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사 주범 야간노동①] "택배노동자 주당 71.3시간 근무...규제 필요"
[과로사 주범 야간노동①] "택배노동자 주당 71.3시간 근무...규제 필요"
  • 김민환 기자
  • 승인 2021.06.07 19: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ㅣ참여연대
ㅣ참여연대

최근 택배 노동자들의 주당 근무 시간이 법정 근로 시간인 52시간을 넘어선 71.3시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참여연대는 7일 택배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과 야간노동으로 인한 과로사에 적극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촉구하며 나섰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이날 서울시 여의도에 위치한 이룸센터에서 ‘과로사 주범 야간노동, 이제는 적극적 규제가 필요하다’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고 이같이 밝혔다.

국제암연구소(IARC)에서는 야간노동을 2급 발암물질로 지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수많은 연구에서 야간노동은 뇌·심혈관계질환을 일으키는 요인이 되고 각성 능력을 떨어뜨려 사고유발 가능성을 높이며 수면장애를 가져올 수 있고 각종 기왕력의 악화를 가져온다고 지적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국민사망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중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경우 뇌·심혈관계질환으로 매년 5200여명이 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사망이 직업과 전혀 관련이 없을 것이라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야간노동은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삶의 질도 떨어뜨리게 된다. 그러나 최근 시대를 역행하는 상황이 곳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최근 쿠팡, 마켓컬리 등 배송업체에서 신종 사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총알배송’, ‘당일배송’이라는 슬로건들이다. 결과 지난해 택배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노동자와 배송 노동자가 수없이 사망하는 사고들이 잇따랐다.

지난해 쿠팡 물류센터에서 야간근무를 하다가 과로사로 사망해 산업재해 승인을 받은 장덕준 노동자의 부모는 최근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하며 전국 순회 투쟁에 나섰다. 현재 국내의 규제는 야간근무를 제한하지 않고 있어재발방지를 위해서는 제도 개선 필요한 상황이다. 야간근무가 주간근무보다 위험하지만 별다른 규제가 없는 것이다. 

2017년 기준 택배노동자의 1일 평균 노동시간은 10시간 12분인 반면, 지난해 09월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가 발표한 '택배노동자 과로사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대책 마련'의 자료에 따르면, 택배노동자의 1일 평균 노동시간은 11시간 53분(주당 노동시간 71.3시간)으로 나타났다. 택배노동자의 노동시간이 증가한 이유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택배 물동량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20년 기준 택배노동자의 노동시간을 연간노동시간으로 환산할 경우 약 3707시간으로 이는 OECD 국가 중 장시간 노동 3위인 한국 노동자의 연간노동시간(1927시간, 2020년 기준) 보다 약 2배가 많은 수치다.

택배노동자들은 업무상 사고로 연간 45%가 상해를 입었으며, 사고재해율(4일 이상 요양이 필요한 상해)은 25.9%로 2019년 기준 한국의 산업재해 사고재해율인 0.5%의 50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조은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선임간사는 "택배노동자의 밤 근무 비율이 0.2%, 밤과 저녁 근무비율이 12.3%로 취업자 전체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대부분의 택배노동자는 배송 전에 택배물건을 분류하는 분류작업 업무를 오전 7시부터 시작한다"며 "오전 9시에 업무를 시작하는 노동자들에 비해 2시간가량을 더 일한 상태에서 야간노동을 하는 것이므로 야간노동으로 인한 생체 리듬의 파괴와 건강영향 정도는 일반 취업자 보다 훨씬 심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여연대는 "야간노동 시간에 있어서는 연장근로 금지, 월 야간노동 일은 14일 이내로 제한, 연속 야간근무는 3일 이하로 제한, 야간근무를 2일 이상 연속한 경우 48시간 이상의 휴식 보장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또 야간업무의 부담 경감을 위해 야간근무 시 업무량 조절, 주간보다 긴 휴게시간 등의 규정이 필요하고 혹서기나 혹한기의 작업장 적정 온도 유지 등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한해에만 16명의 택배노동자가 과로로 사망할 정도로 과로사는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과로사로 추정돼 ‘업무상 뇌·심혈관계 질병 산업재해’를 신청한 인원은 2017년 576명, 2018년 612명, 2019년 747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고, 실제 업무상 인과관계가 인정돼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근로자는 지난 5년간 1113명에 달한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산업재해를 신청한 인원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로사가 줄지 않는 이유는 야간·교대근무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과로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 달 최대 야간노동 시간을 규제하고, 야간 근무를 2일 이상 한 경우 48시간 이상의 휴식을 보장하는 등 노동자의 쉴 권리를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회도 과로사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오늘 토론회에서 논의된 전문가분들의 소중한 의견과 현장의 목소리가 정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우리 사회는 그동안 야간노동이 과로사의 주범이란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애써 외면하고 그것을 당연하게 여겨왔지만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며 "국회에서 입법적, 정책적으로 개선 방안을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비즈트리뷴=김민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