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의 팩자타] 인천공항 1터미널 면세점이 사라진다고?
[기자들의 팩자타] 인천공항 1터미널 면세점이 사라진다고?
  • 이연춘
  • 승인 2018.03.28 0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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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현장에는 언제나 다양한 의견이 존재합니다.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하나의 팩트(사실)을 두고도 엇갈린 해석이 나옵니다. 독자들도 마찬가집니다. 독자들의 다양한 의견은 비즈트리뷴 편집국에도 매일매일 쏟아집니다. 그래서 비즈트리뷴 시니어 기자들이 곰곰히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기자들의 팩자타(팩트 자각 타임)'은 뉴스 속의 이해당사자 입장, 그들의 다른 시각, 뉴스 속에서 고민해봐야 할 시사점 등을 전하는 코너입니다.<편집자 주>

 
 
[비즈트리뷴=이연춘 기자] 최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이하 T1)에서 면세점이 없어진다는 소문이 눈덩이처럼 커졌습니다. 임대료 문제로 롯데면세점이 1870억원 가량의 위약금을 납부하면서 T1 면세점에서 철수를 결정했기 때문이죠. 신라, 신세계 등 대형 면세사업자들이 롯데처럼 철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소문엔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소문은 정말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는 걸까. 현재의 상황만 놓고 보면 공항공사와 면세사업자들 간 임대료 갈등은 상당히 심각해 뵙니다. 해법찾기 또한 쉽지 않습니다. 다만 면세사업자들의 공통된 문제 지적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공항공사의 일방통행이 문제라는 지적합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롯데, 신라, 신세계 등 면세사업자와 공항공사는 T1 계약당시 제2터미널(T2)가 생기면 매출 등의 변화 등을 검토해 임대료를 재협의하기로 했었습니다. 협의를 통해 임대료 인하도 가능하도록 했답니다. 때문에 지난 1월 T2 오픈에 맞춰 공항공사와 면세사업자들은 임대료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습니다.
 
하지만 양측의 의견은 좁혀지지 않았습니다. 면세사업자들은 공항공사의 일방통행식 임대료 밀어붙이기가 문제라고 주장합니다. 협상이 아니라 통보라는 거죠. 실제 공항공사는 고객수 감소로만 임대료 인하를 고집하고 나섰고 인하폭도 사업권별로 차등적용이 아닌 일괄적용으로 방침을 정한 상태입니다.  


공항공사가 사실상 협상 불가를 통보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T1에서 T2로 자리를 옮긴 대한항공의 승객이 면세품 쇼핑을 더 많이 하니까 임대료를 대폭 깎아달라는 면세점사업자들의 주장은 객관적 근거가 없다는 겁니다. 이용객 감소율 이상으로 임대료를 깎아주는 것도 곤란하다고도 합니다.
 
공항공사는 이에 따라 '최후 통첩'을 보냈습니다. 기존 ‘27.9% 일괄 인하안’에 반발하는 면세사업자에 매출액 감소분을 적용하는 안을 추가로 제시하고 답변을 달라는 공문을 보낸겁니다. 공항공사가 내놓은 임대료 조정방식은 30%의 임대료 인하율을 우선 적용한 뒤, 정산 시 일정 기간 동안 지난해보다 매출액이 얼마나 줄었는지를 따져 돌려주겠다는 것입니다.
 
이제 면세사업자는 공항공사의 추가 조정방식과 기존 여객분담률에 따른 감소비율 적용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됩니다. 하지만 면세점업계는 이 같은 대안 역시 공항공사의 일방통행이라고 불편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전년도를 기준으로 매출액 감소분을 책정하는 수정안은 업계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는 이유에서입니다. 뿐만 아니라 객단가를 살펴봐야 하지만 공항공사는 매출액 감소분만을 주장한다고 합니다. 
 
면세사업자들은 ‘30%+α(알파)’ 인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도 들어볼까요.
 
가장 큰 이유는 대한항공이 빠져나갔다는 겁니다. 여기에 올 하반기에 아시아나항공이 T1 내 기존 서편에서 동편으로 이전키로 했습니다. 면세점으로서는 영업에 영향을 미치는 대형악재가 분명합니다. 사업자들은 그러면서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에 따른 중국 관광객 감소도 임대료 인하 폭에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롯데, 신라, 신세계와 같은 대형 면세사업자만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에스엠(하나투어), 엔타스, 시티플러스, 삼익악기 등 중소 면세점 4곳 역시 지난 16일 인천공항 측에 임대료 조정 공동의견서를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공항공사와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갈등의 골만 깊어지는 상태입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주장합니다. "공항공사가 너무 ‘불통’이다".  이 관계자는 "계약서 상 실무진과 협의 후 일정을 조율해야 하는데 이번에도 공항공사가 일방적으로 인하 폭을 결정해 통보했다"며 "면세업계는 지속적으로 공항공사 측에 협상 테이블을 마련할 것을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또다른 관계자도 하소연 합니다. 공항공사가 꼼수 공약을 남발하며 여론잡기식 언론플레이만 할 것이 아니라 공식적인 만남의 자리를 가져야 한다고 요구도 했습니다. 깔끔하고 정확한 합의안 마련이 반드시 필요한 대목. 이제, 이에 대한 답변 혹은 해법은 공항공사가 내놓을 차례로 보입니다. 공항공사가 사업자들과의 갈등을 봉합할 수 있을지에 따라 T1 이용객들은 이곳에서 면세점을 계속 드나들 수도, 그렇지 못할 수도 있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