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트리뷴]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감성적 혁신'에 '디지털DNA' 더해
[핫트리뷴]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감성적 혁신'에 '디지털DNA' 더해
  • 김현경
  • 승인 2018.04.18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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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감성적 혁신가'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앞에 붙는 수식어다. 정 부회장은 감성을 담은 디자인과 경영 철학으로 현대카드를 키워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 그가 또 다른 혁신을 꿈꾸고 있다. 바로 '디지털 혁신'이다.
 
2003년부터 현대카드 대표이사를 맡은 정 부회장은 현대카드를 업계 강자로 키운 일등공신이다. 실제 초기 시장점유율 약 1.8%로 업계 하위권에 머무르던 현대카드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시장점유율 14.9%를 기록해, 신한카드와 삼성카드에 이어 업계 3위에 올랐다.
 
실적도 눈에 띈다. 현대카드의 순이익은 2015년 1868억원에서 2016년 1900억원, 2017년 1940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가맹점 수수료율 및 법정 최고금리 인하 등으로 카드사들의 수익이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실적은 양호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정 부회장의 역작이자 현대카드를 상징하는 대표 상품 '현대카드M' 시리즈는 풍부한 포인트 혜택과 심플한 디자인으로 대중의 호평을 받았다. 2003년 5월 출시된 후 1년 만에 회원수는 100만명을 넘어섰고, 신용카드 단일 브랜드로는 최대 인원인 800만명이 가입했다. 특히 흰색, 파란색, 빨간색 등 카드 등급 별로 한 가지 색깔을 입힌 심플하고 감각적인 디자인은 현대카드를 '혁신의 아이콘'으로 만드는데 일조했다. 할인 서비스에 집중한 '현대카드X' 시리즈도 출시 7년 만에 회원수가 200만명을 넘어서는 성과를 보였다.
 
기존의 것에 감성을 더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것을 탄생시켜온 정 부회장은 최근 '디지털 혁신'에 역점을 두고 있다. 
 
지난 2015년 10월부터 현대카드의 디지털 철학을 담은 '디지털 현대카드 프로젝트'를 선보이며 본격적인 디지털 혁신 경영을 예고했다. 그는 지난해 "이익의 20% 이상을 디지털 부문 개발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정 부회장의 염원을 담은 '디지털 현대카드 프로젝트'는 단순히 디지털 상품을 출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핀테크 시대에 적합한 프로그램과 플랫폼을 통해 고객의 니즈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현재까지 선보인 총 7개의 프로젝트에는 신용카드의 사용 조건과 사용처를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는 '리밋'과 '락', 카드정보 유출에 대비한 '가상카드번호' 서비스, 한 번의 클릭으로 온라인 결제가 가능한 '페이샷', 여러 장의 카드를 한 장에 담아 자유롭게 혜택을 이용할 수 있는 '카멜레온' 서비스, 인공지능(AI) 챗봇 '버디'와 '현대카드 해외송금' 서비스 등이 포함된다.
 
정 부회장이 생각하는 디지털 혁신은 단순한 IT 혁신을 의미하지 않는다. 수수료 기반의 기존 금융 체계에서 탈피해 사고체계, 작업방식 등 삶의 모든 환경을 전면적으로 디지털화하는 것을 뜻한다.
 
이를 반영하듯, 현대카드는 기존의 조직체계를 '본부-실-팀' 세 단계로 간소화하고 실장에게 팀을 운영할 자율권을 부여하는 등 애자일 조직 체계를 도입했다. 불필요한 보고 과정을 줄이고 실행 중심의 민첩한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정 부회장의 의지가 담겼다.
 
이밖에 유연근무제인 '출퇴근 플렉스'와 자율 점심시간 제도인 '플렉스 런치'를 도입하고, 자유로운 근무복장을 허용하는 등 디지털 DNA가 담긴 유연한 작업 환경 조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초 KB금융지주 신년 워크샵 특강에서 "디지털이 회사의 운명을 좌우할 가장 핵심 요소"라며 "머신러닝, 검색엔진, 블록체인, 디지털 페인먼트 등의 분야 전문가를 500명까지 늘리고 이익의 20%를 디지털 개발에 투자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