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의 진화 ①] Commerce 3.0 큐레이션 커머스
[쇼핑의 진화 ①] Commerce 3.0 큐레이션 커머스
  • 승인 2015.03.22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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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 커머스란?

큐레이터와 도슨트가 추천합니다

▲ 대림미술관의 도슨트
 
소설 '다빈치 코드'는 루브르 박물관의 수석 큐레이터인 자크 소니에르가 살해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여기서 등장하는 조금은 생소한 직업인 큐레이터(Curator)는 쉽게 말하면 박물관의 전체적인 관리를 담당하는 사람을 뜻한다. 전시 작품의 수집, 보존과 연구뿐 아니라 전시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등 박물관과 소장품과 관련된 다양한 제반업무를 수행한다. 박물관 또는 미술관에서 만날수 있는 또 다른 직업(또는 서비스)으로 도슨트(Docent)가 있다. 가르치다라는 뜻의 라틴어docere 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있듯이 도슨트는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에게 작품을 감상함에 있어 필요한 이론적 지식을 제공하는 일을 한다.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에 이어 등장한 큐레이션 커머스는 박물관의 큐레이터와 도슨트가 합쳐진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 상거래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배경을 박물관에서 온라인 쇼핑몰로 옮겨오면 그 의미가 좀 더 명확해진다. 쇼핑채널의 큐레이터는 판매할 상품들을 소싱(sourcing)하고 관리하며 특성을 파악할 뿐 아니라 해당 상품의 전시(display)를 기획한다. 그리고 도슨트는 소비자들이 상품을 구매함에 있어 필요한 전문적인 정보들을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큐레이션 커머스은 단순히 다수의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조달하여 나열하고 방대한 상품정보를 붙여두는 '진열식'이 아니라,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선별한 상품에 합리적인 가격을 붙여 구매를 제안하는 '추천식' 쇼핑채널인 것이다.

최근 큐레이션 커머스가 주목 받는 이유를 살펴보면 앞서 언급한 "합리적 소비"를 위한 조건의 변화와 그 흐름을 같이 한다. 큐레이션 커머스 역시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 고려해야 하는 '비용'에 대해 소비자들의 인식이 변하면서 나타나게 된 소비채널인 것이다. 온라인 채널의 득세 이후 '가격'중심의 소비 합리성이 비교 ∙ 검색 기반의 오픈마켓 성장을 이끌었으나 점차 반복적인 상품 검색과 비교 과정에 소요되는 시간까지 '비용'으로 인식하게 되면서 최저가 패러다임을 지향한 공동구매 형태의 소셜커머스가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소셜커머스 역시 취급 상품군의 확대와 경쟁구도 과열로 특정 상품에 대한 최저가 공동구매라는 근본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오픈마켓化 되었고, 상품의 품질 및 사후 관리에서 약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 결과 가격이 합리적 소비의 필요조건이기는 하나 충분조건이 될 수는 없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면서 큐레이션 커머스 시장의 성장 토대가 마련되었다.

큐레이션 커머스의 가장 큰 특징은 상품에 대한 높은 신뢰도와 만족감이라고 할 수 있다. 단기간에 집중적인 수요 창출로 큰 폭의 할인을 이끌어내는 소셜커머스나 다수의 판매자 간 경쟁으로 가격을 낮추는 오픈마켓과 비교하면 큐레이션 커머스가 가격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합리적인 소비의 두 가지 조건인 '비용'과 '만족감' 사이의 적절한 비율 조절로 소비자 효용의 극대화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분명 앞선 채널들과 차별화되는 장점이 있다. 무조건적인 최저가를 지향하기 보다는 다양화된 소비자의 취향에 적합한 상품을 보장된 품질로 제공하여 소비자들이 본인들의 선택에 대한 합리성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요약하면, 믿을 만한 전문가가 엄선한 양질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손쉽게 살 수 있다는 점이 큐레이션 커머스가 가지는 가장 큰 매력이다.

■큐레이션 커머스의 종류

큐레이션 커머스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에 따라 '서브스크립션(sub-scription) 큐레이션 커머스'와 'SNS 형 큐레이션 커머스'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정기구독을 뜻하는 서브스크립션에서 나타나듯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는 매달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특정 상품군의 전문 큐레이터들이 엄선한제품들을 선별적으로 추천하거나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형태이고, SNS 형 큐레이션 커머스는 사용자들이 자체적으로 고른 상품에 대해 SNS 를 기반으로 개인화된 피드백을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구별이 된다.

 
 

■서브스크립션 큐레이션 커머스




 
서브스크립션 큐레이션 커머스(이하,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는 정기적으로 일정 구독료를 지불하면 해당 업체가 상품을 선별하여 배달해주는 서비스이다. 신문이나 잡지를 정기 구독하듯 한 달에 한번 혹은 일주일에 한 번 등 정해진 날짜에 필요한 물건을 배달 받는다. 정기적으로 배달 받는 상품들은 대부분 매일 사용하는 소모품이나 소량의 신제품(화장품 샘플 등)이다. 매번 떨어질 때마다 사러 가기 귀찮았던 생필품을 집에서 받아보거나 얼리 어답터처럼 새로운 상품을 한 발 빠르게 써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화장품의 경우 상품을 미리 써보고 다음 제품 구매시 참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활발히 정기구독이 이뤄지고 있다.

최초의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는 2010년 미국에서 시작된 '버치박스(Birchbox)'로 알려져 있다. 버치박스는 매월 일정금액([표 6] 참조)을 내면 4~5개의 화장품 샘플을 배달해주는 서비스이다. 소비자는 매장에서 제품을 써본 뒤 구입하는 번거로움 없이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테스트해볼 수 있다. 3년 전에는 남성을 위한 '버치박스 맨(Birchbox Man)'이 출시돼 인기를 끌고 있다. 버치박스를 창업한 케이샤 보샴과 헤일리 바나는 버치박스의 성공으로 현재 보유자산가치가 약 2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안타증권 김태홍 연구원, 비즈트리뷴 이기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