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유통 무슨일이②] "금품·향응…오랜기간 갑질 피해"
[농협 유통 무슨일이②] "금품·향응…오랜기간 갑질 피해"
  • 승인 2018.01.15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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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 "비정상적 계약관계로 갑질"…농협 "개인적인 일로 할말 없다"
[비즈트리뷴] "기형적인 계약관계가 결국 갑질 사례를 만든 원인이었죠." 농협하나로유통(이하 농협)이 40여년간 관리해온 기흥혼수센터 비상대책위(이하 상인들)은 비상정적인 계약구조로 인해 농협의 관리 직원들부터 오랜기간 갑질 피해를 입어왔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특히 영업 관련 사항들을 허가하는 과정에서 현금이나 제품, 더 나아가 향응을 직접적으로 요구하는 경우가 허다했다고 한다. 금품을 제공한 특정 업체에게 내부 정보를 제공하며 혜택을 준 사례도 있다는 주장까지 나와 갑질논란이 가열되는 형국이다.

이에 대해 농협 측은 "과거의 일이고 개인적으로 이뤄진 일들이어서 회사 차원에서는 할말이 없다"고 했다.

15일 기흥혼수센터 상인들과 농협 측에 따르면 이들의 인연은 1974년 서울 중구의 현 남대문경찰서 자리에 농협이 혼수제품을 집적 판매하는 시설을 확보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농협은 입점 희망자 중에서 일정한 요건(생산시설을 소유하고 있을 것 등)을 충족하는 상인들에 한해서만 점포사용계약을 체결했고, 입점 상인들은 판매 품목과 매수대상을 농협이 지정해주는 형태로만 영업이 허용됐다. 

이같이 농협의 의사결정하에 제한적인 영업활동이 가능했던 기형적인 구조로 인해 농협 관계자들은 칼자루를 쥘 수 있었고, 상인들과는 철저한 갑을관계가 형성됐다는 주장이다. 

▲ 농협하나로혼수센터 l 기흥혼수센터 비대위 제공
 
상인들 주장에 따르면 계약서에는 농협 측이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할 수 있으며, 상인들은 이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다는 항목도 포함됐었다. 또 일방적으로 보증금을 증액할 수 있는 권한, 판매장소의 이전을 비롯한 계약내용 변경에 대해 일방적인 결정과 통보가 허용됐다.

이외에도 농협 관리자들은 상인들의 출퇴근 등 근무환경 전반에 대해 통제, 판매대금의 관리(농협에 입금 후 수수료 공제 뒤 지급받음) 등의 권한도 가지고 있다. 갑질에 대한 범정부적인 차원의 엄격한 감시가 이뤄지고 있는 요즘 같은 시대에는 가히 상상할 수도 없는 내용들이 계약서에 포함됐고, 이들 사이에서 실제로 일어난 셈이다.

농협 측에서는 이같은 시스템에 대해 "어떤 유통업체건 그 회사의 사업장에서 판매하게 되면 계약된 업체가 아무 상품이나 판매하게 하는 경우는 없을것이고, 다른 품목을 요청했을 때 안된다고 한적도 없다"며 "(출퇴근 통제와 관련해서) 영업시간 안에 문을 닫아두면 손님들이 왔을 때 닫힌줄 알텐데 영업시간 중에는 오픈해서 영업하는 게 맞지 않겠냐"며 일반적인 통제 수준이었다고 반박했다. 판매 대금의 관리는 "효율적인 측면에서 정산을 해드린 것"이라는 입장이다.

기흥혼수센터는 당시 농협중앙회에서 차·부장급 직원들이 담당해 관리하는 형태로 운영됐다. 이같이 센터의 관리인으로 지정돼 상인들과 갑질논란이 불거져 있는 인물 중에는 현재 수도권의 하나로클럽 사장들도 포함돼 있다.

상인들은 "혼수센터에 입점하기 위해서는 농협중앙회 직원에게 현금을 상납해야만 했다"면서 "또 신규제품을 등록할 때도 현금 상납이 이뤄졌다. 때로는 이를 적절히 활용해 상인들이 문제제기를 할 경우 신규제품 등록을 받아주는 형태로 사건을 무마시키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상인 A씨는 "1998년 이 모 차장에게 당시 농협하나로혼수센터에 입점하기 위해 2000만의 수표를 준비했는데 현금으로 준비하라고 해서 쥬스박스에 담아서 건냈다"고 했다. 상인 B씨는 "현재 수도권 하나로유통에 사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당시 박 모 차장에게 개인사업자 입점 조건으로 500만원을 현금으로 주고 신규제품등록시 제품 1개당 100만원을 현금으로 줬다"고 말했다.

때로는 상인들에게 현금을 빌리기도 했으며, 식사나 술자리 접대, 운전, 더 나아가 여자를 소개해달라는 요구까지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이를 거절할 경우 불이익이 돌아오기도 했다고 한다.

상인 C씨는 "2005년경 부임한 권 모 차장은 부인과 아들을 외국에 유학시키고 혼자산다고 하면서 가끔 저녁식사나 술자리 접대를 받았고, 심지어 여자를 소개해달라는 요구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D상인도 "2012년경 김 모 차장은 노골적으로 접대를 요구해서 수차례 술 접대를 했고 그때마다 현금 200만원을 챙겨줬다. 당시 상인들과 경비들 모두 아는 사실" 이라고 말했다.

농협에서 있는 각종 행사나 재해 등 대량으로 발주가 있는 입찰의 경우 특정 업체에 대해 공개입찰 없이 납품하게 하거나 가격의 내부 정보를 알려주는 대신 수수료를 챙기기도 했다. 상인 E씨는 "2006년경 강원도 인제에 대규모 수재가 발생했을 당시 권 모 차장은 납품건을 챙겨주고 입찰가격 내부정보를 알려주겠다며 계약이 성사되면 수수료를 챙겨달라고 요구했고, 실제로 계약이 성사돼 350만원의 현금을 챙겨줬다"고 주장했다. F 상인은 "매장에서의 판매실적도 없는데 매출은 다른 상인들의 수십배에 이르는 업체들이 있었는데, 농협 직원들이 농협 행사시 공개입찰도 없이 위 업체들에 납품할 수 있는 특혜를 줬다"고 했다.

이같은 문제들에 대해 농협 측에서는 "과거의 일이고 개인적으로 이뤄진 일들이어서 회사 차원에서는 할말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 권안나 기자 kany872@biztribun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