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세계최초 브레이크 걸린 구글·애플 '수수료갑질'
[이슈분석] 세계최초 브레이크 걸린 구글·애플 '수수료갑질'
  • 이서련 기자
  • 승인 2021.08.2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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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구글 갑질방지법'이 지난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으면서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자사 결제 수단 강요와 수수료 징수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앱 마켓 사업자가 유리한 지위를 이용해 모바일 콘텐츠 제공 사업자에 특정 결제방식을 강요할 수 없도록 하는 게 개정안의 골자다. 이 법안이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해 시행된다면, 세계에서 처음으로 거대 플랫폼이 부당하게 수수료를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한 사례가 된다.

구글이 오는 10월부터 앱 마켓에서 자사 내부 결제 시스템을 의무화하고 거래가의 30%를 수수료로 내도록 하면서 이에 대한 논쟁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주요국 중 이렇게 공식 규제를 둔 경우는 처음이다. 이 때문에 이번 국내 사례가 전 세계적인 규제 움직임을 불러 일으킬 가능성도 점쳐진다. 

■앱마켓 '갑질' 공식금지...애플 "고객보호 불가·개발자 수익감소"

구글·애플이 자체 개발한 내부 결제 시스템 '인앱결제(In-App Payment)'는 자사 앱마켓에서 유료 앱이나 콘텐츠를 각국의 신용카드, 각종 간편결제, 이통사 소액결제 등을 통해 결제하도록 하는 방식을 말한다. 구글과 애플은 이를 통한 결제 금액의 30%를 플랫폼 운영비로 가져간다. 애플 앱스토어는 애초부터 앱 제작사의 자체 결제시스템 사용이 불가능했고, 구글도 10월부터 구글플레이 결제시스템을 반드시 쓰도록 강제한 것이다.

네이버·카카오 등이 이끄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앱 마켓이 특정결제수단을 강제하게 될 경우 국내 관련 산업 매출이 연간 약 2조3천억원 줄고 생산 감소 효과가 2조9천억원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이의 부당성을 인정하고 등장해 법사위를 통과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는 앱 마켓 사업자가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과 모바일 콘텐츠 등 심사를 부당하게 미루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정부가 앱 마켓 운영 실태 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자료: 연합뉴스
자료: 연합뉴스

애플은 이번 개정안이 고객과 개발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애플은 본사 명의 입장문을 내고 이에 대해 "앱스토어가 아닌 다른 경로로 상품을 구매한 이용자들을 사기 위험에 노출시키고 개인정보보호 기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객의 구매 관리를 어렵게 만드는 동시에 '구입요청', '유해콘텐츠 차단' 등 앱스토어에 장착된 고객보호 장치들의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앱스토어 구매에 대한 이용자들의 신뢰도 감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개발자들에 대해서도 "한국에 등록된 48만2천명이 넘는 개발자가 지금까지 애플과 함께 8조5500억원 이상 수익을 창출해왔는데, 그들이 앞으로 더 나은 수익을 올릴 기회도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 '구글 갑질방지법', 바이든 정부까지 영향 주나

이 이슈는 세계적으로도 뜨거운 감자다. 미국 유타·뉴욕주 등 36개주와 워싱턴DC는 최근 구글을 캘리포니아주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이들은 구글의 30% 수수료 부과 정책에 대해 문제를 제기, '반독점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 지역에서도 구글과 애플의 수수료 정책에 대한 규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처음으로 규제책을 마련한 한국의 '구글 갑질방지법'이 전 세계적인 규제 움직임에 시동을 걸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한국의 '구글 갑질방지법'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시험대에 올려놨다고 보도하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자국 내 구글이나 애플 등 빅테크 기업의 과도한 힘을 저지하려는 상황에서 외국 정부가 미국 기업에 반독점 정책을 근거로 미국 기업을 막아설 때 어떻게 대응할지 시험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ㅣABC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ㅣABC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빅테크 독점 우려에 일관된 접근을 원하지만, 과거 미국 정부는 유사한 상황에서 자국기업의 이익을 위해 상대국 법률안에 반대하기도 했기 때문에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 취임 몇 주 후 나온 미 정부의 연례무역장벽보고서의 경우, 지난해부터 논의돼 온 한국의 이 법안을 미국기업에 대한 무역장벽으로 간주해 우려를 표한 바 있다는 설명이다. 구글 또한 한국 국회 등을 직접 접촉하면서 이 법이 양국간 무역갈등을 야기할 수도 있다며 압박을 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미국 통상 당국의 공식적인 입장은 나오지 않았지만, 미국 무역대표부의 대변인 애덤 하지는 이와 관련해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과 경쟁 촉진을 구별할 필요를 인식하면서 폭넓은 이해 관계자의 참여 가운데 사실들을 취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 6월 미 의회에서 빅테크 기업 규제가 핵심인 반독점법안 5개의 통과를 이끈 민주당 데이비드 시실리니 의원은 "막강한 거대 플랫폼 기업의 압력과 로비에 맞서 법안을 추진하는 한국 국회와 국회의원들에게 지지를 보낸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이번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이르면 이번주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에 올라갈 예정이다. 

[비즈트리뷴=이서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