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금융협회장 인선 릴레이, "관료출신 '올드보이' 인사 몰려오나"
차기 금융협회장 인선 릴레이, "관료출신 '올드보이' 인사 몰려오나"
  • 승인 2017.11.0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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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비즈트리뷴
 
[비즈트리뷴]제 53대 손해보험협회장으로 김용덕 전 금융감독원장이 선임된 가운데 연이어 진행되는 금융협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협회는 지난달 31일 총회를 열고 차기 회장으로 김용덕 전 금융감독위원장(67)을 선임했다.

김용덕 차기 회장은 업계에서 다소 '올드보이'로 분류되는 재무부 출신 관료로, 현 장남식 회장보다 4살 많은 67세며 곧 칠순을 앞둔 나이다.

김 전 위원장의 협회장 선임은 2014년 세월호 사태 뒤 이른바 ‘관피아’ 논란으로 물러났던 관료 출신이 다시 협회장으로 선임된 금융권 첫 사례이기도 하다.

행정고시 15회 출신인 김 전 위원장은 1975년 재무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국민의 정부 시절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과 국제업무차관보를, 참여정부 시절 관세청장·건설교통부 차관을 거쳐 2007~2008년 장관급인 금융감독위원장을 지냈다.

장관급 관료 출신의 김 전 위원장의 협회장 선임에 대한 기대의 시선들도 있지만, 현직에서 물러난 지 10년 가까이 된 김 전 위원장이 보험업계 수장으로서 과연 전문적인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이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잇달아 이어지는 금융협회장 인사에도 관료출신 올드보이들이 몰려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번 손보협회장의 인사는 올해 안에 줄줄이 임기가 만료되는 은행연합회장 등 금융협회장들의 인선 작업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차기 협회장 인선 절차를 시작한 은행연합회에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인사들 역시 관료 출신에 적지 않는 나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현재 은행연합회 차기 회장으로 김창록(68) 전 산업은행 총재와 홍재형(79) 전 부총리 등이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특히, 이번에 손보협회장에 장관급인 인사가 선임됨에 따라 은행연합회장으로 홍 전 부총리가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홍 전 부총리는 재무부 출신으로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 부총리 겸 초대 재정경제원 장관을 거쳤다. 홍 전 부총리는 1960년대 초 공직생활을 시작해 1994~1995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과 국회부의장을 지냈고 곧 팔순을 앞두고 있다. 김 전 총재는 행시 13회로 공직을 시작해 재무부, 재정경제원, 금융감독원 등을 거쳤으며 최근에는 코리안리와 한화의 사외이사 등으로 활동 중이다.

차기 생명보험협회장 하마평에는 금감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양천식 전 수출입은행장과 진영욱 전 한국투자공사 사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같이 금융협회장으로 유력시되는 후보군들 대부분은 행정고시 출신들로 최종구 위원장이 사무관 시절 장관, 국장이던 인물들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재무부에서 사무관으로 일하던 때에 홍 전 부총리는 재무부 장관, 김창록 전 총재는 과장급 선배였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에서는 과연 최 위원장이 한 때 선후배 사이로 지냈던 이들과 소신있는 금융정책을 수행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30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여권인 더불어민주당의 최운열 의원은 최근 전직 고위관료들의 금융협회장 낙하산 가능성에 대해 비판했다.

최 의원은 이날 최종구 위원장에게 최근 제기되고 있는 금융협회장들의 하마평을 지적하며 "핀테크 시대인데 거론되는 분들은 20년 전 금융을 담당했던 분이 아무리 역량이 뛰어나도 지금 시대에 맞는 역할을 할 수 있을까"라며 "선배들에게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이 과연 노(No)라고 할 수 있을까"라고 지적했다.

이에 최종구 위원장은 "그런 분들이 오실 우려가 있다면 그렇게(대통령에게 진언) 하겠다”고 답했다.

업계 관계자는 "민관출신을 떠나 어떤 사람인지, 어떤 역량을 가졌는지가 중요한데 실제 선임 과정에서는 이런 점보다는 출신만 부각돼 논의가 오가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종구 위원장이 사실상 과거 관료출신 인사들의 금융협회장 인선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만큼 현재 하마평이 차기 금융협회장 인선까지 이어질지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진단이다.


[윤민경기자 bnb826@biz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