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네탓만'…정치판은 여전히 '탓' 하기 바쁘다
[기자수첩] '네탓만'…정치판은 여전히 '탓' 하기 바쁘다
  • 김려흔
  • 승인 2018.01.30 17: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역지사지 모르는 여·야에게 남은 것 '내로남불' 뿐
▲ 김려흔기자
[비즈트리뷴] 국어사전에 정치는 '나라를 다스리는 일.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을 한다'고 정의돼 있다.

우리나라 정치판을 떠올리면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이란 사전적 의미가 가장 공감하기 어렵다. 아마도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정치꾼'이라고 평가받는 이유 중 하나이지 않을까.

여야의원들은 매일 쏟아지는 사건·사고 사이로 국민들을 향해 이달 30일부터 시작되는 2월 임시국회에서 '복장 터질 준비를 하라'는 예고편을 시사한다.

우리는 지난 2014년 4월 16일을 여전히 기억한다. 전남 진도군 인근 바다를 보며 눈물을 흘렸던 국민들은 전국에서 비바람을 견디며 촛불을 들었다. 그렇게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다.

국정농단과 소통의 부재로 정국을 뒤 흔들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판하며 문재인 대통령은 말했다. "사람이 먼저다"라고.
한 나라의 수장이 바뀌었고 함께하는 선수진영도 교체됐지만 국민들의 답답함과 갑갑함은 사그라들 지 않고 있다. 오히려 불안과 공포는 심화된듯 하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참사는 이어진다. 특히 지난해 12월과 1월 두달만 해도 영흥도 낚싯배 전복사고와 제천 화재 참사가 발생했다. 연이어 지난 26일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가 있었다. 문재인 정부의 출범 9개월 동안 420여 명의 사상자와 그중 107명의 사망자에 대해서는 어떠한 변명도 용납될 수 없다.

참담한 사건·사고 가운데 바뀐 여야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다. 사건·사고가 터질 때마다 상대측에 책임을 운운하지만 마땅히 책임지는 사람도, 구체적인 해결방안도 없다. 무엇보다 '상호 간의 이해'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사안인 마냥 '네탓내탓', '탓'만 하기 바쁘다. 우스운 꼴이 아닐 수 없다.

적폐청산은 오른쪽에 있던 것을 왼쪽으로 옮기는 것이 아니다. 치우친 쪽의 잘못된 것은 과감히 버리고, 좋은 것은 수용해서 가운데로 맞추는 것, 그렇게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진짜 '적폐청산'이다.

지난 26일부터 29일, 의원들이 한 발언을 되돌아본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국당에서는 이 문제 관련한 대통령 사과와 내각 총사퇴를 주장했는데요.) 뭐 그렇게 말씀을 하신다면은 사실은 이 직전의 이곳(경남)의 행정의 최고 책임자는 누구였는지도 한번 봐야 되겠죠."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홍준표 책임이라고도 이야기했다면서요? 그래 내가 어이가 없는 게 민주당의 지도부의 지적 수준이 그것밖에 안 된다 이 말이에요. 지적 수준이 그것밖에 안 되니 그러니까 나라가 엉망이다 이거야…"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소통과 정치보복에 혈안이 된 이 무능한 정권이, 국민의 기본적인 생명권도 지키지 못하는 이 참담한 상황을 만들어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큰 사과를 해야 됩니다. 그리고 청와대 내각 총사퇴해야 합니다."

이 와중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국민적 염원인 동서화합, 미래를 위한 개혁의 가치는 폄훼하고 반대를 위한 반대로 별도 창당까지 하는 모습에서 이제는 단절해야 할 구태정치의 마지막 그림자를 보고 있습니다."

조배숙 국민의당 의원(민주평화당 창단준비위원장)은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입니다. 거짓으로 거짓을 덮고 적폐 DNA를 노골화한 안철수표 새정치 사기극은 끝났습니다."

지난 세월호 사태와 비교해보면 '여야' 이름표만 바꿔단 꼴이다. 국민이 죽어나가는 시국에 여야 의원들에게는 국민의 목숨이 우선순위인 모습은 여전히 찾아볼 수 없고, 상대 측 '발목잡기'만 급급하다. 무엇보다 국민의 목숨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부디 그 어떠한 상황에 직면하더라도 국가가 지키지 못하는 국민은 없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국정에 임해줄 것을 소망한다.

'역지사지'를 모르는 여야에게 남는 것은 '내로남불' 꼴뿐이라는 것을 잊지말아야, 다가오는 지방선거에 투표소로 향하는 국민들의 발걸음이 조금은 가벼울 수 있을 것이다.

[ 김려흔 기자 eerh9@biztribun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