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의 팩자타] SPC 3세 사내이사 사임과 재무통 영입의 다른 시선
[기자들의 팩자타] SPC 3세 사내이사 사임과 재무통 영입의 다른 시선
  • 전지현
  • 승인 2018.04.05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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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현장에는 언제나 다양한 의견이 존재합니다.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하나의 팩트(사실)을 두고도 엇갈린 해석이 나옵니다. 독자들도 마찬가집니다. 독자들의 다양한 의견은 비즈트리뷴 편집국에도 매일매일 쏟아집니다. 그래서 비즈트리뷴 시니어 기자들이 곰곰히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기자들의 팩자타(팩트 자각 타임)'은 뉴스 속의 이해당사자 입장, 그들의 다른 시각, 뉴스 속에서 고민해봐야 할 시사점 등을 전하는 코너입니다.<편집자 주> 

 

[비즈트리뷴=전지현 기자] SPC그룹 오너 3세들이 최근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것을 두고 그룹 안팎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흘러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의 기업정책에 발맞춰 경영 투명성 등을 강화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SPC그룹 주변에선 다른 시각도 있습니다. 오히려 본격적인 경영승계의 신호탄이란 시각이죠. 왜 일까요. 

 

5일 SPC그룹 등에 따르면 SPC삼립은 지난달 29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4명을 선임하는 안건 등을 의결했습니다. 이번 주총 결과가 눈에 띄었던 것은 사내이사 자리를 내려놓은 2인 때문입니다. 이들은 허창성 삼립식품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장남 허진수 부사장과 차남 허희수 부사장이었는데요.

 

기존 SPC삼립 사내이사는 총 6인이었습니다. 이중 최석원 파리크라상 대표, 허진수 파리크라상 전무, 허희수 비알코리아 전무 등 3인은 3월 말 임기 만료가 도래함에 따라 최 대표는 재선임을, 허진수·희수 전무 2인은 퇴임을 결정하게 된 것이죠.

 
오너 3세들인 이들은 지난 2015년 SPC삼립 등기이사로 깜짝 선임됐습니다. 당시 관련업계에서는 오너 3세들의 동반 등기이사 선임을 두고 SPC그룹의 후계가 본격화되는 것으로 봤습니다. 이번에 이들이 자의인지 타의인지 예상치 않게 3년이란 짧았던 이사직을 내려놓으면서 경영 투명성 강화 등 이미지 쇄신을 위한 결단으로 평가하는 시선이 나옵니다. 
 
헌데 최근 그룹 주변에서는 또다른 시각도 나옵니다. 이들 오너 3세의 빈자리에 투입된 새로운 인물, 경재형 전무에 주목하는 분위기입니다.
 
경 전무는 1964년생으로, 삼성전자 CFO(최고재무책임자) 출신입니다. 무선사업부지원팀 해외지원 1그룹장을 맡다 최근 SPC삼립 경영지원·경영관리실장으로 영입됐습니다. 그는 전공을 살려 SPC삼립 CFO(최고재무책임자) 역할을 하게 됐죠. 관리의 삼성(?)에서 재무와 경영관리를 맡았던 능력자가 SPC에 둥지를 틀었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물론 직접고용 이슈 등으로 관리가 필요한 부분이 많아졌으니 능력자의 영입은 필요한 부분입니다. 다만 그룹 안팎에서는 경 전무를 전면에 세워 새로운 지배구조를 구성, 허 회장의 두 아들 경영승계를 본격 가동할 것이란 관측도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경 전무에 대해 삼성에서의 풍부한 경영승계 구도를 경험한 재무와 경영관리 전문가로 보기 때문이죠. 경 전무를 통해 정부의 정책에 맞춰 새판을 짜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룹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이번 주총을 통해 경 전무를 등기이사로 선임한 것은 여러 의미가 있겠지만, 그중에서 과거와 다른 경영승계 방식으로 전환할 때가 됐다는 인식도 있을 것"이라고 사견을 전했습니다. 
 
한편에서 경 전무의 SPC내 롤을 이렇게 보는데는 그룹에 오랜기간 활약해온 재무·경영 전문가가 또 있다는 점도 한 몫 합니다. 오랫동안 허영인 회장과 손발을 맞춘 황재복 파리크라상 부사장이 그 입니다. 
 
황 부사장은 그간 SPC삼립을 비롯한 그룹내 재무업무를 총괄해 왔습니다. 1961년생으로 충북대학교 회계학 전공 후 1980년대 후반 회사에 재무담당자로 합류, 지난 30여년간 그룹의 성장을 함께한 'SPC맨'이자 대표 재무경영통으로 꼽혀 왔죠. 황 부사장의 그룹 내 입지는 다양한 직책에서도 짐작케 합니다. 현재 황 부사장은 식품업계 과다겸직 명단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SPC그룹 다양한 계열사 대표직을 맡고 있는 동시에 그룹의 모태이자 유일한 상장사인 SPC삼립 사내이사를 7년여간 유지한 유일한 '장수 이사'이기도 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확고한 그룹의 대표 재무경영 키맨이 존재하는 상황에 또 다른 재무경영 전문가를 등기이사로 영입한 것은 다양한 이야기를 낳게된 배경. 이에 대해 SPC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공시가 발표된 이후 각종 추측성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기업 규모가 커지면서 인력이 부족해 영입한 것으로 봐주길 바란다. 경 전무는 황 부사장과의 직급의 차이에서만도 알 수 있는 나란이 경쟁하기 보단 서브의 역할이다". 이 관계자는 확대 해석을 경계했습니다.
 
경 전무의 '미션'이 SPC그룹의 후계를 원활하게 마무리하면서 새판을 짜는 것일지, 황 부사장의 견제일지는 당연히 당사자와 그룹 최고위층이 아닌 이상 무엇이라 말하기 어렵습니다.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입방아일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SPC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하는지, 경 전무의 영입에 따른 변화는 무엇인지를 지켜보면 답은 나오겠죠. 다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지난해 고난의 시간을 보냈던 SPC가 책임경영과 경영 투명성 강화, 인적쇄신 등 내부 정비에 나선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