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관세폭탄 맞은 현대제철, 경쟁사 포스코 옹호한 까닭은
美관세폭탄 맞은 현대제철, 경쟁사 포스코 옹호한 까닭은
  • 권안나
  • 승인 2018.02.01 10: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즈트리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과도한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여파가 국내 철강업계로 확산되는 가운데, 현대제철이 경쟁사인 포스코를 옹호하고 나선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최근 미국 상무부에 "포스코는 정부 보조금을 받지 않았다"며 "포스코가 보조금을 받아 제품을 싼 가격에 팔았다는 상무부 판단은 사실이 아니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같이 현대제철이 경쟁사인 포스코의 변호인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것은 포스코산 열연강판을 꼬투리 잡아 한국산 철강재 전체에 관세 폭탄을 씌우려는 미국의 공세를 막아서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미 상무부는 지난 2015년 12월 현대제철(6.23%)과 세아제강(2.53%)이 국내보다 낮은 가격으로 미국에 송유관을 수출하고 있다면서 반덤핑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현대제철에만 반덤핑관세를 19.42%로 상향하는 연례재심 예비 판정을 내렸다. 포스코 제품을 썼다는 이유로 현대제철의 송유관에 대한 반덤핑관세가 단숨에 세 배나 올라간 비정상적 조치가 취해진 셈이다.

2016년에는 포스코산 열연강판에 대해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았다고 판단될 때 매기는 상계관세(57%)를 매긴 바 있다. 미국은 정부 보조금을 받은 포스코의 열연강판이 싼값에 팔려 한국 시장 전체의 낮은 제품 가격이 형성됐고, 이것이 미국의 자국 제품을 위협하고 있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제철에 취해진 관세 폭탄이 ‘제2의 넥스틸 사태’로 확대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포스코 열연을 사용한 넥스틸에 PMS가 적용돼 2016년 8.04%였던 유정용강관(OGTC)의 반덤핑관세가 46.37%로 수직 상승하며 미국 수출길이 막힌 바 있다. 따라서 이번에 PMS가 적용된 현대제철의 반덤핑관세도 40% 수준까지 올라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포스코에서 시작된 불길이 한국 철강 업계 전반으로 번지는 양상을 보이자 현대제철은 포스코의 결백을 증명해 돌파구를 찾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은 당분간 경쟁사인 포스코와 손을 잡고 미국발 통상제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전망이다.

포스코는 국제무역법원(CIT)에 열연강판에 대한 판정을 바로잡기 위해 제소했으나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1년여의 시간이 걸릴 예정이다.

[ 권안나 기자 kany872@biztribun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