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동부건설 법정관리로 주저앉나...워크아웃 불발
김준기, 동부건설 법정관리로 주저앉나...워크아웃 불발
  • 승인 2014.12.31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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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능력평가순위 25위의 동부건설이 벼랑끝에 서있다.

31일 오후 동부그룹은 동부건설의 워크아웃을 신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이날 오후 5시 50분경 동부건설의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법정관리가 받아들여질 경우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동부제철에 이어 동부건설 경영권을 잃게 된다. 동부건설 협력기업 1500여개업체도 줄줄이 도산할 위기에 놓인다.

◇동부건설, 법정관리 내몰린 이유는
동부건설은 최근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에 1000억원의 긴급자금을 요청했다. 협력사에 지급할 자재값, 시공비 등이 필요했다. 산업은행은 500억원은 지원하는데, 나머지 500억원은 김준기회장과 동부그룹 계열사가 마련하라는 조건을 달았다. 산업은행이 이미 동부그룹에 2조원의 여신을 제공하고 있는 만큼 김회장이 사재출연을 해서 동부건설을 살리라는 주문이었다.

그러나 동부그룹은 이를 거부했다. 김회장 보유지분이 이미 대부분 담보로 잡혀있기 때문이다. 자녀들인 장남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과 딸 김주원씨가 보유한 동부화재 지분도 대부분 담보로 잡혀있다는 게 그룹측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워크아웃 카드를 내밀었다. 자회사 동부익스프레스를 3100억원에 매각하면서 걸었던 콜옵션(우선매수권)도 포기하겠다는 의사도 보탰다. 하지만 양측은 기나긴 줄다리기끝에 결국 법정관리라는 상황으로 치닫게 됐다.

◇동부의 불만, 산업은행 책임론
동부그룹이 법정관리 신세로 내몰린 것은 '유동성 악화'가 가장 크다. 문제는 그 유동성 악화를 촉발한 원죄가 산업은행에도 있다는 게 동부그룹측의 주장이다. 당초 4000억~5000억원의 매각대금을 기대했던 동부발전당진이 절반수준인 2010억원에 팔리면서 유동성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동부건설은 당초 발전소 매각을 진행하면서 EPC(건설·구매·시공) 계약을 포함해 약 5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했다.시장의 반응도 나쁘지않았다. 문제는 산업은행이 올초 포스코에 동부제철+동부발전당진 패키지딜을 제안하면서 어그러진다. 포스코는 장고끝에 패키지딜을 거부했고 동부건설은 신용등급 하락이라는 부메랑을 맞았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동부건설은 현재 약 2조5000억원 이상의 도로, 항만 등 공공건설을 수주한 상황인데 신용등급이 떨어져 유동성에 문제가 생겼다”고 안타까워했다. 게다가 당진발전소를 2010억원에 매각한 산은은 1980억원을 곧바로 회수해 갔다. 매각수료료 등을 감안하면 동부건설로 유입된 자금은 거의 없었다.

그룹관계자는 "산업은행은 패키지딜 무산에 따른 책임이 있다. 그런데도 중소 협력사들의 상거래채권을 갚기 위해 1000억원의 자금을 요청했는데, 산은은 이를 거절했다"며 "산업은행이 동부발전당진을 담보로 대여한 1980억원의 브릿지론을 확보한 뒤로 회사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비즈트리뷴=김진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