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의 팩자타] '땅콩회항' 조현아 경영복귀, 두 가지 시선
[기자들의 팩자타] '땅콩회항' 조현아 경영복귀, 두 가지 시선
  • 강필성
  • 승인 2018.03.27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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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현장에는 언제나 다양한 의견이 존재합니다.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하나의 팩트(사실)을 두고도 엇갈린 해석이 나옵니다. 독자들도 마찬가집니다. 독자들의 다양한 의견은 비즈트리뷴 편집국에도 매일매일 쏟아집니다. 그래서 비즈트리뷴 시니어 기자들이 곰곰히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기자들의 팩자타(팩트 자각 타임)'은 뉴스 속의 이해당사자 입장, 그들의 다른 시각, 뉴스 속에서 고민해봐야 할 시사점 등을 전하는 코너입니다.<편집자 주>

 

[비즈트리뷴=강필성 기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계열사인 칼호텔 등기임원으로 복귀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그가 지난 2014년 말 터진 이른바 '땅콩회항'의 주인공인 탓입니다. 갑질로 더 유명했던 그 사건은 조 전 부사장의 경영 사퇴는 물론 형사처벌로 이어진 계기가 됐습니다. 

 

그 이후 자숙의 시간을 보내던 조 전 부사장의 경영일선 복귀가 최근 거론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말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재계 호사가 사이에서 경영복귀 시나리오가 나돌기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비교적 구체적인 정황이 나왔습니다. 사건 이후 약 3년여 만입니다.

 

사실 조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가 시간문제라는 시각은 그의 사퇴 당시부터 존재했습니다. 그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녀이기 때문이죠. 사건 반년 이후인 2015년 6월, 조 회장은 프랑스 르부르제 공항에서 자녀 역할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세 명의 각자 역할과 전문성을 최대로 살리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아무튼 현재까지 대한항공의 한진그룹은 특별한 입장 표명이 없습니다. 다만 그룹 대외창구인 홍보라인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는 확정된 바 없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이미 그룹 주변에는 그의 경영복귀 소문은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조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가 포털사이트 실시간검색 톱10에 올라갈 정도로 세간의 핫이슈로도 부상했습니다. 

 

이번 조 전 부사장의 복귀를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복귀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시각과 '복귀가 불가피하다'는 것입니다. 전혀 상반된 시각이 나온 배경에는 각각의 논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먼저 전자는 조 전 부사장이 승객과 회사에 피해를 준만큼 경영복귀에 비판적입니다. 이른바 정서적인 논리입니다. 

 

반면 후자는 조 전 부사장의 복귀에 대한 과도한 관심이 오히려 문제라는 겁니다. 기업의 경영자는 연예인이나 정치인과 달리 공인으로 보기 모호한 측면이 있는데다, 오로지 경영능력만을 보여주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자본주의 논리가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무엇이 더 올바른 주장인지는 이해당사자에 따라 판단이 다를 겁니다. 그의 경영복귀가 부적절한지, 적절한지를 현장기자의 관점에서도 판단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있습니다. 현행법상 조 전 부사장이 경영에 복귀하는 것은 절차적 문제가 없다는 것입니다.

 

조 전 부사장의 칼호텔 등기임원 선임을 위해서는 칼호텔 이사회의 승인이 있어야 합니다. 요컨대 칼호텔의 지분 100%를 보유한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의 결정만 있다면 자회사의 경영진 선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현재 조 회장 일가는 한진칼 지분 28.96%을 보유한 최대주주입니다. 

 

물론 조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를 저지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한진칼의 다른 주주 71.04%가 반대의견을 낸다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주주제안 사외이사를 선임해서 한진칼 이사회에서 목소리를 내고 반대의견을 제시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는 한진칼 대다수의 주주가 조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가 한진칼 주가에 부정적이라고 판단해야한다는 점이 필수조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칼호텔이 조 전 부사장의 복귀무대가 됐다는 점은 주목 할 만합니다. 사실 칼호텔은 한진그룹의 만성 골치 중 하나입니다. 칼호텔은 지난 2014년 이후 단 한번도 영업이익을 내지 못했습니다. 지난해에도 100억원 이상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칼호텔의 실적은 지주회사 한진칼의 실적에 즉각 반영됩니다. 

 

이 때문에 조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는, 그가 부진을 면치 못하는 칼호텔에서 얼마나 경영능력을 보여줄지에 따라 훗날 주주들부터 냉혹한 평가를 받으면 됩니다.  스스로 경영복귀의 정당성을 입증해야만 주주에게 인정받고 환영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제 세간의 두 가지 시선은 조 전 부사장과 주주들의 몫입니다. 과연 조 전 부사장은 ‘미운오리’가 돼 버린 회사를 한진칼의 효자로 바꿔놓으며 한진칼 주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