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유한킴벌리-여성환경연대, 불편한 또하나의 유착의혹
[단독]유한킴벌리-여성환경연대, 불편한 또하나의 유착의혹
  • 승인 2017.10.10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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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동그라미부터) 장이정수 여성환경연대 공동대표, 유한킴벌리 김혜숙 상무 l 환경재단 홈페이지 캡처(10.09)
 
[비즈트리뷴] 최근 생리대 유해성논란과 관련해 유한킴벌리와 여성환경연대의 '유착 정황'들이 국정감사 주요 이슈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밀월'을 엿볼 수 있는 또하나의 팩트가 드러났다.

9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여성환경연대 공동대표인 장이정수(중랑마을넷 대표)씨가 유한킴벌리 후원사업인 '시민단체 상근자 장학사업'의 8기(4명)로 한양대학교 공공정책 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업은 시민단체 상근자들의 전문성 향상과 시민사회의 장기적 비전을 위해 상근자의 대학원 수업료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유한킴벌리, 눈에띄는 '여성시민단체 후원' 사업

10여년전부터 유한킴벌리가 진행하는 이 사업은 시민사회계, 학계 재계를 대표하는 인사들로 구성된 장학위원회의 심사로 장학생을 선발한 뒤 제휴 대학원의 입학전형에 합격한 상근자에게 등록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 사업은 2004년 1기를 시작으로 2015년 12기까지 지난 13년간 30개 대학에 90명의 석박사 과정 진학을 지원해 왔다.

환경재단 홈페이지 자료에 따르면 1기부터 11기까지 총 77명이다. 이 가운데 여성시민단체 관계자는 10명이고, 여성환경연대 소속 인사는 장이정수 대표를 포함해 총 2명으로 20%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장이 대표를 비롯해 1기 2기 수료자들이 지난 2013년 9월 4일 열린 '제 17차 시민단체 상근자 장학생 정기모임'에서 유한킴벌리 김혜숙 상무가 참석해 감사패를 전달받은 바 있다.

이에 앞서 여성환경연대 이안소영 사무처장은 유한킴벌리와 한국여성재단이 공동후원한 프로그램의 '장학생으로 참석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으나 이를 부인했다.

이안 사무처장은 지난달 20일, 국회 정의당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긴급토론회 '생리대 안전과 여성건강'에서 "(장학생으로 포착된) 그 프로그램은 상하반기 30명씩 무료로 참여를 했고, 저도 참석을 했는데 그게 왜 장학생인지 모르겠다"며 "성대(성균관대학교)를 다니면 삼성 장학생인 것과 같은 논리"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한국여성재단 블로그에 실린 2014년 4월 11일 게시물에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많은 여성활동가들 중 장학생으로 참석했다는 이안 사무처장의 소감이 나와있다.

이안 사무처장이 장학생으로 참석한 이 프로그램은 여성활동가들이 차세대 여성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교육과정으로 7주간 진행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 한국여성재단 제공


한국여성재단 측은 본지의 해당 보도내용에 대해 "이 (프로그램)과정은 전 과정이 무료로 진행되는 교육프로그램으로 여성환경연대 이안소영 사무처장이 유한킴벌리의 장학생이었다는 표현은 기존에 통용되는 장학생의 사전적 의미 '학문이나 공부를 돕는 뜻으로 주로 돈을 받는 학생"이라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는 입장을 공문을 통해 밝혔다.

특히 "유한킴벌리는 본 프로그램의 주최 기관이 아니며, 해당 과정에 일체 개입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본 과정의 주최기관으로 잘못된 사실을 기재했다"고 주장했다.

한국여성재단이 보내온 공문에 첨부된 표에 따르면 후원기관으로 한국여성재단과 유한킴벌리 두 곳뿐이며 주최기관은 나와있지 않다.

그러나 이안 사무처장이 참석해 기념촬영한 당시 사진자료에 나와있는 현수막에는 '제3기 이화-유한킴벌리 NGO 여성활동가 리더십 교육과정 장학증서 전달식 개최'라고 적시돼있다.

한국여성재단 측은 이와 관련 "(이같은) 허위 보도로 한국여성재단을 지원하는 많은 시민들의 신뢰를 하락시키고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 요청과 해당기사의 삭제, 정정도보가 조속한 시일 내에 이뤄지기를 촉구한다"고 본지를 압박했다.


■유한킴벌리, 시민단체 10여년 후원....왜?

유한킴벌리처럼 여성시민단체를 발벗고 나서, 적극 후원하는 기업은 드문 케이스다. 관련업계는 유한킴벌리가 유독 여성시민단체를 지원하는 사실에 대해 '노림수'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적지 않다. 

업계는 유한킴벌리가 여성시민단체 관계자들과의 네트워크를 구축, '소비자관련 문제 제기자체'를 원천봉쇄하기위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여성환경연대와 유한킴벌리의 유착의혹은 유한킴벌리 김혜숙상무가 이 시민단체의 운영위원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촉발됐다. 

특히 여성환경연대가 이번 생리대 논란 최대 피해기업인 깨끗한나라측에 발송한 당시 토론회 관련 메일 내용에는 '유한킴벌리가 점유율 1위 기업이라 참석 확정'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메일에 따르면  유해성 검출 다른 해당기업과 다르게 유한킴벌리는 사전에 이미 토론회 참석이 확정됐다. 여성환경연대 고금숙 환경건강팀장은 이에 대한 본지의 취재 요청 전화에 "일하는 프로세서"라며 "그런 질문 왜하냐"고 언성을 높이고, 일방적으로 통화를 종료한 바 있다.

유한킴벌리의 생리대 제품들은 시장점유율이 약 60%에 달하며 ▲LG생활건강 ▲P&G ▲깨끗한나라 등과 비교해도 업계를 압도하는 수치다.

유한킴벌리는 이같은 명성에 걸맞게 그동안 여성을 위한 후원과 활동을 많이 해왔다.

유한킴벌리는 '우리 강산 푸르게'라는 문구로 환경을 생각하는 좋은 기업, 착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알려왔다. 


▲ 한국여성재단 홈페이지 캡처 (2017.09.23)
 
유한킴벌리는 특히 한국여성재단과 협약(MOU)을 맺고 후원 및 여성을 위한 사업을 추진해 왔다.

여성환경연대 이안 사무처장이 장학생으로 참석해 기념촬영한 사진자료의 사업도 협약을 통해 유한킴벌리가 후원한 사업이다.

이와 관련 비즈트리뷴의 취재결과, 한국여성재단의 여러 파트너 기업들 중 별도로 MOU 및 약정식을 체결한 기업은 유한킴벌리, 약정식을 한 기업은 교보생명,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 아모레퍼시픽복지재단(서면 양식) 등으로 나타났다. 

파트너 기업들 중 일부 카드사 관계자들은 "플랫폼을 통해 포인트 제휴같은 것을 지원하고 다른 후원이나 활동은 없다"고 말했다.

카드사, 화장품 기업, 유통기업 등이 과거부터 현재까지 여러 후원방식으로 통해 여성들을 돕고 있으나 한국여성재단 '기업사회공헌 소개 및 참여'에는 유한킴벌리와 맺은 기부협약만 사진자료가 포함돼 나와있다.

한국여성재단 파트너 기업 가운데 여성생리대 관련 기업은 유한킴벌리가 유일하며, 유한킴벌리만 파트너십을 맺고 진행중이다.

최근 생리대 유해성과 관련해 곤혹을 치르고있는 깨끗한나라 관계자는 "환경정화 활동 및 제품을 지방자치단체나 비영리단체에 지원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왔다"며 "간접활동보다 제품지원등으로 후원을 해왔다"고 말했다.

깨끗한나라 관계자는 "한국여성재단에서 (기부나 사업 관련해)요청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있다"며 "여성환경연대에서도 다른 제안이나 요청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한국여성재단은 후원하는 파트너 기업들 중 재단 홈페이지 기업사회공헌 소개 및 참여에 왜 유한킴벌리와 맺은 기부협약내용만 나와있냐는 본지의 물음에 "지난해 새롭게 홈페이지 리뉴얼을 진행했다"며 "활동을 소개하는 데 있어 최근 활동사진을 사용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 현재 한국여성재단에서 추진 중인 사업, 유한킴벌리만 기업명이 명시돼 있다. l 한국여성재단 홈페이지 캡처(09.23)

한국여성재단이 추진하는 많은 사업들 중 유한킴벌리만 기업명칭을 딴 사업명으로 부각이 되는 이유에 대해 "사업명은 해당 기업과 후원자의 의견을 수렴해 확정하게 된다"고 답변했다.

또한 "한국여성재단은 여성과 관련한 뜻깊은 일을 많이 하는 재단으로서 유한킴벌리 생리대 관련, 지난해부터 제기된 ‘꼼수인상’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물음에 "이 사안에 관해서는 우리 재단이 판단할 객관적인 근거가 없으므로 답변할 것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국여성재단은 '현재까지 유한킴벌리와 여성환경연대와 관련해 유착의혹에 대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데 여성을 위한 재단으로서 이 사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라는 본지의 물음에 "의혹에 대한 논란은 재단이 판단할 근거자료가 충분하지 않아 답변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다만 "한국여성재단의 NGO여성활동가리더십과정 사업의 학생선발이나 교육, 평가, 전 과정에 유한킴벌리의 참여는 전혀없었다"며 "이 과정을 이수한 여성활동가 531명중 한명이 여성환경연대의 활동가였다는 것은 전혀 놀라울 일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여성환경연대 이안 사무처장 역시 이와 관련 "많은 여성활동가들이 참여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많은 여성환경단체 활동가 중 하필 여성환경연대 이안사무처장이 장학생으로 코멘트가 나와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시종일관 묵묵부답을 이어갔다.

여성단체 후원 기업 관계자 일부는"여성시민단체에 유한킴벌리가 활동과 기부 등 후원을 참 많이 한다", "기부하는 수준은 다른 곳과 비교가 안된다","유한킴벌리가 나무도 많이 심고 기업이미지가 좋기도 하고, 유한킴벌리에 대해 나쁜 얘기나 지적을 하는 여성단체는 보지 못한 것 같다", "좋은 일 해도 유한킴벌리에 묻혀버리기 일쑤"라는 반응을 내놓았다.

지난 몇년간 유한킴벌리 생리대 꼼수 인상등 정부와 시민단체에 여러 문제를 제기해 온 A씨는 "여성단체 중 유한킴벌리 생리대나 물티슈 등 어디에도 유한킴벌리에 문제를 제기한 단체는 없었고, 제보를 하고 요청을 해도 무시하기 일쑤였다"고 토로했다.

한편 여성환경연대 역시 생리대 전성분 표시 우수 기업으로 유한킴벌리를 꼽았다.

소비자들은 지난 5월 여성환경연대 홈페이지에 등록된 생리대 전성분 표시 관련 게시물에 대해 '유한킴벌리를 추켜세우는 게시물'이라고 평가했다.

여성환경연대 이안 사무처장은 이에대해 "홈페이지와 생리대 포장에 표기된 기준을 두고 평가했던 게시물"이라고 뒤늦게 해명했다.

그동안 이 사실 관계에 대해 유한킴벌리는 물론 여성환경연대 관계자들은 침묵했고, 이들이 언론에 통보방식으로 내놓은 주장에 대해 국민들은 "진실이 궁금하다"며 애태우고 있는 상황이다.

오는 12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에서 여성환경연대와 유한킴벌리 관계자들이 증인으로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국감에서 이들이 그간의 유착 의혹들에 대해 어떤 발언을 내놓을 지 주목된다. 



[김려흔기자 eerh9@biztribun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