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경제, 환율전쟁 늪에 빠지나
국내경제, 환율전쟁 늪에 빠지나
  • 승인 2015.02.07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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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고용지표와 그리스에 화들짝 놀란 외환시장과 채권시장

미국 1월 고용지표 서프라이즈와 그리스 리스크로 글로벌 외환시장과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졌다. 주목할 것은 미국 정책금리 인상, 즉 출구전략 리스크가 확대되는 동시에 그리스 불확실성으로 달러화 강세와 이에 동반한 글로벌 환율전쟁 현상이 격화될 여지가 높아졌다는 점이다.

1월 미국 고용지표의 경우 일련의 미국 경제지표 둔화 우려를 불식시켜주기 충분한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실업률이 12월 5.6%에 1월 5.7%로 상승하였지만 비농업일자리수는 전월대비 25.7만명 증가, 시장예상치인 23만명을 웃돌았다. 더욱이 시간당 평균임금이 전월대비 0.5%(시장예상치 0.3%)를 기록, 견조한 고용시장 회복세를 뒷받침해주었다.

유가 급락으로 미국 경제가 일시적으로 둔화압력을 받고 있지만 고용시장 회복세와 시차를 두고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유가 하락 효과를 감안한다면 미국 경기는 2분기 중반께 소프트패치 국면을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유로존 리스크와 미국 경기 둔화 압력으로 수면 아래에 있던 정책금리 인상이슈가 재부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미국 연준이 지난 1월 FOMC회의에서 미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을 피력한 상황에서 고용시장마저 견조한 흐름이 확인되면서 금년 중반 미 연준이 정책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이를 반영하듯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2월 6일 종가기준으로 1.9567%로 전일대비 약 13bp 급등하면서 2%대 복귀를 눈앞에 두게 되었고 달러화 역시 초강세를 보였다. 특히 미국 고용지표 서프라이즈와 더불어 그리스 채무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S&P 등 주요 신용평가사들이 그리스의 국가신용등급을 투기 등급 수준으로 강등내지 강등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유로화 약세, 즉 달러 강세 현상이 두드러졌다. 물론 2월 11일 예정된 그리스 채무를 논의할 유로그룹회의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정책금리 인상을 바탕으로 한 달러화 강세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어 최근 이슈화되고 있는 환율전쟁 현상 역시 더욱 격화될 공산이 높다.

 

■중국, 환율전쟁 동참 여부를 주목

중국 경기와 금융시장의 트리플 약세 현상도 짙어지고 있다. 지난해 4분기부터 중국 정부가 유동성 확대, 금리 및 지준율 인하 등의 부양적 통화정책을 실시하고 있지만 자금시장내 경색현상과 경기둔화 압력이 제대로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수급과 부양 기대감으로 다소는 과열양상을 보이던 주식시장 역시 최근 조정 흐름을 보이면서 중국정책 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더욱이 유가 급락과 글로벌 저물가 압력 그리고 중국내 투자과잉 해소 지연 등으로 중국 물가압력이 예상보다 가파르게 둔화되면서 미약하지만 디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고 있음도 정책당국으로서는 고민거리이다. 실제로 중국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수준을 기록할 전망이고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마이너스 폭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중국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 수준을 기록하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09년 11월 이후 처음이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달리 물가압력이 지속적으로 둔화되고 생산자물가 역시 장기 마이너스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크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가 금리 및 지준율을 추가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적극적 부양기조를 취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단기적으로 중국 정부가 위안화의 추가 절하를 용인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부진한 내수부문을 대외부문에서 커버하고 물가압력도 높이기 위해 중국 역시 자국 통화의 약세를 유도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즉 중국도 소위 환율전쟁에 동참할 수 있음이다.

물론 중국이 환율전쟁에 동참할지 여부를 속단할 수는 없지만 만약 중국 마저 환율전쟁에 참여할 경우 글로벌 경제, 특히 외환시장에 미칠 파장은 매우 클 수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중국 위안화 흐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국내 경제와 주식시장, 환율전쟁 늪에 빠질 리스크 커져

글로벌 환율전쟁 격화가 국내 경제와 주식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1월 수출부진이 원자재 가격 급락 여파도 크게 작용하였지만 달러를 제외한 여타통화에 대한 강세 흐름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로 작용했다.

주식시장에서도 환율전쟁 영향을 간과할 수 없다. 최근 글로벌 주식시장 흐름상에 특징 중 하나는 부양정책을 통해 통화 약세를 유도한 국가의 주식시장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유로 및 중국 주식시장이 대표적이며 통화강세 압력이 높아진 스위스 시장은 약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 역시 원화가 달러화에 대해서는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종통화에 대해서는 강세를 유지하면서 주식시장이 큰 틀에서 횡보세를 보여주고 있다. 글로벌 유동성 확대하에서도 국내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제대로 유입되지 않고 있다.

 

다소는 특이한 현상이지만 글로벌 교역 확대세가 이전 같지 않은 상황임을 감안할 때 결국 통화약세를 통한 글로벌 시장점유율(M/S)을 높이려는 정책이 효과를 얻고 있기때문으로 풀이해 볼 수 있다.

실제로 환율영향을 가장 받는 국내 자동차의 경우 엔화 약세 영향 등으로 미국내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 더욱이 유로화도 약세로 전환되면서 유럽 자동차업체들에게 국내 업체들이 추가로 시장점유율을 잠식당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결론적으로 달러화 강세와 경기 불확실성 환경하에서 격화되고 있는 글로벌 환율전쟁에서 국내가 소외되는 듯한 현상은 국내 경제와 주식시장에 또 다른 제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당분간 국내 원/달러 및 이종통화 환율 흐름이 경기와 주식시장 반등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높아졌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헌 연구원, 비즈트리뷴 김진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