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하이텍, 다시 미궁속으로
동부하이텍, 다시 미궁속으로
  • 승인 2014.12.30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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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진 IA회장
 
동부하이텍 매각이 무산됐다.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아이에이·에스크배리타스자산운용 컨소시엄이 자금 조달 등의 문제로 인수를 포기하면서 매각 일정에 차질을 빚게됐기 때문이다. IA(아이에이) 김동진회장은 현대차 전 부회장출신이라는 점에서 재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김 부회장은 한때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복심(腹心)'으로 꼽혔던 인물이다. 때문에 IA컨소시엄이 동부하이텍을 인수할 경우 현대차그룹과의 관계가 더욱 깊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기도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IA가 동부하이텍을 인수할 경우 현대차그룹의 차량용 반도체를 전담해 생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나리오까지 회자될 정도였다.

그러나 이같은 시나리오는 일장춘몽으로 그치고 말았다.

아이에이 에스크베리타스자산운용 컨소시엄은 인수 의사를 자진 철회했다고 30일 밝혔다. 우발채무가 발목을 잡았다. 아이에이 컨소시엄 관계자는 “동부하이텍의 우발 부채 700억원 가량이 남아있어 중국 투자가들이 난색을 표했다. 국세청 소송 1심에서는 승소했지만 인수를 했다가 더 큰 채무를 떠안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컸다”고 전했다.

아이에이컨소시엄은 지난 10월말 동부하이텍 인수 우섭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11월말까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키로 했다. 김동진 아이에이 회장은 동부하이텍 현장 실사에 직접 참여하는 등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문제는 투자를 약속했던 중국 재무적투자자(FI)들이 발을 빼면서 자금조달에 이상기류가 흘렀다. 동부하이텍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차입한 6000억원과 아이에이컨소시엄이 본입찰 당시 써낸 2000억원 등 실제 매각가격은 8000억원 규모로 늘었기 때문이다. 

매각주관사인 산업은행과 도이치증권은 새로운 인수 후보자를 물색할 방침이다. 특히 수의계약을 통한 매각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동부하이텍이 지난 7년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 올해 사상 최대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재매각 가능성은 유효한 것으로 예상된다.

동부하이텍은 1997년 동부전자로 출발한 뒤 국내 대표적인 시스템 반도체 위탁생산업체로 자리잡았지만 그룹이 재무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매각절차를 밟고 있다. 매각 대상은 동부하이텍 대주주 지분 37%다. 매각 가격은 1500억~2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되지만 산업은행 차입금을 감안하면 인수하는 데 7000억~8000억원을 부담해야한다.

동부하이텍 매각이 무산되면서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도 고민이 커졌다. 동부하이텍 지분을 팔아 매각대금으로 동부그룹 유동성 위기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동부하이텍 지분은 동부그룹 계열사인 동부제철과 동부CNI 등이 보유하고 있다. 동부제철은 자율협약에 들어간 상태이고 동부CNI는 금융IT부문 자회사 매각 등 별도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진행중이다. [비즈트리뷴=이정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