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트리뷴=백승원 기자]  야구, 축구 등 한국스포츠에서 잘 키운 외국인 선수 하나가 남부럽지 않은 시대다.

 

이는 경마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2015년 5월 한국경마에 혜성처럼 등장한 세르비아 출신 페로비치 기수(36)는 일명 ’페로비치 효과‘라는 신조어를 제조하며 한국 경마계를 뒤흔들었다.

 

 

그런 그가 지난 11일을 끝으로 약 3년간의 한국경마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페로비치 기수는 총 486번 출전해 101번의 우승을 달성 렛츠런파크 서울 랭킹 1위(2018년2월12기준)로 화려했던 기수생활을 종료했다. 승률과 복승률(1착과 2착을 동시에 적중시키는 형식의 투표권으로 1,2착의 착순은 상관없는 방식)은 각각 20.8%와 35%를 기록했다.

 

그는 어린 시절 동네이웃이던 경마장 주인의 권유로 작은 체구에 딱 맞는 기수라는 직업을 갖게 됐다. 이후 17살이란 어린 나이에 기수 면허를 취득한 후, 이탈리아와 세르비아에서 맹활약했다. 또한, 영국과 일본 등 세계 각지를 누비며 총 827승의 우승 기록을 세웠다.

 

타고난 기승감각을 갖춘 ‘페로비치’지만, 한국생활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데뷔 후 2달 동안은 단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해 집에 돌아가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가능성을 알아본 박대흥 조교사의 도움으로 “한국에서 말을 훈련하고 다루는 법” 등을 배울 수 있었다.

 

한국경마의 황태자로 불리는 문세영 기수와는 선의의 경쟁자이자, 막역한 친구로 지내며 한국생활에 차츰 적응해나갔다. 또한, 경주마의 페이스 안배를 통해 역량을 이끌어내는 능력, 악벽마(성질이 난폭하여 길들일 수 없는 말)를 제대로 추진하는 기술 등 뛰어난 기승술로 한국경마팬의 사랑도 한 몸에 받았다.

 

페로비치 역시 한국경마에서 인상적인 추억이 결승선을 코앞에 둔 직선주로에서 팬들의 뜨거운 환호성과 응원이라고 답했다. 또한, 뚝섬배 대상경주(경주질의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높은 수준의 경주마들로 편성해 치르는 축제 형식의 경주)에서 실버울프와 함께 거둔 우승이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이라 말했다.

 

뚝섬배는 자신이 우승한 경주 중 가장 큰 경주이기도 하지만 부산과의 오픈경주로 쟁쟁한 부산 경주마를 제치고 승리했다는 것이 남달랐다고 한다.

 

지난해 페로비치 기수는 한해의 최고 선수만 받을 수 있다는 ‘최우수 기수’에 선정된 것은 물론, ‘베스트인기상’까지 휩쓸었다. 그가 이처럼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특유의 성실함 때문이다.

 

한국 기수들에게 뜨거운 열정을 가진 외국인 기수는 좋은 자극이었다. 외국의 다른 기승술을 함께 공유하고 학습하며, 우리나라 선수들 역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페로비치’의 인상적인 경주모습은 한국경마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고, 스포츠팬에게는 특별한 즐거움도 선사했다.

 

세르비아로 돌아가 가정을 꾸리며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는 페로비치 기수의 앞날을 응원해본다. 

(대상경주) : ‘대규모의 축제형 경마대회’의 전통을 수립하고 경주질의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높은 수준의 경주마들로 경주를 편성하여 치르는 축제 형식의 경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