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후폭풍 농협금융, CEO 대거 교체로 분위기 쇄신할 듯
채용비리 후폭풍 농협금융, CEO 대거 교체로 분위기 쇄신할 듯
  • 승인 2017.11.14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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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협금융 사옥 전경ㅣ사진=농협금융
 
[비즈트리뷴] 최근 채용비리 의혹으로 금융업계 최고경영자에 대한 사정 칼바람이 몰아치고 있는 가운데, NH농협금융 수장들도 이를 피해가긴 어려워 보인다.

1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채용비리 의혹으로 압수수색을 받으면서 농협지주 및 핵심계열사 CEO들의 대거 교체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달 25일 금융감독원 신입채용과 관련한 청탁 의혹으로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았다. 김 회장은 수출입은행장 재직 시절 자신의 비서실장을 지낸 김성택 수출입은행 부행장의 부탁으로 금감원에 채용청탁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회장은 이와 관련해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검찰도 청탁금지법 도입 전 일이라 일단 혐의를 두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경우 채용 특혜와 관련해 직접적 관련이 없었음에도 결국 등을 떠밀려 사퇴했고, 무엇보다 정부의 사정 분위기가 점차 고조되고 있는 만큼 김 회장도 이런 후폭풍을 피해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게 금융업계의 예상이다.

또 김 회장이 채용비리 연루 의혹으로 검찰에 대한 압수수색을 받고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되면 이어 진행될 차기 행장 인선 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채용비리 이미지 쇄신 급선무 NH농협...행장 연임은 '안갯속'

이런 가운데 이경섭 NH농협은행장 임기가 올해로 종료되면서 농협금융지주는 이달 중으로 차기 행장 선임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농협금융지주는 추후 한 차례 정도의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추가해 이달 내로 자회사 CEO 인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임기동안 이 행장은 조선업 부실을 만회하는 '빅배스'에 달하는 눈에 띄는 실적 상승을 이끌어 냈음에도 연임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평가된다.

농협은행은 실적과 평판을 불문하고 출범 이후 지금까지 행장이 연임한 전례가 없다. 김주하 전 행장의 경우에도 경영실적이 좋고 현장소통이 뛰어나다는 호평 속에 연임가능성을 높게 점쳤지만 결국 실패했다.

이 행장은 취임 이후 농협은행의 조선업 부실을 대거 정리하고 은행을 빠르게 정상화시켰다. 농협은행의 영업이익은 올해 상반기 기준 6371억원, 당기순이익은 3600억원을 기록해 지난 2012년 은행 출범 이후 사상 최대 반기 실적을 냈다.

하지만 농협은행은 임직원의 업무소홀로 여신사고액이 5000억원을 넘어섰다는 지적도 있었다. 농협은행은 지난 2014년 163억원, 2015년 295억원 등 해마다 100억원 이상의 대형 사고가 났다.

■ 차기 행장 하마평 무성...이번에도 지주 부사장 출신?

이 행장의 후임으로는 오병관 농협금융지주 부사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지주 부사장은 차기 은행장으로 가는 요직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행장과 전임 김주하 행장이 모두 지주 부사장을 지내고 행장으로 선임된 선례에 따라 현 오 부사장이 1순위로 하마평에 오른 상태다.

1960년생인 오 부사장은 충남대 졸업 후 농협중앙회에 입사 후 중앙회 금융기획부를 거쳐 2012년 금융지주 기획조정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농협중앙회 기획실장을 역임한 뒤 지난해 지주 부사장으로 승진, 경영기획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점은 임추위원은 3명의 사외이사와 1명의 비상임 이사, 1명의 사내이사 총 5명으로 구성되는데 이 중 한 명이 현재 차기 행장 유력후보인 오 부사장이라는 것이다. 임추위원들이 오 부사장을 의식해 이 행장을 후보로 추천하지 않을 수도 있고 추천이 된다고 하더라도 의결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오 부사장이 행장 후보로 추대될 경우 오 부사장 본인은 의결에서 배제되기 때문에 이 행장을 직접적으로 견제할 수는 없지만 다른 임추위원 4명에 대한 간접적 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오는 21일 임추위를 개최할 농협금융지주는 추후 한 차례 정도의 임추위를 더 열고 이달 중으로 자회사 CEO 인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임추위의 사장단 인사 대상은 농협금융이 지분 100%를 소유한 완전 자회사인 농협은행과 농협생명, 농협손해보험, 농협캐피탈로 농협금융이 해당된다.

농협금융이 이처럼 자회사 인사에 속도를 내는 것은 조직의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김용환 회장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농협금융이 수장의 임기 만료와 관계없이 통합 인사가 추진되면서 농협은행을 비롯해 핵심계열사 CEO들의 인사이동 가능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이와 함께 본격적인 차기 수장들의 선출 레이스를 앞두고 임추위원들과 유력 후보자들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윤민경기자 bnb826@biz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