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론] 상환능력은 성적순이다
[경제시론] 상환능력은 성적순이다
  • 김상만 연구원
  • 승인 2022.08.11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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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후 기준금리의 지속적인 인상 및 시장금리의 상승으로 인해 부동산금융의 사업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부동산PF의 경우 일반 부동산담보대출 대비 사업구조 및 리스크 프로파일이 상이한 관계로 현재와 같은 금리상승기에 상대적으로 더더욱 불리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볼 수 있다.

즉, 일반 부동산담보대출의 경우에는 기성품의 성격으로 자산의 가치가 어느 정도 확정적이고 그런 가치에 기반하여 산출된 LTV비율에 근거해 부동산금융(대출)이 실행된다. 따라서 근거자산가치의 급격한 조정이 있지 않는 한 채권금융기관은 대출에 대한 담보력을 유지할 수 있다.

반면, 부동산PF의 경우 프로젝트파이낸싱이라는 이름이 나타내듯이 일련의 사업진행절차의 관리 및 그에 수반되는 활동이 요구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여러가지 변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프로젝트의 성공적 완수를 위해서는 초기 기획에서부터 시작하여 사업진행사항의 조율 및 금융조달과 같은 관리능력이 필요하다.

(대출자의 입장에서) 일반 부동산담보대출은 기성복을 구입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면 부동산PF의 경우에는 맞춤양복을 구입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그래서 잘 만들면 그에 따른 보상도 크지만 일이 꼬이면 기성복을 구입하느니만 못한, 그런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현재 금융시장에서 부동산PF문제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각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첫째, 부동산PF에 대한 상대적인 노출도가 높아서 잠재적인 리스크에 처해있는 금융기관은 어디인가? 둘째, 부동산PF문제가 개별금융기관의 차원을 문제를 넘어 시스템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는가? 셋째, 절대노출수준 이외에 질적인 상태를 판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마지막으로 유동성리스크는 어떻게 볼 것인가?

첫번째 질문에 대한 신용평가기관의 대답은 개별 사업장의 부실 발생여부로 놓고 보면 부실이 점증하는 것은 맞지만 금융회사 차원에서 본다면 일부 취약 사업장에서 부실이 발생한다고 해도 전체 포트폴리오 및 자본력 측면에서 대응력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특히 대형사의 경우 그 같은 버퍼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즉, 일부 부진학생이 있어도 학급 전체의 평균점수는 교육부 기준을 충족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두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첫번째와 연관되는데 시장내 비중이 큰 금융기관에 문제가 발생되지 않는다면 시스템리스크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반장이나 선도부가 잘해주면 단체기합 받을 일이 없다는 의미이다.

세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금융회사 건전성과 관련된 기존의 모니터링지표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즉, 부동산PF와 관련된 핵심 모니터링지표는 연체율이 아니라 (PF를 포함한) 회사 전체사업포트폴리오의 분산정도 및 특정부문에의 과도한 의존여부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즉, 과목별 점수편차가 심한 경우 우등생으로 봐주기 힘들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유동성과 관련된 모니터링 포인트 또한 기존의 관행을 벗어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일반적인 1년만기 도래 유동성비율은 영업자산의 정상적인 회수상황을 전제로 하고 있기에 유사시에는 유용성이 떨어진다. 진정한 유동성관리능력은 (계열사지원을 포함한) 대체자금 조달능력을 평상시처럼 유지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하나증권 김상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