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마다 반복되는 가맹수수료율 인하... 카드사 "내년도 힘들다"
3년마다 반복되는 가맹수수료율 인하... 카드사 "내년도 힘들다"
  • 승인 2017.12.28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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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으로 조달금리 상승, 수수료 인하까지 '이중고' 한숨
▲ 신한카드 사옥ㅣ사진=신한카드
 
[비즈트리뷴]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내년에 다시 인하될 것으로 보여 카드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3년마다 다가오는 카드 수수료 원가 재산정 시기가 내년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정부는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추진 방안을 내놓았다.

정부는 지난 27일 '2018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소상공인의 경영여건 개선 방안 중 하나로 카드 가맹점 우대수수료율 조정을 내놨다. 문재인 대통령,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 겸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정부는 이같은 안건을 확정했다.

원가 재산정은 지난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에 따라 업종별 수수료 체계에서 원가에 기반을 둔 수수료 산정 체계로 변경했다. 원가는 3년마다 재산정토록 했다. 영세가맹점의 범위를 정하고 이들에 대해선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하도록 했다.

카드사들은 지난 8월 본격적으로 시행된 정부의 영세가맹점 수수료 인하 규제로 인한 여파를 올해 3분기 실적 급감으로 여실히 체감했다. 여기에 최근들어 최근 6년반만에 단행한 한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조달비용 부담이 가중된 카드사들로서는 엎친데 덮친 상황이다.

이번 정부들어 본격화하고 있는 잇단 규제와 핀테크 시대를 맞이 전 금융권의 간편결제 수단의 다양화로 실적 악화에 직면한 카드사들은 내년에도 자구책 마련에 부심할 것으로 보인다.

◆ 연이은 규제 소용돌이...'바람 잘 날 없다'

카드업계는 실적 악순환으로 바람 잘 날 없는 한해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한 차례 내린 가맹점 수수료율이 1년 반 만에 다시 인하됐고 금융당국의 대출총량 규제에 따라 대출사업도 발이 묶인 상황이다.

카드사들은 지난해 초 가맹점 수수료율을 인하로 연간 6000억원가량의 수수료 수입이 감소했고, 올해 8월에는 영세·중소 가맹점의 적용 범위가 확대되면서 3500억원 가량의 추가 손실이 발생했다.

또 카드사들이 수수료 인하에 대한 대안으로 대출사업을 야심차게 추진했지만, 정부가 14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대출 총량 규제에 나서면서 대출사업도 마음껏 나서지 못하고 있다.

연이은 규제 소용돌이에 휩싸인 카드업계는 올 3분기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신한·국민·삼성·현대·우리·하나·롯데·비씨카드 등 8개 전업 카드사의 순익은 전년 대비 20% 가량 줄어든 4196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의 순이익(1495억원)은 지난해보다 15.7% 줄었고, 롯데카드는 카드사 중 유일하게 26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신한금융 내 비은행 부문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신한카드의 큰 폭의 실적 하락과 카드사들이 적자를 내는 경우가 거의 드문 상황에서 롯데카드의 적자는 어두운 카드업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또한 2019년부터 본격 시행되는 부가가치세 대리납부제도도 카드사로서는 부담이다. 카드사는 부가세 대리납부를 하기 위해 전산 인프라 구축 및 운영 비용을 지불이 불가피하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리인상에 따른 조달비용 상승과 가맹점 수수료 인하 따른 재무건전성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카드사들의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며 "자산유동화증권(ABS) 등 다양한 수익 포트폴리오를 구상하고 금리변동에 취약한 회사채 비중을 줄이는 노력으로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카드사, '디지털 위에 디지털' 선보여야"

카드사들은 내년에도 불투명한 카드업계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해법 마련에 한창이다. 카드사들은 오래전부터 빅데이터 기반 특화카드 출시 등 '디지털' 강화에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다.

다만, 전 금융권이 내년 핵심과제로 디지털 전략을 전면에 내세운 만큼 카드사들은 간편 결제시장 내에서 차별화된 기술과 고객마케팅을 통해 디지털 위에 디지털을 선보여야할 것이란 것이 업계의 진단이다.

실제로 4차산업 혁명 아래 금융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핀테크 신기술로 무장한 IT업계와 전자, 유통업계 등 다양한 업체들이 속속 간편 결제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카드사들은 또 해외진출이나 신사업 추진 등으로 해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이 역시 당장 수익으로 연결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지속적인 투자여건을 갖추는 것이 관건이다.

해외 진출의 경우 이제 막 시작한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고 신사업 추진은 협력업체와의 이해관계 및 당국 규제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은 것도 어려운 점이다.

카드사들은 '첩첩산중' 말 그대로 산넘어 산인 상황이다. 올 한해 무사히 넘기기 위해 새로운 수익활로를 모색하며 안간힘으로 버텨왔지만, 정부의 이번 추진안으로 내년에도 더 큰 순익 악화가 예상되는 카드업계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질 전망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도 내년에 어느정도 수익하락은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라며 "다만 최근 출시한 고객 맞춤형 특화카드 출시나 해외사업 기반 마련을 위해 오랜기간 노력해온 만큼 성과가 나타날 것에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민경 기자 bnb826@biz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