자주 듣는 말입니다. 
 
한진가(家)의 '물컵 갑질'로 불거진 사회적 공분이 거세지면서 대한항공 직원들의 투서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른바 '을의 반란'이라고 하죠. 
 
크라운해태 내부에도 이런 을의 목소리가 나오는 모양입니다. '회장님도 알고 계십니까'. 이 질문에는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요. 
 
사연은 이렇습니다. 최근 윤영달 회장이 후원하는 국악 공연에 직원들이 동원됐던 것이 들통난데 더해, 남북 정상회담이란 국가적 이슈 속에서 인기제품의 가격 인상을 발표하는 이슈가 있었습니다. 인터넷 댓글부대들은 이를 두고 '눈꼴 사나운 이슈'라고 합니다.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도 '대외 전략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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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달 크라운해태 회장. <사진=크라운해태>

좀더 구체적으로 들여다 볼까요.

 

해태제과는 지난 27일 5개 제품에 한해 최대 27% 가격 인상을 실시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날이었습니다.

 

서민경제에 큰 영향을 주는 과자 등 군것질거리의 가격 인상을 남북 정상회담 이슈에 묻혀 가려고 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게다가 이번 가격 인상은 어린이날을 코앞에 둔 시점에 이루어졌습니다. 이런 긴급한 발표를 두고 이 회사 주변에서는 '꼼수 인상'이란 말이 등장했고, 소비자들의 비난도 서서히 높아지는 상황입니다.

 

크라운해태의 이런 가격 인상 발표는 사실 식품업계에서는 잘 알려진 패턴입니다. 잠시, 식품업계 '가격인상 공식'을 4개만 짚어 볼까요.

 

첫번째는 '금요일 인상 발표'입니다. 통상 식품업체들의 가격인상 소식은 금요일에 들려옵니다. 주말을 이용해 가격 인상 뉴스가 희석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인데요. 주식시장에서 실적이 나쁜 기업들이 장마감 이후 밤늦은 시간에 슬쩍 실적 공시를 하는 걸 '올빼미 공시'라고 하는데 이와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가격변동 추이.jpg

두번째는 '인상 이유'입니다. 제과업체들은 가격 인상 배경으로 매번 인건비, 원재료 가격 상승, 품질 개선 등 '원가 압박이 커져 불가피 했다'란 이유를 내놓곤 합니다.
 
이는 10년전에도, 5년 전에도 지난주에도 접한 업계 공통적인 '단골 메뉴'기도 하죠. 하지만 원재료 가격은 상승할때만 가격 인상 배경에 등장할 뿐, 가격 인하 배경은 되지 않습니다.
 
식품업계는 지난 2008년 봄, 세계 곡물시장 파동에 잇따라 최대 16.6%까지 가격을 인상하거나 중량을 줄인 바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후엔 몇몇 비인기 제품만 가격 인하를 진행해 '눈가리고 아웅'한다는 비난을 받았죠.
 
세번째는 '이슈 물타기' 입니다. 업계 1위 업체가 먼저 선전포를 날리면 경쟁사들도 줄줄이 뒤따르는 눈치인상을 '도미노 인상'이라고 말합니다. 여기에 사회적 파장이 큰 이슈가 발생했을때 '긴급 인상' 소식을 알리는 것도 '이슈 물타기 전략'에 속합니다. 
 

해태제과 원재료 가격 추이.jpg

첫번째 공식과 같은 원리로 소비자들이 다른 곳에 집중된 사이 가격을 올리면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죠.
 
지난 2011년 4월 재보선과 어린이날을 앞두고, 지난 2016년 말 '최순실 게이트'로 불안한 정국 속에, 매년 연말연시만 되면 가격 인상 소식이 알리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 입니다.
 
네번째는 '인기상품일수록 큰 인상폭'입니다. 인기 상품 인상률은 높이고 비인기상품은 가격인상을 하지 않거나 인상폭을 줄여 평균 인상률을 낮추곤 합니다.
 
자, 이제 군사작전을 방불케할 이번 해태제과 가격 인상 전략을 살펴보겠습니다. 일단, 첫번째(금요일), 세번째(정상회담), 네번째 공식(맛동산, 오예스 인상)은 어김없이 이번에도 잘 활용(?) 됐습니다. 
 
그럼 객관적으로 살펴 볼수 있는 두번째 공식은 어떨까요.
 
해태제과는 이번 가격 인상 배경으로 "원가압박을 감당하기 어려운 제품으로 한정하고, 가능한 제품은 중량도 함께 높여 인상률을 낮췄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7년간 해태제과 사업보고서를 살피니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대비 원가 비중은 약 60.2%로, 지난 2011년 약 69.7%보다 오히려 내려 앉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기간 매출원가 상승률은 15.6%였고, 과자기초재료가 되는 원재료 매입금은 7.9%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원재료 상승추이는 어땠을까요. 해태제과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과자의 주원재료인 밀가루,해태제과 재무재표.jpg 설탕 가격은 하락세이거나 보합세를 보였습니다.
 
2011년 1620원까지 치솟았던 유지류(기름)는 kg당 1620원에서 2014년 한때 990원까지 낮아졌다가 지난해 1120원으로 올랐으나 과거에 비해 높은 수준은 아닌듯 보입니다.
 
인건비와 물류비도 보겠습니다. 비록 2012년과 2012년 급여와 복리후생비로 내역은 사업보고서를 통해 확인할 수 없었지만,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상승폭은 5.2%에 그쳤고, 물류비는 17% 인상했더군요.
 
그 사이 해태제과는 2011년 대표제품 24개 가격을 평균 8%(홈런볼 12.5%)인상한데 이어 2012년엔 7.1%, 2013년 7개 제품 8.7%, 2016년 9개 제품 11.35%, 올해 평균 12.7% 등 꾸준한 가격 상승을 이어왔습니다.
 
생산량은 12만톤에서 14만톤 초반대를 꾸준히 유지한 반면, 제품 및 상품 매출이 6135억원에서 8214억원으로 증가해 가격 상승으로 매출 증대를 이룬 것으로 관측됩니다.
 
결과적으로 해태제과가 활용했던 두번째 공식은 '이익 극대화'를 조치란 비난을 면키 어려운 듯 여겨지는군요. 올해는 과자 주 원재료인 밀가루 가격 상승이 임박한 것으로 전해져 추가적인 가격 상승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윤 회장은 고객에게 과자는 ‘꿈’이고 제과산업은 꿈을 파는 일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크라운 할아버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예술적 감성'을 접목한 경영철학과 한국 고유의 전통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국악 사랑'으로 식품업계 몇 안되는 존경받는 총수로도 꼽히고 있습니다.
 
그런 윤 회장. 하지만 그는 최근 SBS 한 방송을 통해 국악공연에 직원들을 강제 동원했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이 방송 인터뷰를 통해 윤 회장은 이 사실을 묻는 기자 질문에 큰 호통을 치며 "절대 그럴일 없다. 좋은 작품을 폄하하지 말라"며 회사 내부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 전혀 모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크라운해태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조차 실망감이 들었다는 말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한때 부도날뻔한 회사를 일으켰던 윤 회장. '윤 회장의 마법'은 이제 크라운해태 역사 속 뒤안길로 사라져 버린 것일까요. 그는 회사 내부 사정에 정말 어두운 모습일까요. 
 
한 주 늦춰서 가격 인상에 나섰으면 어땠을까요. 대외에 가격 인상 발표를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날로 결정한 경영진은 누구일까요.
 
여러 궁금증이 높아지는 가운데 크라운해태의 한 직원은 "아쉽다"는 말로 씁쓸한 표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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