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최대실적·금리인상 호재에도 칼바람..."디지털이 무서워"
은행권, 최대실적·금리인상 호재에도 칼바람..."디지털이 무서워"
  • 승인 2017.12.11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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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중 은행 사옥ㅣ사진=비즈트리뷴
 
[비즈트리뷴] 지난 7월 우리은행에 이어 NH농협은행이 지난달 말 희망퇴직 신청을 받으며 올해도 은행권에 감원 한파가 본격 몰아치고 있다.

비대면 채널의 증가에 따른 국내 은행 영업점 통폐합이 가속화면서 시중 은행들이 인력 효율화와 고용 선순환을 위해 희망퇴직 카드를 꺼낸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800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실시했던 우리은행과 이번 농협은행에 이어 은행업계에 인력 구조조정이 예고되고 있다.

◆ 농협銀, 올해도 신청자 수백명?

농협은행은 지난달 20일부터 22일까지 400여 명에 달하는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를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다.

농협은행은 올해 임금피크제 대상자가 명예퇴직을 신청하면 26개월 치 급여를 퇴직금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임금피크제 대상이 아닌 직원은 나이에 따라 퇴직금이 다르지만 20∼36개월 치 급여를 지급한다. 이어 최종 대상자로 확정되면 올해 말까지 근무한 뒤 퇴직하게 된다. 올해 농협은행 명예퇴직 신청 대상자는 임금피크제 적용대상자 400여 명과 더불어 10년 이상 농협은행에 근무한 40세 이상 직원에 해당된다.

IMF외환위기 이후 20여년간 거의 매해 희망퇴직 제도를 시행해온 농협은행은 지난해 신청자가 411명에 달해 올해 역시 지난해 만큼에 수백명의 퇴직자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7월 희망퇴직을 신청받아 1000여 명이 퇴직했다. 이는 전체 우리은행 퇴직 대상자 3000여 명 가운데 세 명 중 한 명 꼴로 적지 않은 비중이다.

일단, 농협은행과 우리은행 외에 은행들은 아직 희망퇴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KB국민은행은 허인 행장이 취임일성으로 "영업점 효율화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 만큼 국민은행은 당분간 대규모 희망퇴직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민은행이 이미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한지 얼마되지 않았고, 허 행장이 취임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만큼 희망퇴직 시행여부는 앞으로 더 두고 봐야한다는 의견이다. 국민은행은 이미 지난해 말 10년차 이상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올해 초 2800명이 짐을 쌌다.

KEB하나은행도 올해 희망퇴직 계획은 없어보이지만 곧 시기를 조율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말 시행한 희망퇴직을 통해 650여명의 인원을 줄였다. 
 
◆ 시중 은행장들 희망퇴직 검토 시사...'시기 문제' 일 듯

문재인정부의 일자리 창출을 정책 기조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현재 비정규직의 정직원 전환과 청년 신규 채용에 대한 보이지 않는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신규 채용을 늘리고 역피라미드 인력구조를 막기 위해 자연스럽게 희망퇴직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또 얼마 전 취임한 허인 국민은행장과 손태승 우리은행장 모두 국내은행 영업점 축소 현상에 대해 한 목소리로 공감하고 있고, 향후 희망퇴직에 대해 전혀 불가하다는 의사를 표한 것이 아닌 만큼 은행들의 희망퇴직 시행은 시기만 조금 늦어질 뿐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다.

허 행장은 취임 후 기자간담회에서 희망퇴직에 대해 "직원이 새로운 출발을 원하면 기회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진행할 것"이라며 직원들에게 선택권을 준다는 차원에서 검토할 계획이 있음을 밝혔다.

우리은행 역시 손 행장의 발언에 따라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대규모 희망퇴직 가능성이 높게 전망되고 있다. 손 행장은 내정자 시절이던 이달 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점포는 계속 줄여나가고 해외 점포는 늘려갈 것"이라며 "그에 따른 인원은 일정부문 감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손 행장이 향후 지점 축소에 따른 인력 감축을 직접 시사하면서 우리은행의 내 감원한파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한편, 이러한 은행권 일자리 감소 추세에 발맞춰 금융공기업이 역시 희망퇴직제 도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공기업은 현재 임금피크제만 시행하고 있지만, 희망퇴직 제도를 도입해 신입 직원 채용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9일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등 금융권 관계자들을 만나 “서울보증보험을 경영해보니 희망퇴직제도가
없어 일자리를 늘리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며 “지금 대책을 생각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 이래 비대면 채널 및 디지털 금융기술이 날로 급성장하면서 국내 은행뿐만 아니라 금융업계 전반에 감축 경영이 불가피해 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기준금리 인상으로 은행업 실적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전체 90%를 넘어선 비대면 거래로 인한 은행 내 분위기가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사실"이라며 "은행 점포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는 만큼 시중은행들의 지점 통폐합 경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윤민경 기자 bnb826@biz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