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선, 백화점 정체 어떻게 넘을까
정지선, 백화점 정체 어떻게 넘을까
  • 승인 2015.02.09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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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본업 유턴...아울렛, 면세점 본격 진출
▲ 정지선 회장
 
백화점 사업이 성장 정체에 빠져있다. 지난해 백화점 매출은 10년 만에 뒷걸음질했다. 롯데 신세계가 대형마트, 편의점, 온라인몰 등 유통채널을 다각화한는 전략을 폈다.

반면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은 신규출점 등 점포확장을 자제하며 백화점 중심의 사업포트폴리오를 고집하며 가구, 의류 등의 제조업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하이브리드 경영'을 선택했다. 그 와중에 주력사업의 백화점 매출정체라는 위기 징후가 닥치고 있다. 정회장의 '히든카드'가 궁금해지는 이유다.

◇백화점의 뒷걸음

8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백화점의 판매(매출)액은 29조2천억원으로 2013년(29조8천억원)보다 1.9%(6천억원) 감소했다. 30조원 문턱을 넘지 못한 채 2012년(29조1천억원) 이후 3년째 29조원대에 머물렀다. 2010년 24조8천억원, 2011년 27조6천억원으로 성장하던 흐름은 찾아보기 어렵다. 통계청이 1995년부터 집계한 백화점 경상 성장률이 감소한 해는 이전까지 딱 3차례였다. 외환위기의 한파가 몰아친 1998년(-9.0%), 카드사태로 내수가 얼어붙은 2003년(-3.0%)과 2004년(-4.4%) 뿐이었다.

특히 백화점 판매액의 실질 증가율은 2012년부터 우리나라 민간소비의 증가율을 밑돌았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백화점의 역성장이 구조적 한계에 봉착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소비 채널의 변화와 성향의 합리화가 맞물리고 있다는 진단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인터넷+모바일)쇼핑 거래액은 45조2천억원으로 전년(38조5천억원)보다 17.5%(6조7천억원) 증가했다.

이 가운데 모바일쇼핑 거래는 폭발적인 증가세다. 2013년 6조6천억원에서 지난해 14조8천억원으로 126%(8조2천억원) 늘어난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의 상위층 고객은 별 변화가 없지만 중간층 이하 고객을 중심으로 다른 유통채널로 이동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지난해 실적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다만 현대백화점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실적은 신통치않다. 현대백화점은 작년 3분기까지 매출 1조1202억원, 영업이익 2418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3분기까지에 비해 1.2% 소폭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0.5%나 감소했다.

◇새로운 성장동력...아울렛 본격 진출

정 회장은 최근들어 아울렛 사업 진출에 주력하고 있다. 백화점의 연간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지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롯데나 신세계에 비해 늦었지만, 아울렛은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상품을 구매할 수 있어 갈수록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고있는 만큼 포기할 수 없는 노릇이다. 특히 백화점과는 달리 올해 국내 아울렛 시장규모는 12조7천억원으로 예상돼 지난해보다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백화점은 올해에만 수도권에 아울렛 점포 3개를 출점할 계획이다. 오는 2월 경기 김포에, 오는 8월 판교 복합쇼핑몰에 프리미엄아울렛을 열 계획이다. 또 올해 하반기에는 송파구 장지동에 해외 명품 브랜드 재고상품을 파는 프리미엄아울렛을 열기로 했다. 게다가 내년에는 송도에도 아웃렛을 오픈할 예정이다.

문제는 국회에서 아울렛 신규 출점을 제한하는 법안이 지난 1월 발의됐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전통시장 경계로부터 1km 이내인 전통상업보존구역 범위를 2km 이내로 확대하는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 개정안을 냈다.

이 개정안은 사실상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경우 아울렛을 아예 출점하지 말라는 뜻이나 다름없다. 서울시에만 전통시장이 211곳이 있는 상황에서 반경 2km 내에 전통시장이 없는 곳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아울렛 신규 출점으로 성장한계를 돌파하려는 현대백화점입장에서는 이만저만한 타격이 아닐 수 없다.



 

◇M&A보다는 본업 승부수

정회장은 신동빈 롯데그룹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는 경영전략이 달랐다. 롯데 신세계가 대형마트, 편의점, 온라인몰에 집중할때 백화점 유통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제조업체를 인수했다. 의류업체 한섬, 가구업체 리바트, 조명업체 현대LED 등을 속속 인수하며 유통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유통가에서는 그의 경영을 '정지선의 실험'으로 비유하며 성공여부에 주목했다.

정회장은 2010년 현대그린푸드를 통해 중소 LED 조명생산업체인 반디라이트를 인수한뒤 사명을 현대LED로 변경했다. 2012년에는 한섬,  2013년에는 현대리바트를 잇달아 인수했다. 한섬과 현대리바트의 실적은 기대에 부응하고있다. 백화점 유통망의 직접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되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섬은 의류업체, 현대리바트는 가구업체로 백화점에 입점해 자연스럽게 판매망을 넓힐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대LED는 고전을 해야했다. 인수 직후인 지난 2011년 동반성장위원회가 LED 사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당시 동반위는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LED조명 조달시장 진입을 차단했고, 특히 대기업의 경우 조달시장이 아니더라도 직관형LED, 가로등, 보안등, 투광등, 면광원, 스탠드 및 경관조명 생산을 금지했다. 그러나 LED조명사업이 최근 중소기업 적합업종에서 풀리면서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있다.

결국 정지선 회장의 '하이브리드 경영'은 성과를 내고 있음이 분명하다.

정 회장은 올초 신년사(新年辭)에서 "기업의 변화는 곧 생존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과감한 변화와 혁신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공격 경영을 선언했다. 업계는 예년과는 달리 정회장이 유통본업에 좀 더 집중할 것으로 보고있다.

정 회장은 아울렛 사업 외에 면세점 진출도 적극 추진중이다. 현대백화점은 작년 하반기부터 신규 사업팀을 구성해 면세점 사업권을 따내기 위한 작업을 마친 상태라며 올 하반기 면세점 사업 진출을 자신하고 있다. [비즈트리뷴=이기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