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또하나 경쟁력, 사과의 기법
기업의 또하나 경쟁력, 사과의 기법
  • 승인 2014.12.20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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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의 '항공기 리턴' 사건으로 많은 기업들이 '사과의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어느기업이든 실수를 할 수 있고, 이에대한 대책과 매뉴얼을 새삼 점검하는 기업들이 늘고있다. 삼성사장단이 매주 한차례 모여 강연을 듣는 시간에서도 주제가 '대한항공 사례를 통해 본 위기관리' 였다.
 
사과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이는 건강하고 강한 기업의 되기 위한 조건이 되고 있다.
 
◆사과의 법칙
이번 '땅콩리턴'사건이 이어지면서 대한항공은 두차례의 사과문을 냈다. 이후 조현아 전 부사장은 박창진 사무장집에 찾아가, 문틈에 쪽지사과문을 남겼다. 세 차례다. 그러나 하나같이 '사과의 법칙'에 벗어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도 '진정성'을 담겨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박창진사무장은 쪽지사과를 폭로하면서 "더 참담했다. 솔직히 그래도 조금이라도 진정성을 가지고 사과를 할 것이라 생각했으나 그 사람은 변하지 않았구나"라며 분노를 드러내기도 했다.
 
사건 발생 초기에 나온 8일 사과문의 경우 "사무장이 잘못해 당연한 지적을 했고 회항이 위험하지도 않았다’는 내용을 담았다. 게다가 “조 전 부사장의 지적은 당연하다”고 밝혀 사과의 대상 마저 뒤집어놓았다 . 여론이 진정되지않자, 일간지 광고형태로 낸 16일 사과문은 ‘잘못했다’는 취지의 말만 반복했을 뿐 주체나 사과대상, 사과이유가 들어 있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사과문에는 '누가 누구에게 왜 미안한 지, 앞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요소가 담겨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기업들이 사과문을 발표할때 참고할 만한 게 바로 'CAP’ 원칙이다. 'CAP' 원칙은 C(Care and Concern·피해자에 대한 미안함), A(Action·행동계획), P(Prevention·재발방지 약속)를 뜻한다. 이 지침을 따라야 '진정성있는 사과문'으로서 위기를 차단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세계경영연구원이 제시한 '위기관리 10계명'도 금과옥조로 삼을 만한다. 제1계명이 '위기는 사회가 당신 회사를 심판하는 재판의 과정'이며 제2 계명은 '처음 24시간이 전부'다. 대한항공은 사건 발생 첫 24시간 동안 무엇을 했을까. 대한항공의 첫대응이 실패하면서 땅콩리턴 파문은 2주일째 이어졌고, 기업은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해명 변명을 하지마라, 기대치보다 '크게 보상'하라
사과문을 작성할 때 피해야 할 또다른 요소는 변명하지말고, 해명하지말라는 조언이다. '하지만, 그러나, 다만' 등은 사과문에선 효과를 반감시킨다. 사과받는 사람의 감정을 다독이지못하고 되레 상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이와함께 피해자들이나 일반인들의 눈높이(기대수준)보다 훨씬 큰 보상계획을 짜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조금이라도 아끼려다 많은 것을 잃을수 있다는 점에서 '소탐대실의 법칙'이 사과의 법칙에도 적용되는 셈이다. 삼성그룹이 현대차그룹에서 오너들의 '수천억원 사재출연' 발표를 통해 위기를 극복한 사례가 여기에 해당된다.  
 
SK그룹에서 고위직으로 근무하다 퇴직한 한 임원은 사석에서 이런말을 했다.
 
"최태원 회장의 400억원대의 펀드 투자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그룹 수뇌부가 긴급대책회를 했던 때가 있었다. 한쪽에서는 최회장이 대국민사과와 함께 대규모 사재출연으로 사태를 진정시켜야한다는 주장을 했는데, 법조담당팀에서 '이 건은 법적으로 크게 문제가 안된다.걱정마라'는 주장을 하며 맞섰다. 문제는 당시 최회장과 그룹수뇌부가 법률담당의 의견을 수용했다." 
 
최태원회장은 4대그룹 회장이다. 그런 그가 2년 가까이 구속되어있다. 최회장이 법률담당 의견을 수용하지않고, 대국민사과 및 사재출연 방식의 위기대응을 선택했다면 어땠을까. 지금처럼 영어의 신세일까. [비즈트리뷴=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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