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징역 1년, 반성문과 배려
조현아 징역 1년, 반성문과 배려
  • 승인 2015.02.12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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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노트] 눈물의 정화, 배려의 기업문화로 거듭나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12일 선고공판에서 항로변경과 업무방해 혐의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 12부는 이날 "인간의 자존감을 짓밟은 사건"이라며 이렇게 선고했다. 재판부는 조현아 전 부사장이 초범인데다 여론 악화로 고통을 받았으며 20개월 된 쌍둥이 아기의 어머니인 점, 대한항공에서도 관련자들의 정상 근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한 점 등을 참작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조현아 전 부사장이 재판부에 제출한 여섯차례의 반성문이다. 그 반성문 일부가 이날 재판말미에 공개됐다.

오성우 판사가 자신이 직접 반성문을 읽어내려갔고, 조 전 부사장은 울음을 터뜨렸다.

"당시 마음 한 편에 이래도 될까 하는 생각이 없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모든 일을 제가 한 일이고 모두 제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승무원과 사무장에게 내리라 해 그 비행기에 있을 자격이 없는 것 같은 모멸감을 줬습니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김 승무원과 박 사무장도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고 사랑하는 사람이었을텐데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도 정말 죄송합니다."

"여기 오지 않았더라면 낯선 이의 손길을 고맙게 여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구치소에)처음 입소했을 때 작은 박스에 담긴 그릇, 칫솔, 내의, 양말이 제가 가진 전부였습니다. 생필품 사는 날짜가 정해져 있는데다 물품 구매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주위 분들이 스킨과 로션을 빌려주고 샴푸와 로션도 빌려주고 과자도 선뜻 내어줬습니다. 고마웠습니다. 제게 이 사건에 대해 아무 것도 묻지 않았습니다. 이게 사람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했습니다. 상대가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것. 제게는 이런게 많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제 잘못입니다"

"언론이 저를 미워하고 제가 더 이상 같은 길을 갈 수 없음을 압니다. 피해자들에게 정말 미안합니다. 저로 인한 상처들이 재빨리 낫기를 소망합니다. 어떻게 해야 용서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오 판사는 반성문 낭독한 뒤 "반성문을 살펴보면 조 전부사장이 반성하고있는 걸로 보인다"며 "이 사건 당시 타인에 대한 마음의 문이 닫혀있었다고 하면 이 사과문을 통해 봤을 때 (지금은) 타인을 향해 마음의 문을 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 전부사장의 눈물은 반성문 낭독이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땅콩회항사건이 조현아 전부사장의 징역1년 선고로 일단락됐다. 재벌 3,4세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촉발된 이 사건은 SNS를 타고 여론이 들끓었고, 결국 '승승장구'하던 조현아 전 부사장은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 '영어의 신세'가 됐다.

조 전 부사장이 진심으로 반성했는지 여부는 확인할 길은 없다. 조 전부사장과 그의 가족, 그의 측근만이 알 것이다. 그러나 눈물의 힘을 믿고 싶다. 눈물은 정화의 힘이 있다. 반성문을 오 판사가 읽어내려갈 때 흘렸던 눈물이 '분노'가 아닌, '참회'의 눈물이었기를 바란다.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처지에서 보면, 딸이 징역살이하는 '참사'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그룹의 긴 흐름에서 보자면, '괭이로 막을 일을 호미로 막았다'는 생각이다. 조 전부사장은 반성문에서 '사람에 대한 배려를 배웠다'고 적고 있다. 배려가 기업의 힘이다. 구성원을 하나로 묶는 원천인 셈이다. 이번 사건으로 대한항공 기업문화에 '배려'가 스며든다면, 비온 뒤에 땅이 더 굳듯이 '탄탄한 기업, 초인류기업'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 [비즈트리뷴 /편집국장 이규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