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44개대학 여교수회, “미투는 우리 사회 구조와 체질 바꾸는 시발점 되어야”
[#미투] 44개대학 여교수회, “미투는 우리 사회 구조와 체질 바꾸는 시발점 되어야”
  • 이규석
  • 승인 2018.03.1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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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서울대학교 등 전국 44개 대학 (여) 교수회는 18일 '미투(Me Too)는 우리 사회의 구조와 체질을 바꾸는 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선언문을 발표해 미투 피해자들에 대한 지지와 연대의 뜻을 밝혔다.
 
국내 대학의 평교수 조직이 수평적으로 연대하여 특정 사회운동에 대한 지지 선언문을 공동으로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선언은 서울대학교 여교수회에서 발의하여 수일 만에 전국 국공립대 사립대 등 총 44개교의 평교수 조직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선언에 참여한 교수들은  "한국 사회에 묻혀 있었던 성폭력, 성희롱, 성차별의 문제가 미투 운동을 통해 겉으로 드러나게 되었다"며 "현재의 미투운동이 사회 전반을 개혁하는 운동으로 진화해 간다면 한국사회 성장을 위한 값진 기회"라고 미투 운동이 가지는 한국 사회 변혁의 의의를 적극적으로 평가했다.
 
선언문에서 이들은 "쏟아져 나오고 있는 #MeToo #WithYou 목소리는 오랫동안 누적된 성차별과 일상화된 여성 비하라는 구조적 문제를 표출하고 있다"며 "우리 사회의 노동 문화 ‧ 조직문화의 후진성, 구성원 간 상호 존중의 부재, 권력의 오남용 등은 서로 연관된 미투운동의 본질적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선언에 참여한 교수들은 "현재의 운동이 폭로나 고발에 그치지 않아야 하며 정파적 대립으로 인해 운동의 의미가 왜곡되어 해석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늦게나마 일어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자정 움직임이 선정적인 폭로 경쟁 속에 묻히거나 정치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자 하는 다툼의 산물로 축소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선언 참여자들은 대학 내 실태에 관해서도 "학교는 모든 구성원이 안전하게 자기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환경이어야함에도 불구하고 성폭력‧ 성희롱‧ 성차별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며 "이번 운동이 대학 사회에 변혁을 가져와 구성원들의 다양성이 존중되고 모두가 건강한 시민성을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우리부터 더 적극적인 자세로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선언에 참여한 여교수들은 미투 운동이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미투 운동이 우리 사회의 구조와 체질을 바꾸는 시발점이 되어 본질적인 변화의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제도와 문화 개선을 위해 차분하고 합리적인 논의가 진행되어야 하며 특히 정부는 이 기회를 지속가능하고 실행가능한 구체적인 정책으로 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투운동이 제기하고 있는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는가는 우리 사회의 조직문화, 노동문제에서부터 나아가 삶의 질, 인구문제와 인적 자원의 사회적 활용 등 앞으로 한국 사회가 어떤 의미 있는 성장을 할 것인가에 직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선언문 발표의 경위와 관련해 서울대 여교수회 전화숙 회장은 “이번 선언을 준비하면서 여교수들의 폭발적이고 뜨거운 호응에 놀랐다”면서 “전체 대학의 평교수 조직의 연락망조차 없었던 상태에서 단 며칠 만에 44개 학교가 선언에 동참했다는 것은 미투 운동에 대해 이미 깊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고, 한국 사회의 구조적 변화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언문이 나오기까지 주도적 역할을 한 서울대학교 여교수회는 국공립대학으로부터 시작해 각 대학 여교수회에 연대와 동참을 타진했고, 이 과정에서 여대의 경우는 성별에 관계없이 모든 교수들이 포함된 교수협의회나 교수평의회가  참여했으며  여교수회 자체가 조직되어 있지 않은 대학의 경우에는 자발적인 상호 연락을 통해 다수 교수들의 참여가 이루어졌다. 짧은 서명 시간 때문에 미처 연락이 닿지 못한 학교도 많아 “체계적인 연락이 가능했다면 대다수 대학이 참여했을 것이라고 본다”고 서울대학교 여교수회는 밝혔다.
 
특히  카이스트 등,  사회적 이슈에 관해 목소리를 내는 일이 드문 이공계 중심의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들까지 선언에 참여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다음은 선언문 전문이다.
최근 한국 사회에 오랫동안 묻혀 있었던 성폭력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고통을 토로하는 피해자들에게 우리는 깊은 지지와 연대의 마음을 보낸다.

사법·문화·정치계 등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는 #Me Too, #With You 목소리는 오랫동안 누적된 성차별과 일상화된 여성 비하라는 구조적 문제를 표출하고 있다. 우리사회의 노동 문화·조직 문화의 후진성, 구성원 간 상호 존중의 부재, 권력의 오남용 등은 서로 연관되어 있으며 미투운동의 본질적 원인이다.
 
대학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도 이런 문제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학교는 모든 구성원이 안전하게 자기의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환경이어야 함에도 성폭력·성희롱·성차별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우리는 이번 운동이 대학 사회에 변혁을 가져와 구성원들의 다양성이 존중되고 모두가 건강한 시민성을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이 운동은 한국사회 성장을 위한 값진 기회이며 우리는 이 기회가 헛되이 소진되지 않도록 힘을 모아 노력할 것이다.
 
현재의 운동이 폭로나 고발에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정파적 대립으로 인해 운동의 의미가 왜곡되어 해석되지 않기를 바란다. 성별 간 대립으로 오해되지 않기를 바란다. 성폭력·성희롱·성차별의 해결 없이, 한국 사회의 평등한 조직 문화와 민주적 소통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현재의 미투운동이 우리 사회의 구조와 체질을 바꾸는 시발점이 되어 본질적인 변화의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를 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제도 및 문화 개선을 위해 차분하고 합리적인 논의가 일어날 것을 기대한다. 정부는 이 기회를 지속가능하고 실행가능한 구체적인 정책으로 살릴 것을 촉구한다.
 
현재의 운동이 이 땅을 살아갈 후손들을 위해 한국 사회 전반을 개혁하는 운동으로 진화해 갈 수 있도록 우리도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2018. 3. 19.

강원대학교 여교수회 회장 길양숙
강릉원주대학교(강릉캠퍼스) 여교수 배수명 외 46인
건국대학교(글로컬캠퍼스) 여교수회 회장 염지숙
경기대학교 여교수 류전희 외 52인
경남대학교 여교수회 회장 조미원
경북대학교 여교수회 회장 채연숙
경상대학교 여교수회 회장 정면숙
경희대학교(서울캠퍼스) 여교수회 회장 이경희
고려대학교 여교수회 회장 백경희
공주대학교 여교수회 회장 김희경
광주과학기술원(GIST) 여교수 일동
광주대학교 여교수회 회장 오현정
군산대학교 여교수회 회장 남이숙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여교수 모임 김소희 외 11인
명지대학교 여교수 전양진 외 18인
목포대학교 여교수회 회장 조경희
부산대학교 여교수회 회장 하경자
서강대학교 여교수회 회장 나은영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여교수회 회장 조유진
서울대학교 여교수회 회장 전화숙
서울시립대학교 여교수회 회장 김미영
숙명여자대학교 교수협의회 회장 위경우, 이진호, 강애진
아주대학교 여교수회 교수 45인
안동대학교 여교수회 회장 정숙희
연세대학교 여교수회 정경미 외 82인
영남대학교 여교수회 회장 서정숙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 정무영 외 143인
이화여자대학교 교수평의회 의장 우정원
전남대학교 여교수회 회장 김경신
전북대학교 여교수회 회장 김정자
제주대학교 여교수회 회장 이예안
조선대학교 여교수회 회장 조은희
중앙대학교 여교수 정슬기 외 56인
충남대학교 여교수회 회장 홍성심
충북대학교 여교수회 회장 신혜은
포스텍 여교수 이영숙 외 19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여교수 윤정로 외 50인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여교수회 회장 설진아
한국외국어대학교 여교수회 회장 김우조
한국해양대학교 여교수회 회장 홍옥숙
한림대학교 여교수회 회장 김춘길
한밭대학교 여교수회 회장 김양순
한신대학교 여교수 고정갑희 외 14인
한양대학교 여교수 백은옥 외 46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