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합병] 삼성물산 합병과 한국판 스튜어드십코드
[삼성물산 합병] 삼성물산 합병과 한국판 스튜어드십코드
  • 승인 2015.06.22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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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합병, 일본기업의 변화와 한국판 스튜어드십코드
[비즈트리뷴 이기범기자] 삼성물산과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간의 합병 공방이 불꽃을 튀기고 있는 가운데 재계와 증권가에는 국내 대기업의 경영권 강화를 위해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른바 '먹튀'자본으로부터 우리 대기업의 경영권을 방어해야한다는 얘기다. 또다른 하나는 기관투자자들의 행동준칙을 일컫는 스튜어드십코드에 대한 관심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안에 한국판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를 도입할 방침이다.

영국·일본 등에서 시행되고 있는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를 독려하는 일종의 행동준칙이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도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은) 주주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기업에 대한 책임있는 투자 등에서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장기투자성 자금을 운용하는 연기금이 선도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지난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했다. 일본의 사례를 통해 국내에 도입될 스튜어드십코드의 영향과 대비책을 들여다보자.

■일본,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이후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Third Point의 공격을 받았던 일본 로봇제조업체 화낙은 4월 27일 실적발표 후 깜짝 놀랄만한 주주친화정책을 내놓았다. 향후 5년간 이익의 최대 80%를 주주에 환원하겠다고 선언했고, 이를 위해 현재 배당성향 30%를 60%로 높이고, 자사주 매입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 화낙의 주가는 Third Point의 서신 발송 이후 최근까지 31% 상승했다.

일본 IT기업 교세라(Kyocera)도 홍콩계 헤지펀드인 오아시스 매니지먼트로부터 비영업자산 매각을 요구받고 있다. 오아시스 펀드는 교세라 지분 1%를 취득한 후 비영업자산인 일본항공과 KDDI 지분을 매각할 것을 요구하는 서신을 발송했다.

보수적인 화낙의 변화는 표면적으로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공격에서 촉발되었지만 근본적으로는 2014년부터 시작된 Two Code(Stewardship, Corporate Governance)로 대표되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 기대가 자리잡고 있다.

대신증권 오승훈 연구원은 "일본의 변화는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변화에 큰 시사점을 주고 있다. 한국도 6월~9월중 한국판 Stewardship Code를 도입할 예정이다"라며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은 한국에서 지배구조 개선 이슈가 또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는 트리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
일본증시는 글로벌 금리 급등 충격에도 불구하고 선진국 중 가장 견조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일본증시 상승의 기저에는 2014년부터 시작된 Two Code(Stewardship, Corporate Governence)로 대표되는 주주 친화정책,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자리잡고 있다.
2014년까지 일본증시의 상승동력이 엔약세와 이에 따른 기업이익 개선이었다면 금년도 일본증시는 일본 공적연금(GPIF)의 공격적인 국내주식 매수와 기업들의 주주친화정책(배당확대, 자사주매입/소각)이라는 양대 축에 의해 주가상승이 견인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정부 주도하에 진행되고 있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노력이 결실을 맺고있기 때문이다. 2014년 2월 도입된 Stewardship Code(책임있는 기관투자자의 원칙)와 2015년 6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Corporate Governance Code가 변화의 동력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GPIF의 벤치마크 변경(ROE와 지배구조 주요 팩터)등이 보조적 역할을 해주고 있다

 
 
■스튜어드십코드란 무엇?

먼저 일본판 스튜어드십코드인 ‘책임있는 기관투자자의 원칙’을 살펴보자.

2014년 2월 일본 금융청은 준비과정을 거쳐 일본판 스튜어드십코드인 ‘책임있는 기관투자자의 원칙’을 도입했다. 스튜어드십코드란 기관투자자의 책임있는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행동강령이자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의미한다. 2010년 영국에서 처음 도입되었으며 ,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말레이시아가 도입했고 우리정부도 6월~9월 도입 예정이다.

스큐어드십 코드는 법적 강제력이 없는 자발적 준칙 형태이지만 원칙을 준수하지 못할 경우 그 이유를 설명하도록 되어 있다.

일본 금융청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일본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인 호응이 뒤따랐다. 2014년 6월기준 127개 기관투자자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다. 2014년 5월 30일 도입을 선언한 공적연금(GPIF)과 더불어 12개 연기금, 19개 보험사, 86개 자산운용사, 6개 신탁은행이 동참했다.

2014년 9월 기준으로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기관투자자의 수는 160개로 늘어났다.

일본판 스튜어드십코드(Stewardship Code)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기관투자자는 “기관투자자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한 명확한 정책을 갖고 있어야 하며 그 내용은 공개되어야 한다.

2. 기관투자자는 “기관투자자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해 상충의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명확한 정책을 갖고 있어야 하며 이를 공개하여야 한다.

3. 기관투자자들은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을 고려하면서 기관투자자로서 적절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투자한 회사를 모니터링 하여야 한다.

4. 기관투자자는 투자한 회사와 서로간의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노력해야 하며 문제가 있는 경우 건설적인 대화를 통해 이를 해결하도록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5. 기관투자자는 의결권 행사 기준과 행사한 내용의 공시와 관련해서 명확한 기준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의결권 행사 지침은 기계적인 행사에 그쳐서는 안되며 회사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 이바지 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6. 기관투자자는 고객과 수익자에게 어떤 식으로 기관투자자의 책무를 다하고 있는지에 대해 정기적으로 보고 해야 하며, 여기에는 의결권 행사 등의 내용을 담아야 하는 것으로 원칙으로 한다.

7. 기관투자자는 투자한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에 이바지 하기 위해 투자한 회사 및 사업환경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고 있어야 한다. 또한 기관투자자로서의 책무를 실천하고 올바른 판단을 하기 위해 충분한 재원을 마련하고 기술을 익혀야 한다.

■코퍼릿 거버넌스 코드

스튜어드십코드가 책임있는 기관투자자의 행동준칙을 담고 있다면 2015년 6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코퍼릿 거버넌스코드(Corporate Governance Code)는 복수의 독립 사외이사(최소 1명)를 의무화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기업구조 개선안이다.

도쿄증권거래소가 주도해 마련한 Corporate Governance Code는 도쿄 증권거래소 1부, 2부 상장기업들 모두가 적용받는다.

적용대상 기업들은 구체적인 경영 내용도 투자자들에게 공개해야 한다. Corporate Governance Code는 강제 사항이 아니지만 지키지 않았을 경우 기업들은 합당한 이유를 공개해야 하며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도쿄증권거래소는 벌금 등 제재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도쿄증권거래소가 주도한 Corporate Governance Code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환원 비율 제고를 목표로 하고 있다.

도쿄증권거래소는 제도 도입의 취지로 독립 사외이사 수가 경영에 미치는 영향을 제시한 바 있다. 2012년 11월부터 2015년 4월까지 토픽스 상장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최소 3명 이상의 독립 사외이사를 보유한 기업은 그렇지 않은 곳보다 주주환원 비율이 25%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한국 금융위원회의 연간 업무 계획에 따르면 한국판 Stewardship Code는 6~9월 중 도입될 예정이다. 정부는 Stewardship Code 도입을 통해 투자자 이익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기업가치 극대화를 위해 기관투자자의 주주권이 적극적으로 행사되고, 주주권 행사 내용이 수탁자에게 투명하게 보고·공시하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오 연구원은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반대로 한국에서는 일본과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한국판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되면 한국에서도 본격적으로 기업지배구조 이슈 및 주주친화정책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정책의 변화가 나타나고 지배구조 개편이 강화될수록 자사주 매입에 대한 인식은 일본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처럼 변화될 수 있다. 자사주 매입 기업 또는 FCFY(잉여현금흐름수익률)가 양호한 기업 중 외국인 비중이 비교적 높은 종목에 대한 우선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비즈트리뷴 이기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