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업계, 빨라지는 경영승계…2·3세 전면으로
아웃도어업계, 빨라지는 경영승계…2·3세 전면으로
  • 이연춘
  • 승인 2018.03.26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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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라코리아 윤윤수 회장 장남 윤근창 단독 대표로
-블랙야크 2세 경영…스피치 데뷔무대 강준석 상무
-정영훈 K2코리아 대표 업계 2세 경영 선두주자로


[비즈트리뷴=이연춘 기자] 아웃도어업계의 빨라진 후계구도가 눈길을 끈다. 업계 2~3세들이 최고경영자(CEO)에 오르거나 주요 핵심 자리를 꿰차면서 경영 수업에 한창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국내 주요 아웃도어 업체들은 최근 회사 규모가 커지고 창업주들인 1세대가 나이 들어감에 따라 경영권 승계 구도에 적극 나서면서 2세들이 자연스럽게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한다.

26일 아웃도어 업계에 따르면 휠라코리아가 본격적인 2세 경영 시대를 맞았다. 윤윤수 회장의 장남 윤근창 사장이 휠라코리아의 단독 대표로 올라섰다. 기존 윤윤수·김진면 공동대표 체제가 윤 신임 사장 단독대표 체제로 바뀌었다. 1992년 국내 론칭 이후 휠라코리아의 수장이 바뀐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윤 사장은 KAIST(한국과학기술원)에서 관련 공부를 이어가 석사과정을 밟았다. 이어 2007년 미국 로체스터대학교 MBA 과정을 수료한 뒤 경영 일선에 나섰다.  

 

윤 사장은 휠라코리아가 글로벌 본사를 인수한 2007년 자회사인 휠라USA에 입사해 사업개발과 대외구매 업무를 맡아 현장 경험을 쌓았다. 인수 당시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하던 회사를 3년 만에 턴어라운드시켰다고 평가받는다. CFO(최고재무책임자) 등을 역임하며 2015년 매출을 인수 초에 비해 10배가량 끌어올린 장본인으로 통한다.

윤 사장은 2015년 7월 휠라코리아에 입사했고 전략기획본부장과 풋웨어본부장, 부사장을 동시에 맡았다. 지난해 7월부터는 경영관리본부장과 CFO를 겸임했다.

휠라코리아 뿐만 아니라 최근 아웃도어 2세들이 주요 요직에서 본격 경영수업을 받으며 후계구도가 명확해 지고 있는 모습이다.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업체로 유명한 영원무역 지주회사인 영원무역홀딩스 성래은 대표가 보폭을 넓힌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창업주인 성기학 회장이 지난 2016년 지주회사 대표이사 자리를 둘째딸인 성래은 전무에게 물려주며 영원무역 2세 후계 구도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성 회장은 딸만 셋을 뒀으며, 첫째인 성시은 씨는 경영에 크게 관여하지 않고 영원무역홀딩스의 대주주인 와이엠에스에이 이사직만 맡고 있다. 셋째인 성가은 영원아웃도어 상무는 노스페이스 등 브랜드 경영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결국 둘째는 의류 생산·제조 총괄을, 셋째는 브랜드를 담당하기로 정리된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의 외아들 강준석 블랙야크 미래전략본부장(상무)의 행보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지난 12일 블랙야크 창립 45주년 행사에 최 상무는 스피치 연사로 나서며 블랙야크의 '2세 경영'의 공식적인 데뷔무대를 마쳤다.

강 상무는 해외 진출을 진두진휘하는 등 영토 확장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2020년 글로벌 톱 브랜드 달성'을 위한 글로벌 공략에 강 상무는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그는 "아시아·유럽·북미 3개 축을 공략하겠다는 '트라이앵글 전략'을 꾸준히 전개하는 중"이라며 "2020년 글로벌 넘버 원 목표를 위해 전 임직원이 한데 뭉쳐 '원 블랙야크'를 지향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다만 강 회장의 1남 2녀 중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강 상무는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강 상무가 인수와 국내 론칭의 전 과정을 진두지휘한 작품인 '나우'가 극도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어서다. 매출 면에서 나우의 저조한 성적은 경영권 승계를 앞두고 갈 길이 먼 강 상무의 앞길에 상당히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패션그룹형지도 2세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의 장녀 최혜원 형지I&C 대표도 경영 일선에 나서며 젊은 리더로 노후 이미지 탈피와 브랜드 경쟁력 강화의 동력이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그룹의 지주사격인 형지I&C는 지난해 연결 기준 잠정 매출액이 1145억원으로 10.3% 줄었고 영업손실은 78억원으로 적자 전환하면서 부진한 성적은 걸림돌이 되고 있다. 부진한 실적의 주된 이유는 중국 사업 철수다. 2014년 본지플로어와 예작으로 중국에 진출했지만 부진한 성적에 3년 만인 지난해 초 철수를 결정했다.

K2코리아는 이미 경영 승계를 마무리하고 자기만의 색깔내기가 한창이다. 정영훈 K2코리아 대표는 아웃도어업계 2세 경영의 선두주자로 통한다. 1997년 K2코리아에 입사한

정 대표는 창업주인 부친이 2002년 불의의 사고를 당하면서 이듬해 갑작스럽게 회사 경영을 맡았다. 그는 K2코리아와 아이더를 빠르게 안착시키며 업계 2위 규모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K2코리아 안팎에서 '젊은 카리스마'로 신속한 의사결정과 강력한 추진력을 지녔다는 평가다. 2000년 아웃도어 업계 최초로 TV광고 및 라디오 광고를 진행했으며, 2002년부터는 단독 브랜드 매장을 오픈하는 등 유례없는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성장 정체기에 접어든 아웃도어 시장에 돌파구로 골프웨어 브랜드 '와이드앵글'을 론칭하며 전방위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웃도어 오너들이 경영 악화에 '젊은 피'를 수혈하며 재도약에 나서고 있다"며 "차세대 오너의 세대교체 양상은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오너 2세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