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트리뷴] KEB하나은행의 전산입력 오류로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가 잘못 산출되면서 전체 피해규모가 1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2년 만에 밝혀져 금융당국이 하나은행에 엄중한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2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 2015년 정기예금 금리를 실수로 0.07%포인트 더 높게 입력해 코픽스 금리 산정 오류를 초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가 높게 공시되면서 7개 시중은행의 대출자 37만명이 12억원에 달하는 이자를 더 낸 것으로 드러나 금융 소비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전국은행연합회는 이달 22일, 2015년 대출금리 1.77%인 코픽스 금리를 1.78%로 잘못 공시했다고 발표했다.
금감원은 이 같은 오류가 당시 하나은행 담당자의 실수로 빚어졌다고 판단해 현장조사를 통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기로 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선 임직원 문책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최흥식 금감원장은 23일 “코픽스 금리 오류와 관련해 조만간 하나은행에 대해 현장점검을 벌일 것”이라며 “조사 결과 문제점이 발견되면 관련 책임을 엄히 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 은행연합회 거듭된 코픽스 오류, 재발 방지대책 유명무실
은행연합회의 코픽스 금리 산출 오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2012년 10월 우리은행, 2015년 3월에도 NH농협은행의 입력 오류로 코픽스 금리를 잘못 공시했었다.
당시에도 은행연합회는 시중은행의 이같은 오류 입력을 걸러내지 못하고 해당 은행이 이를 정정 보고 하면서 코픽스를 수정했다.
당시에도 은행연합회는 시중은행의 이같은 오류 입력을 걸러내지 못하고 해당 은행이 이를 정정 보고 하면서 코픽스를 수정했다.
재발방지 대책으로 금융당국은 코픽스에서 처음 오류가 발견된 2012년에 ▲은행 표준절차 마련 ▲협회 사전검증 강화 ▲코픽스 관리위원회 신설 ▲사후검사 강화 ▲지표금리 개선방안 마련 등을 내놨지만 소용이 없었던 셈이다.
최근 밝혀진 하나은행 관련 코픽스 오류는 감사원이 기획재정부를 비롯해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가계부채 유관기관을 아우르는 종합감사를 실시하는 과정 중에 발견됐다. 감사원이 하나은행이 한국은행과 은행연합회에 제출한 수치가 다른 점을 확인하고 코픽스가 잘못 산정된 점을 찾아낸 것이다.
문제는 지난 2차례 코픽스 오류 때는 한 달 이내에 문제를 발견해 수정 공시했지만, 이번에는 2년6개월이 지나서야 감사원이 문제를 발견했다는 것에서 심각성이 제기된다.
은행연합회는 이번 오류에 대해 입력 범위가 크지 않아 이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다고 항변할 수 있지만 코픽스 산출 오류가 3차례나 반복됐다는 점에서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금감원 "은행별 환급 상황 예의 주시할 것"
금융감독원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산출 기초자료를 오류 입력한 하나은행에 대한 정말 현장조사 착수와 동시에 코픽스 금리 공시체계를 전반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앞으로 은행연합회를 통해 검증 항목을 40개에서 268개로 늘리고 한국은행 금리조사표와 대조해 자금조달금리를 제대로 보고했는지도 살필 예정이다. 특히, 금감원은 대출 이자 과다 수취분이 이용자들에게 제대로 통지 및 환급되는지 은행별 환급상황을 감독한다는 방침이다. 한 은행이 아닌 여러 은행의 자료를 토대로 코픽스 금리가 산출되는 만큼 전반적인 시중 은행들의 대한 점검 및 감독 강화를 통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인식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코픽스 금리는 신한, 국민, KEB하나, 우리, NH농협, IBK기업, SC제일, 한국씨티 등 8개 은행에서 매달 예금, 적금, 양도성예금증서(CD), 환매조건부채권(RP) 등 8개 부문, 40개 항목의 자금조달금리를 제출받은 뒤 가중 평균해 산출하고 있다.
최흥식 금감원장은 23일 열린 외신기자간담회에서 "은행별 환급 상황을 지도 감독하겠다"며 "코픽스 정보 제공 은행은 코픽스 산출 관련 내부통제 절차의 준수 여부 등을 자체 점검토록 지도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 원장은 "코픽스 오류는 금융소비자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미치는 사안으로 신속한 환급 조치와 금리산정 신뢰성 제고에 초점을 두고 대응하겠다”라고 강조했다.
뒤늦게 금감원은 하나은행에 대해 현장검사를 실시하고 코픽스 금리검증을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거듭된 사후 약방문이라는 비난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윤민경기자 bnb826@biztribu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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