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지배구조 규준 '이대로 좋은가'
금융 지배구조 규준 '이대로 좋은가'
  • 승인 2014.11.24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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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자본주의적,자기모순에 빠진 정책...재계, 거센 반발
 
금융당국이 상설기구인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신설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이 당초 취지와는 달리 오히려 사외이사들의 권력집중을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모범규준이 문제의 '은행권' 뿐만 아니라 전체 금융권에 무차별적으로 적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적잖은 반발이 예상된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은 당초  KB금융지주 사태와 같은 은행권의 적폐를 타개하기 위해 내놓은 금융위원회의 대안이었다. 당초 취지는 책임은 지지 않고 권한만 누리는 사외이사의 자기 권력화를 차단하겠다는 것이었다.
 
금융위원회는 직전 연도 말 회계기준 자산 2조 원 이상인 금융지주 11개사와 은행 18개사, 증권 24개사, 자산신탁 9개사, 보험 32개사, 저축은행 1개사, 카드 23개사 등 모두 118개사에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모범규준에 따르면 이들 금융회사는 충분한 수의 사외이사가 참여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상설 조직으로 두고, 대표이사 등 각종 임원 후보를 선발하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외이사의 권력 집중을 차단하겠다는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되레 사외이사의 권력을 강화해 줄 개연성이 큰 규정이 아닐 수 없다. 충분한 수의 사외이사가 참여하는 임추위 운영을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금융 지배구조 규준이 반자본주의적인 정책이라는 비난에 직면하고 있다. 은행은 국민의 예금과 적금을 받아 사업하는 만큼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다. 반면 증권이나 자산운용사 등 비은행권 금융사들의 경우 자체 자본금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의당 자본주의 기본 원칙과 상법에 따라 주식회사의 대표이사 등 임원은 주주총회에서 주주에 의해 선임되어야 한다는 게 금융계열사를 둔 대기업들의 주장이다.
 
재계는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이 대주주의 인사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반발한다. 상법에 따르면 대표이사 선임은 이사회의 권한이다. 회사의 정관으로 따로 정한 경우 주주총회에서도 선임할 수 있다. 이 경우 모범규준이 임추위를 구성하라고 지시하는 것이 상법에 나오는 이사회와 주주총회의 권한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사외이사들의 권력을 차단하기위한 정책이 되레 사외이사의 권력을 강화시키는 자기모순에 빠진 정책"이라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본까지 무시해가며 정책을 입안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금융위는 24일 “입법예고된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이 예정대로 내달 10일 발효하면 118개 금융회사는 CEO, 부사장 등 집행임원을 선임의 추천경로, 추천경력, 추천 사유 등을 공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모범규준이 당장 다음 달부터 적용됨에 따라 올 연말이나 내년초로 예정된 재계인사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대기업 금융계열사의 경우 그룹 총수나 구조조정본부의 결정으로 고위 임원을 임명해왔다. 모범규준은 물론 법적 구속력은 없다. 그럼에도 금융감독원의 종합감사에 포함되며 정기적으로 공시해야 하는 만큼 '울며겨자먹기'라도 따를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비즈트리뷴=정윤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