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지연 논란...안전규정 준수가 죄?
출발 지연 논란...안전규정 준수가 죄?
  • 승인 2015.02.1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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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항공기 착빙, 승객의 생명과 직결된 중대사안
 
대한항공이 항공기 지연출발로 인해 도마위에 올랐다.

지난 11일 한 언론매체는 대한항공이 승객들을 태우고 방빙작업을 진행해 승객들의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게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당시 항공기에 근무중이던 승무원의 말을 인용해 300명이 탑승을 했고 40분이 지연됐으니 총 1만 2000분, 승객들의 귀중한 약 200시간이 허공으로 날아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이날 지연은 항공기 운항에 있어 가장 우선적인 요소인 '안전'과 직결된 문제였기 때문이다.

◆ 항공기 지연출발 이유는

지난 5일 오전 8시 25분 인천발 홍콩행 대한항공 여객기는 승객의 탑승을 완료한 뒤 서리제거 작업을 진행했고 이로 인해 이륙이 지연됐다.하지만 지난번 '땅콩회항' 사건 때와는 달리 항공기 기장은 규정을 정확히 준수했고, 절차에 따라 항공기를 운항했다.

규정과 절차를 정확히 준수했다고 보는 이유는 이렇다. 항공기는 이륙전 눈이 오거나 기온이 10도 이하일 경우 기장의 판단에 따라 항공기 안정운항에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제빙 및 방빙 작업을 실시한다.

미연방항공청(FAA) 규정에 따르면 비행기 표면 결빙시에는 항공기의 이륙을 금지하고 있으며, 전 세계의 항공사들은 안전을 위해 이를 준수하고 있다. 수백명의 승객이 탑승한 채 이동하는 운송수단이다 보니 이 같은 규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항공사나 운항승무원은 없다.

또한 방빙작업은 항공기가 지정된 장소로 이동해 방빙을 한다. 방빙 후 승객의 탑승 등 이륙을 준비하는 과정과 활주로 대기 상황에서 다시 결빙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승객을 탑승시킨 뒤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번 지연출발 역시 이러한 안전 규정에 따라 준수된 절차다. 다만 이로인해 30분정도 지연출발 했으나 승객들은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 당연히 감수해야 할 과정인 것이다.

◆ 항공기 착빙...단순한 서리?

항공기에 얼음이 생기는 착빙현상은 자동차에 생긴 서리와는 차원이 다른 위험요소다. 착빙은 물체의 표면에 얼음이 달라붙거나 덮여지는 현상을 말한다.

가령 자동차는 일반적인 착빙현상이 생겨도 운행에 특별히 문제될 것이 없으나, 항공기의 경우는 양력과 추력이 감소되고, 무게와 항력은 증가돼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큰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

항공기는 지상의 기상현상 외에도 비나 구름 등과 같은 가시적 물방울 속을 비행할 경우에도 착빙현상이 나타난다(항공기 표면의 외부 기온이 결빙점 이하일 경우).

상공으로 올라갈수록 기압은 낮아지고 공기의 부피는 커져 수증기압이 감소되는 현상이 나타나며, 이로 인해 이슬점(dew point)이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슬점은 공기가 냉각돼 공기 중의 수증기가 응결해 이슬이 생기는 시점의 온도를 말한다.

예를 들어 표준기압 기준 5000피트(ft)상공을 비행 시 외부기온이 8℃라면, 1000피트(ft) 당 2℃씩 감소되는 표준기온감율에 따라 9000피트(ft)가 결빙층이 되고 이로인해 항공기 날개에 결빙이 생긴다면 날개의 형태에 변화를 주게 돼 공기의 흐름에도 영향을 미친다.

뿐만 아니라 결빙상태에 따라 문제의 심각도도 달라진다.

결빙상태에는 청빙, 조빙, 혼빙이 있는데 청빙은 이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착빙으로 어는 비가 내리는 지역에서 발생하며 단단하고 무거운데다 표면에 강하게 접착돼 제빙 장비로도 제거가 어려운 심각한 착빙이다. 조빙은 청빙과는 달리 가볍고 응결력이 약하나 표면이 거칠어 날개골의 공기역학 효율을 감소시키고, 혼빙은 눈 또는 얼음 싸라기와 혼합되었을때 급속히 형성되는 결빙을 말한다.

◆ 항공기 착빙...계기에도 문제 발생

동체의 날개 외에도 기화기(caburetor) 및 피토관(pitot tube) 착빙 시 비행기는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

기화기 착빙은 연료ㆍ공기 혼합 조정기를 통해 실린더로 유입되는 연료를 막아 엔진 고장 발생을 유발할 수 있으며, 속도계에 충격압을 전달하는 피토관(pitot tube) 착빙시에는 관이 좁아져 속도계의 부정확 지시가 유발될 수 있다. 또한 피토관 내 정압관 착빙시에는 속도계 고도계 승강계 등이 기능을 상실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조종사는 자신이 운항하고 있는 항공기의 정확한 속도와 고도 등에 따른 정보를 얻을 수 없게 된다. 현재의 속도를 알 수 없게 되므로 자칫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실속속도(stall speed) 알 수 없게되며, 오인 판단할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또한 고도의 정보도 부정확해 타 항공기와의 충돌 등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항공기의 제빙과 방빙은 항공기 운항에 있어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로 수백명의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 기장이라면 당연히 위험요소를 제거한 후 비행을 해야 할 것이다.

◆ 안전규정 준수...과연 문제일까

문제를 제기한 보도에 따르면 승객들에게 구체적이고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역시도 무리한 요구다.

기장은 위급한 상황일지라도 기내 승객들의 동요가 예상된다면 그 사실을 굳이 승객들에게 알려야 하는 책임은 없다. 오히려 수습가능한 문제라면 승객들의 동요를 막기위해 이를 알리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해당편의 탑승 승무원은 승객들에게 "항공기의 안전을 위해 서리제거 작업을 진행중"이라고 설명하며 양해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승객들은 영문을 몰라 불쾌했을지는 몰라도 승무원 입장에서는 최대한 쉽고 빠른 설명을 전한 것으로 판단된다.

만일 승객들에게 제ㆍ방빙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고 이해를 구하려면 '항공기상학'에 대해 설명을 해야하고, 착빙에 따른 위험요소를 이해시키려면 적어도 한두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승무원의 대응은 적절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이러한 상황속에서도 대한항공은 승객들에게 거듭 죄송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안내방송을 통해 승객들에게 꼭 필요한 조치임을 알려드렸지만 충분한 양해와 설명을 드리지 못해 불편을 끼친것 같다"며 "앞으로도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계속 정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은 안전불감증으로 인해 빚어진 논란으로 판단된다.  안전과 고객 불편 가운데 과연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 백번을 돌이켜 생각해본다해도 선택은 명확하다. 답은 너무 뻔하지않은가. [비즈트리뷴=장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