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로의 그늘④] 소통방법, 어디서 어떻게?…체질 바꿔라
[폭로의 그늘④] 소통방법, 어디서 어떻게?…체질 바꿔라
  • 전지현
  • 승인 2018.04.20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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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전지현 기자] "커플이 마주 앉아 할말이 없으면 핸드폰을 들여다 보죠. 과거엔 결별 사유 아니었던가요. 하지만 요즘은 그게 통한다고 합니다. 이게 그들의 문화인 것이죠."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 김모 부장은 온라인에 고충을 토로하는 직원들의 문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소통방법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것을 단적으로 밝힌 예시였다.
 

20일 김모 부장 등 대기업 인사담당자들을 취재해본 결과, 이들의 최근 가장 큰 고민은 회사와 직원들 사이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달라진 소통방법을 찾는 것이다.

 

과거에는 간담회나, 면대면 상담, 고충센터 등을 '소통의 장'으로 여겼다면, 이제 온라인이 친숙한 세대의 신문화를 접목한 '새로운 장'이 기업과 직원들의 소통에도 필요해졌다는 것이다.

 
김 부장은 "기업도 끊임없이 들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의 목소리를 청취하려던 창구가 간담회를 통해 술 한잔 마시며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라 여겼던 것"이라며 "최근엔 간담회 자리를 마련해도 침묵하다 SNS 공간에서 그들끼리 이야기를 하더라. 즉, 소통방식이 다르다는 의미"라고 했다.
 
또 다른 대기업 담당자인 박모 차장은 "기성세대들이 꼰대로 여겨지며 신뢰를 못받는 것도 문제"라며 "상사에 대한 믿음이 있지만 소통 방식의 차이로 세대간 단절이 굉장히 심해진 상태"라고 상황을 전했다.
 
문제는 방법이었다. 예컨대, 기성세대들은 면대면 '오프라인'을 통해 소통하는 것이 익숙하다면, 현재는 온라인을 더 선호한다는 의미다. 소통방법의 차이가 세대간 단절을 심화시켰고, 온라인에 더욱 기대려는 현상이 야기됐기 때문이다.
 
이른바 이니스프리 사건을 통해 홍역을 앓았던 아모레퍼시픽 역시 기업과 직원간 새로운 소통 장에 대한 고민이 역력했다.
 
아모레퍼시픽의 한 내부 관계자는 "'참 어려운 문제다. 소통은 직원 만족도를 떠나 기업 핵심 역량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충분이 인지, 지금껏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해 소통해왔다"면서도 "그런데 (이번일을 통해 보니) 우리가 고민한게 또 답이 아닌가 싶었다. 소통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고 있다. 특히 방법론적인 것을 고민하는 중"이라고 토로했다.
 
앞선 김 부장 역시 "대한항공 사태도 온라인을 통해 드러난 사건이다. 대한항공 인사담당자인들 '왜 회사내에서는 말하지 못할까'라는 고민을 안했겠는가"라며 "내부적으론 '회사가 블라인드를 만들면'이란 고민도 했지만 회사가 운영하는 곳에선 아무도 이야기 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이 소통창구를 어디에 어떻게 만들어야 충분한 소통이 가능할지 고민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미국처럼 정신과 상담의가 기업의 새소통창구가 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전동환 강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블라인드 등의 사용은) 고충을 직접 말하는 것이 현실회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정신병리학적 전문의 등 제 3자에게 업무를 할당해 익명이 보장되는 동시에 정신적 카운셀링도 하며 그 결과를 가지고 회사에 조언 할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직장내 성희롱과 같은 문제에 대해선 기업문화를 아예 체질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대유노무사사무소 박형래 노무사는 "(성희롱 문제의 경우) 단순한 성희롱 교육만으로 거시적인 의식수준을 바꿀수 있는가에 질문을 던져야 한다"며 "성희롱은 계획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음성적일수도 있고 우발적일 수도 있다. 사전 예방적 측면에선 아예 금기시 되야 한다는 인식이 갖춰져야 한다"고 했다.
 
박 노무사는 이어 "보통은 성희롱 예방교육 전문강사가 할당된 시간에 교육을 하고 법적 의무를 다하기 위해 예방교육을 이수했다는 서명을 받은 뒤 종료된다"며 "대기업들은 성희롱 의무교육을 실시하지만 달라진 사회적 풍토에 맞춰 교육의 양과 질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사후대처적 측면에선 고충을 말하는 것이 2차 피해 및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 것이 아닌 너무나 당연하고 반드시 말해야 한다는 인식이 갖춰져야 한다고도 꼬집었다.
 
박 노무사는 "직원이 고충을 하소연할때 2차 피해 혹은 인사상 불이익이 우려될수 밖에 없다"며 "고충을 말하는 것에 대한 인식 자체가 변하려면 임시적 도구로 활용할 다양한 방법이 있다. 그러나 모두 과정일 뿐 정신적으로 모두가 언제나 어디서나 고충을 알려야 한다는 문화인식이 세워져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