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의 팩자타] 5년만에 최대 실적 SK실트론, 최태원 회장의 '실탄' 될까
[기자들의 팩자타] 5년만에 최대 실적 SK실트론, 최태원 회장의 '실탄' 될까
  • 강필성
  • 승인 2018.04.03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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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현장에는 언제나 다양한 의견이 존재합니다.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하나의 팩트(사실)을 두고도 엇갈린 해석이 나옵니다. 독자들도 마찬가집니다. 독자들의 다양한 의견은 비즈트리뷴 편집국에도 매일매일 쏟아집니다. 그래서 비즈트리뷴 시니어 기자들이 곰곰히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기자들의 팩자타(팩트 자각 타임)'은 뉴스 속의 이해당사자 입장, 그들의 다른 시각, 뉴스 속에서 고민해봐야 할 시사점 등을 전하는 코너입니다.<편집자 주>

 

[비즈트리뷴=강필성 기자] SK실트론이 5년만에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SK그룹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SK그룹에 인수된 SK실트론은 SK그룹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계열사 중 하나입니다.

 

이유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개인 재산이 직접 투자된 곳이기 때문. SK실트론이 얼마나 성장하는지가 상대적으로 많은 부채를 가진 최 회장의 자산현황과 밀접한 관계에 놓이게 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3일 SK그룹 등에 따르면 SK실트론은 지난해 매출 9331억원, 영업이익 1327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매출이 8362억원, 영업이익이 340억원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수익률이죠. 특히 지난해 순이익은 948억원으로 전년 대비 13배 이상 성장했습니다. 

 

부진을 면치 못하던 기업이 SK그룹에 인수된 지 반년만에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 순간입니다. 

 

최근 몇 년 간 하락세를 걸어온 SK실트론이 이런 폭발적인 성장을 거둔 배경에는 웨이퍼 가격 상승과 반도체 호황이 주효했지만 이를 예정된 성장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최 회장이 직접 사재를 투자한 몇 안 되는 계열사이기 때문이죠. 

 

최 회장의 SK실트론 지분은 29.4%. SK실트론의 가치가 고스란히 최 회장의 보유주식 가치로 연결되는 구조입니다. 

 

때문에 이제 막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SK실트론에 대해 기업공개(IPO)에 나서지 않겠냐는 추측까지 나옵니다.

 

여기에는 최 회장의 상황도 반영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 회장은 자산총액 기준 재계 3위의 SK그룹 총수임에도 불구하고 10대그룹 총수 중 가장 많은 금융부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그룹 경영권을 확보하는 과정에 상당한 비용이 동반됐기 때문이라는 게 그룹 안팎의 해석입니다. 

 

실제로 그가 2013년 배임‧횡령 혐의에 유죄를 받은 것도 그룹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한 지분 확보 자금을 구하는 과정에서 무속인에게 사기를 당해서였습니다. 그만큼 유동성 확보는 최 회장을 수년간 괴롭혀온 과제였던 셈입니다.

 

최 회장은 현재 보유한 지주회사 SK 지분(23.40%)의 4분의 1에 달하는 약 399만주를 대출의 담보로 금융기관에 맡긴 상태입니다. 현재 SK의 주가로 추산했을 경우 약 1조1000억원에 달하는 규모의 부채인 거죠. 이중 155만주는 SK실트론의 주식을 사는 과정에  총수익스와프(TRS)의 담보로 제공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최 회장이 SK실트론 주식을 매입할 때는 직접 현금 매입이 아니라 TRS라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최 회장이 맺은 TRS는 쉽게 말해 SK실트론에서 발생하는 손익을 모두 최 회장이 가지고 가되, 그 대가로 증권사에 약정 이자를 지불하는 방식입니다. 2500억원에 달하는 지분을 한번에 사들일 수 없으니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리는 것과 유사한 것이죠.

 

이를 감안하면 최 회장이 연간 부담하는 이자는 상당한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주식담보대출의 연이자와 TRS 이자 등을 감안하면 약 400억원을 이자비용으로 지출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최 회장의 지난해 연봉 20억원과 배당수익 659억원을 감안해도 이중 상당 부분을 이자로 지출해야하는 것입니다. 

 

5년만에 최대 실적을 기록한 SK실트론. 과연 이곳이 최 회장의 '실탄'이 되어 부채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한편, SK그룹은 SK실트론의 상장은 너무 성급한 추측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당시 외국인 주주들이 SK실트론 지분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최 회장이 직접 매수에 나선 것"이라며 "현재 SK실트론은 실적 개선에 나서는 단계로, IPO 등은 전혀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