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트리뷴] 이마트 이갑수, '정용진의 남자' 황금빛 성공기
[핫트리뷴] 이마트 이갑수, '정용진의 남자' 황금빛 성공기
  • 전지현
  • 승인 2018.04.24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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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전지현 기자] '정용진의 남자', '정통 신세계맨', '마케팅·영업의 현장통', '유통업계 2위 고액 연봉자'.
 
신세계그룹 안팎에서 이갑수(사진·59) 이마트 사장을 부르는 수식어다. 
 
이중 이 사장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은 단연 '정용진의 남자'. 신세계그룹 주변의 설명이다. 이 사장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경영구상을 실행에 옮기고 성공시키며 총수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유통업계 대표적인 고액 연봉자로 성공가도를 달린다. 그야말로 샐러리맨의 롤모델이자, '황금빛 성공'이다.
 
이 사장은 신세계의 2세 총수경영을 안착시키는데도 역할이 크다는 평가가 내부에서 나온다. 이 사장은 장재영 신세계백화점 사장과 함께 '정용진-정유경 남매경영'을 완성하는데도 역할이 크다고 한다. 
 
◆ '정용진의 남자'로 불리는 두 가지 이유
 
이 사장은 1957년 울산에서 태어났다. 경희대학교 섬유공학과를 졸업한뒤 1982년 신세계백화점에 합류한 '정통 신세계맨'이다. 이후 1999년 이마트로 자리를 옮겨 이마트 서부산점장과 마케팅 담당, 가전레포츠 담당을 거쳤다. 지난 2009년부터는 고객 서비스 본부장을 맡아 이마트내 대표 영업·마케팅 전문가로 손꼽힌다.
 

이 사장 이름이 관련업계 등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14년 이마트 영업부문 총괄 대표로 자리한 뒤부터다. 당시 이마트 고객서비스 본부장직에 있던 이 사장은, 앞서 약 2년여간 이마트를 이끌던 허인철 전 사장(현 오리온 부회장)의 사표 제출로 공석이던 이마트 영업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 사장 이름 뒤에 '정용진의 남자'라는 수식어가 붙는 데는 신세계그룹에서 총수를 제외하면 신세계 성장을 주도한 최고경영자 허인철 전 사장 자리를 이어받았다는 상징성이 컸다. 허 전 사장은 당시 그룹 총수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와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었다.
 
당시 이 사장 등용의 이면에는 뒷말도 많았다. 정용진 부회장이 경영에 본격 참여한 2009년 이후 '정용진-허인철' 불화설이 떠돌았던 것. 이후 허 전 사장이 2013년 국회 국정감사 '불성실 답변' 문제로 그 해 말 인사에서 영업총괄 대표로 역할이 축소되면서 뒷말을 더 키웠다.
 
그리고 2013년 말, 급작스레 '경영·영업' 두개로 쪼개졌던 대표 역할은 허 전 사장 자리를 대신한 이 사장이 취임한 지 2년째 되던해 다시 단독 대표 봉합된다. 정용진의 남자라는 수식어는 이때부터 이 사장을 따라다닌 셈이다.
 
이 사장이 '정용진의 남자'로 불리는 또 다른 이유는 실행력에 있다. 이 대표는 세간에 널리 알려진대로 정용진 부회장이 신사업의지를 드러낼 때마다 실행에 옮기는 실력자로 꼽히고 있다. '10원 전쟁', '가격의 끝', '피코크', '쓱 닷컴' 등은 정용진 부회장이 아이디어를 내고 이 사장이 실현한 사례들로 잘 알려져 있다. 실제 대형마트사이에서 벌어진 '10원 전쟁', 온라인 업체 사이에서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펼친 '가격의 끝' 프로젝트들은 이마트가 입소문 전략에 성공한 것들로 정용진 부회장 의도를 이 사장이 정확히 이해한 결과라는 평가가 뒤따르고 있다. 
 
◆ '영업·마케팅통' 36년간 신세계에서 쌓아올린 '현장 전문가'
 
이 사장에 대한 수식어 중 '영업·마케팅의 현장통'이란 대목도 그의 성공가도를 잘 보여준다. 정용진 부회장이 그에게 신뢰를 보내는 이유다. 
 
이 사장이 대표로 취임한 뒤 이마트 매장에는 일대 변화가 일어났다고 한다. 세일이나 프로모션을 알리는 안내문이 급속도로 많아진 것. '재무통'이었던 허 전 사장이 '매장 평당 매출이 얼마인지' 꼼꼼히 따져 비용 축소전략을 펼친 반면, 이 사장은 매장 내 세일 안내, 현수막·배너 설치 등 마케팅 확대 전략을 펼쳤기 때문.
 
당시 이마트에 근무한 한 내부 관계자는 "허 전 사장이 매장 순찰에 나선다는 말이 돌때면 담당자들이 숫자 뽑기에 여념없었다"며 "하지만 (이 사장 영업 총괄 대표 취임 직후) 매장에는 현수막이 엄청 많아졌다. 이 사장의 현장을 중요시 여기는 경영스타일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 사장의 높은 현장 이해력은 직원 환경을 개선하는데 일조하기도 했다. 이 사장이 지난해 3월 상담원에게 전화해 폭설이나 욕설, 성희롱 등을 일삼는 고객에 대해 굳이 대응하지 말고 상담을 거부하라는 '이케어 2.0'을 선포한 것이다. 이 사장의 '이케어 2.0'은 고객 제일이라는 서비스 정신에 어긋난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통념을 깨고, 직원이 행복해야 고객을 행복하게 한다는 신념을 일으킨 과감한 실험이었단 시선이다.
 
하지만 이 사장의 이 같은 현장경영 노력에도 오점을 남긴 것이 있다. 바로 이마트 노조와의 갈등이다. 이 사장은 사장 취임 후 중국 철수 등 구조조정 '칼날'을 세워 체질개선을 통한 내실 강화와 수익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때문에 이마트는 지속적으로 적자를 보였던 중국사업을 '전면 철수' 시켰고, 국내에선 오프라인 매장 폐점과 신규출점 중지 전략을 지속하고 있다. 그결과 이마트는 지난해에 1993년 1호점을 낸 뒤 처음으로 신규 출점을 하지 않았다. 실적이 부진했던 울산 학성점은 지난해 폐점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이마트 매장 직원수도 줄고 있다는 점이다. 이마트 노조에 따르면 이마트 점포 인원은 지난 2년여간 기존 대비 사원 2400여명이 줄었다. 은평, 가양, 분당, 금정, 상주 5개 점포만 놓고 봐도 점포 인원은 지난 2015년 1366명에서 지난해 1096명으로 총 270명이 감소했다. 감축된 인원에 더해 충원되는 사원들마저 단기 비정규직 사원으로 채워지고 있다는게 노조측 주장이다.
 
더군다나 '일-가정 양립'이란 이유로 최근 도입한 주 35시간 제도는 추가 인력 채용없이 노동강도 강화한다는 노조측 입장과 간극을 좁히지 못하는 상황이다. 과거 불법사찰 등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노조탄압' 기업이란 낙인을 깊게 새기고 있다는 시선 역시 이 사장이 풀어야 할 숙제로 남고 있다.
 
◆ 3년새 연봉이 두배 'UP', "일한만큼 받아~"
 
13억7000만원. 이 사장이 지난해 받아간 총 연봉이다. 이는 장재영 신세계백화점 사장에 이은 유통업계 '최고' 연봉이다. 이마트 영업 총괄 대표에 올랐던 첫해(2014년) 연봉이 6억6300만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3년새 두배가 가까이 훌쩍 뛰었다. 그만큼 좋은 성과를 냈다는 것으로, 훌쩍 뛴 보수만큼이나 이 사장의 내부 입지는 넓어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마트는 2017년 대형마트업계가 저성장을 이어가는 분위기 속에서도 창고형 할인매장인 트레이더스와 온라인사업에 힘입어 실적 선방을 해냈다. 이마트는 2017년 연결기준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각각 8.6%, 0.3% 감소한 15조8767억원, 영업이익 5669억원을 거뒀다. 트레이더스는 2016년 매출 1조2957억원, 영업이익 353억원을 냈는데 지난해 매출 1조5214억원, 영업이익 509억 원으로 늘었다. 온라인사업은 지난해 매출 1조503억원으로 처음 1조원을 돌파했다.
 
이 사장이 추진하는 이마트 자체브랜드(PB)상품 취급 전문점 '노브랜드'와 편의점 '이마트24'는 업계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중이다. 2016년 8월 오픈한 노브랜드는 지난 한해에만 100여개 점포를 열어 3월 현재 110곳이 영업 중이다. 이마트24는 4월 내 점포 3000개 돌파가 예상되는 중이다. 올해 들어 문을 연 곳만 1월 95개, 2월 98개, 3월 103개 등이다.
 
한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영업이익을 모두 까먹더라도 마케팅에 온 사활을 걸라고 강한 의지 및 입김을 불어넣고 있다는 것은 이 업계에 알려진 사실"이라며 "(이 사장은) SNS나 언론을 통해 '깜짝 발표'에 관심이 많은 정 부회장을 그때마다 잘 읽어내고 실현시키는 능력이 있다"고 귀띰했다.
 
다음은 이갑수 이마트 대표(사장)의 프로필이다.
 
▲1957년생(59세) ▲부산고등학교 ▲경희대학교 섬유공학과 졸업 ▲1982년 신세계 입사 ▲1999년 이마트 서부산점 점장 ▲2006년 마케팅담당 상무 ▲2008년 가전레포츠담당 상무 ▲2009년 판매본부장 ▲2010년 고객서비스본부장 ▲2012년 이마트 영업총괄 대표 ▲2014년 이마트 대표(부사장) ▲2016년 이마트 대표(사장, 단독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