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乙의 눈물, 해소되고 있나] 풀리지 않는 최저임금발 과제…한숨 쉬는 中企
[乙의 눈물, 해소되고 있나] 풀리지 않는 최저임금발 과제…한숨 쉬는 中企
  • 전지현
  • 승인 2018.04.09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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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입범위확대·납품단가조정·인력난해소 등 최저임금제 구조적 개편 필수
 
[비즈트리뷴=전지현 기자] 최저임금 인상 100일.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중소기업계가 풀리지 않는 최저임금발 여파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저임금제의 구조적 개편이 필요하다는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9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현재 중소기업에 가장 큰 현안으로는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이 꼽힌다. 

 

그간 업계가 요구해 온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 같은 보완책이 병행돼야 최저임금 도입으로 파생된 부담이 줄 것이란 데 입을 모은다.

 

실제 중기업계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영 부담이 가중된 상태다. 다행히 정부는 지난 2월, 300인 미만 기업 2020년, 5인 이상 50인 미만 기업 2021년 등 직원 수에 따라 중소기업 근로시간 단축 적용 유예기간을 줬다.
 
하지만 시간만 벌었을 뿐, 근본적인 최저임금 비용 부담에 따른 해결에 있어선 의문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한국 경제 고용의 80%를 차지하는 뿌리산업은 심각한 인력기근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현장에선 인력부족으로 아우성인데 3년의 유예기간동안 가중된 비용부담 해결은 커녕 인력난만 심화시킬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경기도에서 50인 미만 뿌리산업에 종사하는 A 사업주는 "납품 기한을 맞추려면 공장을 24시간 돌려도 모자랄 판이다. 사람 자체를 구하지 못하는 데다 남성 인력채용도 어려워 이미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도 경쟁이 붙어 이탈을 막으려면 결국 임금 상승분에 웃돈을 얹어 줘야할 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서울권보다 지방으로 갈수록 상황이 더 심각하다"며 "지방 세무사무소를 통해 알아보면 폐업을 신고하는 소규모 기업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직접 알아보시라"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중앙회 역시 국회에서 통과된 근로시간 단축 개정법에 대해 “영세 중소기업의 구조적 인력난이 (특별연장근로가 종료되는) 2022년 말까지 다 해소되기는 어려운 만큼, 정부의 세심한 대책 마련과 함께 국회가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 노동제도 유연화 등 보완 입법 논의를 성실히 진행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소기업계는 최저임금제의 합리적 조정이 병행된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까지 대표적으로 요구되는 것들은 ▲지역별·업종별 차등화 ▲상여금 등 산입범위 확대와 ▲최저임금 상승분의 납품단가 적용 등이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행 최저임금 결정방식을 업종별, 지역별 지불여력을 감안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적용함으로써 범법자를 양산하고 있다"며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좁아 임금 지급총액이 크게 상승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 산업현장에서는 최저임금 산입범위와 대기업 납품단가 조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현재 정부와 여당은 상여금과 숙박비만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시키는데 24시간 공장을 돌려야 하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식비, 교통비, 근속 수당 등의 임금이 모두 최저임금에 포함되야 한다는 것이다. 
 
중기업계 한 관계자는 "야근·주말 근무가 많은데 근로시간 단축으로 비용부담이 늘고, 한끼 식사 비용까지 상승하니, 수당에 포함되는 각종 식대가격까지 올려줘야 할 판"이라며 "정부 재정지원이 얼마나 경영환경에 도움을 줄지 현재로선 체감하기 어렵다. 향후 상황을 더 지켜봐야겠으나, 올해 기업들이 펼쳐나갈 전망이 정말 좋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게다가 홍종학 중기부 장관은 지난 5일 최저임금 납품단가 당정협의를 통해 정부와 국회에서 대기업, 중소기업 간 납품단가 해결을 약속했지만 현장에서는 '반쪽짜리 대책'이란 볼멘 소리가 나온다. 통상 하도급 거래에서 주된 협상의 주도권은 대기업이 갖고 있어 공공부문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업체에는 실효성이 없어서다. 
 
이날 정부과 더불어민주당은 '중소기업 납품단가 현실화 방안'을 통해 앞으로 '중소제조업 직종별 임금조사'가 연 2회 실시키로 했다. 공공조달 시장의 인건비 산정 방식을 개선해 납품단가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중소기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중소산업은 민간기업과의 거래가 대다수라는 점을 감안할때 납품단가 조정을 기업 간 협의에만 맡기면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대기업이 납품단가 현실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정부가 추가 보완책이 필요하다"며 "최저임금 인상과 열처리비 등 고정경비가 계속 상승하고 있지만 납품 가격은 조정되지 않아 수익성이 한계에 처하고 있다. 존폐 기로에 놓인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