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그후]한국형승계, 오너일가 부메랑
[조현아 그후]한국형승계, 오너일가 부메랑
  • 승인 2015.01.13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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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국형 승계, 오너일가에 부메랑
조현아 전 대항항공 부사장. 재벌가 3세오너이자 경영인이다. 그의 땅콩 램프리턴 사건이 몰고 온 파장과 후유증은 적지않다. 아직도 땅콩회항의 여파는 진행형이다. 잦아들던 반재벌, 반기업정서는 되살아나고있다. 갑질행태의 기업과 기업인은 곧바로 여론의 뭇매를 맞는 상황이다.

한편에서는 재계의 반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오너라는 단 하나의 이유로 준비가 안된 3세가 경영승계를 하는 게 적절하냐에 대한 반성이다. 더불어 재벌의 특권의식이 기업 구성원에 어떤 파장과 결과로 이어지는 지에 대한 숙제를 던져주고있다. 더불어 재벌3세,4세에 대한 교육방식도 천편일률적인 해외 유학 못지않게 우리 사회와 공감할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을 끌어올려야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조현아부사장의 땅콩회항 파문 이후 재계의 고민과 과제를 짚어본다.[편집자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상>한국형 승계, 오너일가에 부메랑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 후폭풍이 재계를 긴장케 하고 있다. 여진의 강도가 잦아들줄 모른다. 재벌의 갑질을 바라보는 여론의 따가운 시선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어서다.

재계에서도 이번 사건을 바라보며 잔뜩 몸을 움크리고 있다. 반재벌, 반기업 정서가 확산될 경우 각종 사업상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위기 의식도 높다.

무엇보다 한국형 승계방식의 문제점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더욱 불안감은 커진다. 제대로된 자질과 소양이 갖춰지지도 않은 채 경영의 무대에 오르는 수많은 오너 일가가 떨고 있다. 박근혜 정부 초기 경제민주화 화두가 부상하면서 한바탕 곤혹을 치뤘던 재벌가는 이번 땅콩 회항 사건을 통해 또다시 재벌 규제가 활성화될 수 있어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12일 재계와 법조계, 정치권 일각에 따르면 사실 이번 사건은 한국형 승계방식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점에서 소위 재벌가의 벼락출세에 곱지 않는 시선이 쏠린다.

선진국에서도 오너 일가의 경영승계는 이루어지고 있으나, 속내를 보면 우리 기업의 승계문화는 다소 차이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스웨덴의 발렌베리 가문이다. 발렌베리 가문은 5대째 경영승계를 하고 있지만 큰 잡음은 없었다. 이유는 까다로운 후계자 선정 과정에 있다. 가문의 일원 모두가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검증된 소수의 인원만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

예컨대, 발렌베리 가문의 후계자는 막대한 부의 도움없이 경영에 참여할 때까지 공부해야 한다. 그리고 해군 장교로 복무한 뒤 자신의 힘으로 다른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경력을 쌓아야만 한다. 이런 조건에 부합할 때 그룹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이처럼 스스로 경영자로서의 자질과 소양을 쌓을 수 있도록 하려는 가문의 의지는 확고하다. 그런 이번 땅콩 회항 사건에서 보듯 우리 기업 오너 일가의 문화는 그렇지 않다. 오너의 자녀라는 이유만으로 막대한 지분을 물려받고 입사 후 초고속 승진으로 임원이 된다. 자질과 소양은 오로지 부모의 가르침 말고는 없는 셈이다.

실제 최근 재계 관련 조사기관 여러 곳이 이같은 연장선에서 자료를 냈다. 이 자료들에 따르면 우리나라 30대 그룹 오너 일각의 3~4세들이 그룹 주요 계열사에 입사해 임원이 되는데다 불과 몇년이 걸리지 않는다. 처음부터 임원으로 입사한 오너 일가도 여럿이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최대 그룹인 삼성의 경우도 이재용 부회장, 이부진 사장, 이서현 사장 등 오너 일가가 입사 후 상무에 오르기까지는 평균 7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처럼 단지 핏줄이라는 이유로 그룹 내 입지를 다지다보니 그룹을 자신의 소유쯤으로 여기고 임직원들은 자신의 머슴처럼 받아들이는 안하무인의 오너 일가가 적지 않다. 땅콩 회항 사건 역시 이런 배경이 바탕에 깔려 있다고 부정할 수 없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한국형 승계방식의 문제는 결과적으로 기업의 흥망성쇄에 직결된 문제라는 인식 하에서 분명한 개선점 마련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경제가 어려워 경제민주화 화두가 가라앉기는 했지만 근본적으로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는 대명제를 위해 소유지배구조 전반을 손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재계 관계자는 "오너 일가가 경영에 참여한 이후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고 소양을 갖추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에는 일부 공감하는 부분도 있다"면서 "그러나 한국적 기업 문화와 더불어 개발경제의 기업가 정신이 우리 경제를 지금까지 성장시킨 만큼 재벌 규제보다는 우리 실정에 맞는 승계문화를 찾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비즈트리뷴=정윤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