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불매운동, 과연 이성적일까
롯데 불매운동, 과연 이성적일까
  • 승인 2015.08.06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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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불매운동, 성숙한 시민사회와 거리멀어
 
8월의 무더위가 절정이다.

그 무더위속에서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급박한 드라마를 연출했다.

여기에 '반재벌 정서'에 기댄 정치권과 일부 시민단체가 속속 무대 한켠에 등장하고 있다. 8월의 무더위는 더욱 기승을 부린다.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우연인지, 필연인지 몰라도 드라마적 요소를 갖추고 있다. 롯데그룹 일원이라면 그것은 불운이다.

고령의 아버지와 두아들. 돈과 자본 권력의 상속. 광복 70주년과 한국과 일본이라는 무대. 두 아들의 대립과 시시각각 전개되는 '폭로전'.

유교적 사상이 자리잡고 있는 한국정서에서 충분히 눈살을 찌푸릴만한 상황이 연출됐다. 그렇기에 롯데그룹을 이끄는 신동빈 회장은 대국민사과를 통해 용서를 구했다.

그럼에도 시장 일각에서 롯데 불매운동의 조짐이 일고 있다.

금융소비자원은 지난 4일 “롯데의 경영권 분쟁은 국내 재벌의 비양심적이고 반시장적인 작태를 다시 한번 드러낸 것으로 국내재벌이 국가와 국민, 시장과 소비자를 기만한 채, 오로지 개인적 치부에만 치중하면서 재벌의 사회적 책임이나 공헌 등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명백하게 보여줬다”

고 밝힌다. 그러면서 “총수일가만 배불리는 지배 구조나 그들의 제왕적 사고와 행태가 도를 넘어 한계에 다다랐다. 소비자들의 전면적인 불매운동과 시장의 응징만이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소상공인 연합회가 가세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6일 성명서를 통해 “국민의 성원과 정부의 특혜로 성장한 롯데가 이를 이용해 롯데마트, 롯데슈퍼, 편의점 등 무차별적으로 확장했고 골목상권을 짓밟아 왔다”며 "국내 모든 유통시장을 장악하려는 오너일가의 탐욕스럽고 전근대적인 경영 방식에 전국 소상공인들과 국민 모두는 분노와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연합회는 골목상권에서 롯데마트와 롯데슈퍼가 퇴출될 때까지 불매 운동과 소상공인 업소에서 롯데카드 거부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소원은 "반시장적 작태"라고 목청을 돋우고, 소상공인회는 '정부특혜와 오너일가의 탐욕'을 꼬집으며 불매운동의 기치를 내걸었다.

그러나 이들이 내세우는 주장에는 팩트를 찾아보기어렵다. 선거판에서 흔히 목격되는 마타도어식 문구들로 가득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소비자들의 합리적 의사결정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라면, 가족간의 상속과 경영권 분쟁은 '안타깝지만 있을 수 있는일'로 수용해야한다. 재벌 역시 개인의 사적 재산권은 소중하기 때문이다.

재계의 경영권 분쟁은 비단 롯데가(家)의 일만은 아니기도하다.  삼성 현대차 두산 금호 등 내로라하는 재계가 걸어왔던 '뻐아픈' 과거사다.

폭로전 와중에 롯데가의 횡령 배임 등 불법적, 탈법적 혐의가 드러났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의당 사법기관이 나서 탈법적 행위를 조사하고, 처벌하면 될 일이다.

또 '순환출자고리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롯데그룹을 구시대적 경영의 표본으로 몰아가는 것도 몰상식적인 접근이다.

순환출자 지배구조을 단순화하기위해 롯데그룹도 노력을 했고, 다른 그룹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아보이는 것 뿐이다. 순환출자를 규정하는 공정거래법에 빈틈이 있다고 판단되면, 그것을 보완하고 개정안에 맞게 롯데그룹도 따르게 하면 되지 않겠는가.

롯데그룹은 재계 5위의 기업이다. 

30만여개의 일자리를 만들었고, 1조원에 가까운 법인세를 납부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팩트이고, 롯데그룹의 '사회적 공헌'인 셈이다.

한국롯데는 80여개 계열사를 통해 13만명(정규직 9만5000명)을 직접 고용하고 있다. 세븐일레븐, 롯데슈퍼 등 가맹점주와 협력사 직원까지 더하면 3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롯데는 지난해 국내에서 5조7000억원을 투자했고, 올해는 사상최대인 7조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롯데가 한국에 뿌리내린 지 50여년간 재투자와 고용창출 등을 고려하면 한국에 기여한 금액은 수십조원을 넘어선다.

법인세도 한해 수천억원씩 낸다. 롯데는 지난 2013년에 7000억원, 지난해에는 8000억원의 법인세를 납부했다.

성숙한 시민사회란 시장경제를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가진자'라서 해서 타당한 근거없이 '재벌의 탐욕'으로 낙인찍고 불매운동으로 몰아가는 것이야말로 국민감정에 기대는 '반시장'적이고 '전근대'적인 행태가 아닐까 싶다.

소비자들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이다. 이기심 위에서 합리적 소비를 결정하는 법이다. 

소비자 불매운동도 '시장경제의 토대'위에서 소비자들이 납득할 만한 요건이 갖춰질 때 실효를 거둘 수 있다. [비즈트리뷴 편집국장 이규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