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카드 내밀자…시세 폭락
법무부,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카드 내밀자…시세 폭락
  • 승인 2018.01.11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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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기 법무부 장관 ㅣ 법무부
 
[비즈트리뷴] 과열 투기로 논란을 빚고 있는 가상화폐에 대해 정부당국의 규제가 심화되는 양상이다. 

금융당국에 이어 법무부까지 가상화폐 규제를 심화할 것이란 입장을 내놓으면서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 가상화폐 시세는 일제히 폭락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11일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한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 중에 있으며 거래소 폐쇄까지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가상화폐 거래가 사실상 투기·도박과 비슷한 양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버블이 붕괴됐을 때 개인이 입을 손해가 커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검찰, 경찰, 금융위원회 등 부처간 협의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박 장관은 "거래소 폐지법안에 대해 부처 간 이견은 없다"면서 "입법까지는 시일이 걸리겠지만, 그 전까지 중간단계에서 부작용 없애기 위한 방안을 시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최대 가상화폐 시장인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거래소 폐쇄를 검토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미국은 선물거래소에 모든 형태 거래를 거래 대상으로 삼는데, 비트코인 선물거래소 상장도 그런 측면에서 봐야 한다"며 "이는 가상화폐를 가치를 수반하는 상품으로 의미부여 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답했다.

이어 "일본도 전면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다"며 "'김치 프리미엄'이 등장한 것은 한국 거래가 비정상적이라는 평가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폐쇄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 오후 9시 8분 빗썸 기준 가상화폐 시세 ㅣ 빗썸
 
거래소 폐쇄 카드에 가상화폐 시세 폭락

이날 오전 법무부에서 거래소 폐쇄 가능성을 언급하자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 모든 가상화폐가 일제히 급락했다.

11일 오후 9시 8분 현재 가상화페 거래소 빗썸 기준 비트코인은 전거래일보다 245만5000원(-11.28%) 내린 1930만4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6일 역대 최고가인 2660만원을 기록한 적도 있었으나 현재 2000만원을 하회하며 1900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이더리움은 전 거래일보다 42만2100원(-19.80%) 내린 170만88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달 1000% 이상 급등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던 리플도 전날보다 529원(-17.79%) 내린 2443원을 기록하고 있다.

오늘 가상화폐 시세는 법무부의 규제 발언이 나온 직후 한때 40% 가량 폭락하기도 했다.

그러나 청와대에서 관련 발언은 법무부의 의견일 뿐이라며 진화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면서 폭락 기세는 다소 누그러지기도 했다.    

다만 가상화폐 규제 강화에 대한 정부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을 뿐 아니라 빗썸, 코인원 등 주요 거래소가 규제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데 따른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아 시세는 여전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가상화폐 규제'를 두고 다른 입장 내놓는 부처들…누굴 믿어야 하나

법무부의 '거래소 폐쇄' 발언을 두고 금융위원회와 청와대가 온도차를 보이고 있어 투자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 4차 산업혁명 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법무부 장관의 말씀은 부처간 조율된 말씀이고 서로 협의하면서 할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해 박 장관의 발언을 두둔했다.

그러나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암호화폐 거래소 폐지와 관련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발언은 법무부가 준비해온 방안 중 하나이지만,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라며 해명에 나선 것이다.

각 부처가 서로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는 것에 대해 정치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법무부 장관의 거래소 폐쇄 발언 관련,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거래소 폐쇄로 자금이 해외로 유출되거나 4차산업혁명 시대 블록체인, 암호화폐에 대한 관련 기술발달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암호화폐 유통 및 시장은 앞으로 인위적으로 막기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가상통화를 규제가 아니라 범죄로 단죄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금지하면 온라인 외국거래소 가서 다 거래하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투자자들도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이날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약 2000여 건에 달하는 가상화폐 규제 반대 청원글이 올라왔다.

한 네티즌은 "4차산업혁명 기술을 바다이야기같은 사행성 도박으로 간주해 서민들의 재산에 피해를 입히고 일관성 없는 발표로 혼란을 주는 정부는 반성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법무부 장관님의 거래소 ‘폐쇄’라는 심사 숙고한 단어 선택과 입장 표명이라고 보기 어려운 발표에 대해 유감"이라며 "부서간 합의되지 않고 일관적이지 않은 입장 표명이 국민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불안하게 한다는 것을 명심해 달라"고 지적했다.

[김현경 기자 kimgusrud16@biz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