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금투협회장 "나는 페르소나 논 그라타" …넛지관치?
황영기 금투협회장 "나는 페르소나 논 그라타" …넛지관치?
  • 승인 2017.12.05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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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영기 회장 ㅣ 금투협
 
[비즈트리뷴]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협회장 연임을 접었다.

그의 임기는 내년 2월4일까지다.

황 회장은 4일 저녁 기자간담회에서 "차기 금융투자협회장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외교 용어로 나는 척결 대상이나 사형 대상은 아니나 환영받지 못하는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와 같았다"며 "여러모로 따졌을 때 연임을 하겠다고 노력하는 게 여러 가지로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황 회장은 "현 정부를 꾸리고 운영하는 분들과 제 가치관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아쉬움도 토로했다.

그는 최근 초대형 IB의 기업신용공여 한도를 200%로 늘리는 방안이 통과되기까지의 과정을 예로 꼽았다.

황 회장은 "쉽게 돌아가는 일은 없다지만 현 정부의 정책을 수립하는 분들과의 가치관이 다르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는 이르면 다음주 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를 구성할 방침이다.

삼성전자 출신인 황 회장은 증권과 은행권을 넘나들며 한시대를 풍미한 전문경영인이다.

그는 이력서에는 삼성생명 전략기획실장, 삼성투자신탁운용 사장, 삼성증권 사장, 우리은행장(2004년), 우리금융지주회장, KB금융지주 회장이 쓰여있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황 회장의 이날 발언에 최근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발언과 무관치않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최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기업 그룹에 속한 회원사 출신이 (출신 회사의) 후원이나 도움을 받아 회장에 선임된 경우가 많았다. 또 (그런 인사가) 나타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이른바 '넛지(nudge) 관치’가 아니냐는 뒷말도 나오고 있다.

넛지관치는 '낙하산인사'처럼 특정인물을 찍어 내려보내는 것과는 달리 '이런 사람은 안 된다’는 가이드라인을 슬쩍 제시해 금융권 인사를 좌지우지한다는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



[구남영기자 rnskadud88@biz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