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의 팩자타]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중도하차,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기자들의 팩자타]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중도하차,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 강필성
  • 승인 2018.04.18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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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현장에는 언제나 다양한 의견이 존재합니다.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하나의 팩트(사실)을 두고도 엇갈린 해석이 나옵니다. 독자들도 마찬가집니다. 독자들의 다양한 의견은 비즈트리뷴 편집국에도 매일매일 쏟아집니다. 그래서 비즈트리뷴 시니어 기자들이 곰곰히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기자들의 팩자타(팩트 자각 타임)'은 뉴스 속의 이해당사자 입장, 그들의 다른 시각, 뉴스 속에서 고민해봐야 할 시사점 등을 전하는 코너입니다.<편집자 주>

 

[비즈트리뷴=강필성 기자]  ‘결국 이번에도 예외는 없었다.’

 

18일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갑작스런 사임을 두고 포스코 주변에서 나오는 평가입니다. 한 포스코 직원은 반복되는 회장의 중도하차에 허탈감을 넘어 담담한 표정을 보였습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임기와 상관없이 포스코의 회장이 교체되던 공식이 이번에도 작용했다는 것입니다. 

 

실제 권 회장의 사임은 전혀 예고 없이 이뤄졌다는 것이 포스코 내부의 설명입니다. 그는 불과 보름 전인 이달 초 포스코 창립기념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교체설'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정도에 따라 경영하겠다”.

 

자신 스스로 사퇴할 의사도, 외압에 따른 교체도 있을 수 없다는 그의 생각이 분명하게 읽힙니다.

 

그런 그의 생각이 보름만에 바뀐 이유는 대체 뭐였을까요. 이 사안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관련업계에서는 정권 교체 이후 사퇴 압력이 있었으리라는 추측부터 전 정권과의 관계성에 대한 의구심까지 나오는 중입니다. 

 

포스코 등에 따르면 권 회장은 역대 회장 중에서도 비교적 명암이 뚜렷한 인물입니다. 

 

실적 면에서는 그야말로 냉탕과 온탕을 오갔습니다. 그가 취임하기 직전해인 2013년 포스코의 영업이익은 2조9000억원으로 5년 전보다 절반 이상 낮아진 상황이었는데, 그의 임기 동안에는 매출 하락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수익성을 회복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2014년 3조2100억원에 달하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4조6000억원을 기록해 6년 내 최대 수준을 기록했죠. 대규모 구조조정과 효율화를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린 것입니다.

 

사건도 적지 않았습니다. 취임 2년차인 2015년에는 포스코건설 임직원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듬해에는 해운대 엘시티 관련 비자금 수사가 본격화되며 시공사인 포스코건설도 휘말렸죠. 

 

 

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원외교 관련 의혹도 꾸준히 거론됐습니다. 동시에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 게이트’의 K스포츠재단, 미르재단 비리에 관련된 기업인으로 뒷말이 무성했습니다. 

 

특히 전 정권의 비선실세가 포스코 회장 선임 등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난 점도 그에게는 부담 요인이었습니다. 지난해 말 한 시민단체는 검찰에 권 회장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권 회장의 사퇴를 수사기관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 보기도 합니다. 앞서 지난 17일에는 황창규 KT 회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고 경찰에 조사를 받은 바 있죠. KT는 공기업이 민영화됐고 또 동시에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는 곳이라는 인식에서 포스코와 많은 유사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권 회장 입장에서 현재의 회장 자리를 보존하기 힘들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셈입니다.

 

다른 해석도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압력'을 사퇴의 배경으로 꼽고 있는 겁니다. 역대 포스코 회장은 모두 연임에 성공했지만 연임 임기를 마무리한 CEO는 전무합니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회장 바뀌고 또 바뀐 것입니다. 이번에도 현 정권의 의도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추측은 그래서 나옵니다.

 

하지만 포스코 측은 이에 대해 “권 회장의 사퇴 의사 표명에 정치권 압력설이나 검찰 내사설은 전혀 관련이 없다”라고 발끈합니다.  

 

포스코는 권 회장의 중도하차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최근 4년여의 강행군 덕에 권 회장은 피로가 누적돼 최근 건강검진을 받으면서 휴식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조언을 받았다. 최근 창립 50주년 행사를 마무리하면서 다음 50년을 위해서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주변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

 

결국 포스코 안팎에서는 권 회장이 구축해온 후계자 육성제도가 얼마나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을지에 시선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면 결국 다음 정권이 들어설 때 또다시 회장이 교체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포스코 측은 이날 후임선임절차에 착수하고 이사회를 통해 CEO 승계 카운슬을 운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곳에서 후보군을 발굴하고, 사외이사가 중심이 되는 이사회에서 자격심사 대상을 선정한 다음, 사외이사 전원이 참여하는 CEO 후보추천위원회에서 후보군의 자격을 심사하는 방식입니다.

 

포스코 관계자는 “국가 기간산업으로서 주주이익외에도 국민과 국가 산업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이번 CEO 선임에는 기존에 마련된 내부 선임절차를 엄정히 준수하면서도 국민의 기대를 감안해 폭넓게 의견을 수렴하고, 절차는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다음 정권에는 구설 속에서 포스코 회장의 중도하차 소식을 접하지 않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