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 오너 3세 정기선의 초고속 승진 …이면의 ‘감원 폭풍’
현대중 오너 3세 정기선의 초고속 승진 …이면의 ‘감원 폭풍’
  • 강필성
  • 승인 2018.04.17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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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강필성 기자] 현대중공업이 구조조정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10년 이상 근무한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하면서 노동조합과 지역사회가 일제히 반발하기 시작했다. 노조는 이에 대한 쟁의를 예고한 상황이다. 


공교롭게도 구조조정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첨예해지는 상황에서 현대중공업그룹 오너 3세 체제 전환은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은 최근 현대중공업지주(전 현대로보틱스)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차기오너로서의 영향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1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은 최근 들어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고 있다. 

 

먼저 현대중공업은 근속 10년 이상의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 중이다. 이는 지난 2016년 희망퇴직 이후 2년만이다. 현대중공업은 앞선 2015년, 2016년에 걸쳐 3700명을 정리한 바 있다.


이번 희망퇴직 규모는 약 2400명 규모다. 아울러 현대미포조선도 지난 16일부터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있다. 


그룹 차원의 대대적 감원이 이뤄지는 셈이다.

 

노조 측은 여기에 강하게 반발하는 중이다. 현대중공업이 흑자를 내는 상황에서 부채비율이 70%대로 건실함에도 불구하고 명분 없는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는 논리다. 

 

 

노조 측은 “당장 경영이 어려운 게 아닌데 회사가 다시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현대중공업 측은 구조조정을 강행하는 중이다. 수주 부족에 따른 유휴인력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주목할 점은 이 감원 열풍 속에서 3세 체제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 부사장은 최근 부친으로부터 증여받은 3000억원을 통해 현대중공업지주의 지분 5.10%를 확보하면서 차기 경영자의 자리를 공고히 하는 중이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손자인 정 부사장은 2013년 현대중공업에 수석부장으로 복귀한 이후 최연소 임원 기록을 갈아치우며 초고속 승진을 거듭해왔다. 지난 2015년 상무보를 거치지 않고 상무로 승진한 뒤 이듬해인 2016년에는 전무로 승진했다. 이어 올해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계열사인 현대글로벌시비스의 대표이사까지 겸임하게 됐다. 상무에서 부사장 승진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3년이다. 

 

 공교롭게도 이 기간은 현대중공업의 위기가 본격화된 시기이기도 하다. 현대중공업은 2014년년과 2015년 각 1조9233억원, 1조676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혹독한 구조조정의 효과로 2016년 간신히 흑자전환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경영승계 과정에서는 경영자의 당위성을 위한 성과가 필수적”이라며 “이 때문에 대부분의 재계 2~3세는 일찍이 핵심사업부의 경영일선에서 활동하며 업적을 쌓고 있다”고 말했다.


정 부사장 역시 사우디의 합작조선소 프로젝트 등 중요한 사업 프로젝트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실적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현대중공업이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임직원을 정리하며 수익성을 회복하는 과정을 오너 3세의 성과로 만들지 않겠냐는 추측까지 나온다.


현대중공업지주의 초대 대표이사를 맡은 권오갑 부회장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정 부사장에 대해 “그룹을 맡을 수 있을 만큼 본인 역량을 키우고 능력을 입증하면 (승계도) 자연스럽게 잘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정 부사장이 겸손하고 성실한 사람이라는 칭찬도 곁들어졌다. 

 

하지만 권 부회장이 언급한 자연스러운 승계에 10년을 넘게 현대중공업에서 함께 해온 임직원의 자리가 얼마나 있을 지는 아직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