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하나·국민은행 채용비리 고발...금융권 전반 지배구조 파장 불가피
금감원, 하나·국민은행 채용비리 고발...금융권 전반 지배구조 파장 불가피
  • 윤민경
  • 승인 2018.02.0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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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이사제' 도입 탄력 받을 듯...채용비리 수사 보험·증권사 확대
 
[비즈트리뷴] 암암리에 행해지던 은행권 채용비리가 수면위로 드러나면서 금융감독원이 혐의가 드러난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등을 포함, 5개 시중은행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금감원이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시중은행을 전수조사한 결과 채용비리 정황이 잇달아 포착되며 시중 은행들은 바짝 긴장한 상태다.

특히, 국민은행은 윤종규 회장 조카의 특혜 채용 정황이 포함돼 향후 검찰 수사가 주목된다. 13건으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 하나은행은 의혹이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연일 민간 금융사 지배구조 대수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특혜채용 혐의로 향후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감독이 강화되면서 금융권의 경영체제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 하나은행 "채용비리 없다"...국민은행은 묵묵부답

심상정 정의당 의원실이 금감원에서 제출받은 '은행권 채용비리 검사 잠정결과 및 향후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차례에 걸친 검사에서 채용비리가 의심되는 사례 22건을 적발했다.

채용비리로 적발된 은행은 하나·국민·광주·부산·대구 등 5곳으로 확인됐고 하나은행의 채용비리가 총 13건으로 가장 많았다.

하나은행은 채용비리 혐의 중 청탁에 따른 특혜 채용이 6건이었고 특정대학 출신 합격을 위한 면접점수 조작은 7건이었다. 소위 명문대 출신 지원자 7명의 점수는 올리고 수도권 등 다른 대학 출신 지원자 7명의 점수는 내리는 방식으로 합격과 불합격을 조정했다는 것이다.

하나은행은 2016년 신규채용 당시 사외이사의 지인인 지원자가 필기전형과 1차 면접에서 최하위 점수를 받았지만, 전형 공고에도 없던 '글로벌 우대'를 적용했고 임원면접 점수도 임의로 올려 최종 합격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하나은행 측은 "채용비리 사실이 없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채용비리 사실이 없으며 특혜채용 청탁자도 없다"면서 "글로벌 인재는 해외대학 졸업자를 대상으로 별도 심사를 진행해 채용한 것이고, 특정인을 위한 면접점수 임의 조정 사실이 없다"고 항변했다.

특정대학 출신 합격 논란에 대해선 "특정대학 출신을 합격시키기 위한 면접점수 조작 사실 없으며, 입점대학과 주요거래대학 출신을 채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총 3건의 채용비리가 포착된 국민은행은 최고경영자인 윤종규 회장이 연루된 이번 금감원 조사결과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민은행은 2015년 신규 채용 당시 윤 회장의 조카가 서류전형에서 840명 중 813등, 1차 면접에서 300명 중 273등으로 최하위를 기록했지만 2차 면접시 최고등급을 받아 최종 4등으로 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 당국 "채용비리 조사 확대"...금융권 지배구조 파장 불가피
 
지난해부터 이어온 금융사 최고경영자의 '셀프연임' 논란에 대한 당국의 문제제기가 계속된만큼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당국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금융당국은 금융지주사 CEO의 셀프연임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지배구조 개편의 필요성을 여러차례 강조한 바 있다.

또 금감원이 발표한 채용비리 건 중에서 사외이사와 연관된 혐의가 속속 드러나면서 민간 금융사 경영진과 사외이사가 '한통 속'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국민은행은 2015년 신규채용에서 전 사외이사의 자녀가 서류전형에서 공동 840등으로 꼴찌였음에도 서류전형 인원을 840명에서 870명으로 늘려 해당 전형을 통과시켜 최종 합격시켰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하나은행 역시 2016년 신규채용에서 사외이사의 지인인 지원자가 필기전형과 1차 면접에서 최하위 점수를 받았음에도 전형 공고에도 없던 '글로벌 우대'를 적용했고, 임원면접 점수도 임의로 올려 최종 합격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총 22건의 채용비리 정황 속에서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에서 모두 사외이사와 관련된 혐의가 발견되면서 주총 때마다 도마에 올랐던 노동이사제가 탄력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 노동조합이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재상정 예정인 '노동이사제'로 불리는 노조추천 사외이사 안건에 반사이익이 생길 것으로 보여 앞으로 현직 최고경영자 선출과정에서 노조의 영향력이 커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민은행 노조는 지난 주총에서 노조추천 사외이사를 주총 안건에 올렸지만 부결됐고 오는 주총에서 다시 제의할 뜻을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채용비리 혐의를 정확히 밝히는 것이 우선이지만, 연일 거세지는 금융당국의 셀프연임 지적과 높아지는 노조의 영향력으로 금융사들이 경영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발표한 올해 업무계획에서 적발된 채용비리 기관에 대한 해임 카드까지 꺼내 최악의 경우 은행장 사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은행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전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점검과 금감원의 은행권 채용비리 조사 결과 채용비리가 우리 사회에 만연함이 드러났다”며 “금융위는 관계기관과 협조해 다른 금융기관의 채용비리 유무를 조사해 엄정 처리하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내달 보험사와 증권사 등 제2금융권에 대해서도 채용비리 현장 점검에 착수하겠다고 밝혀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하는 상황이다.
 

[윤민경 기자 bnb826@biz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