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은행권에 부는 AI 바람...당국도 AI 인프라 구축 나서
[이슈진단] 은행권에 부는 AI 바람...당국도 AI 인프라 구축 나서
  • 김민환 기자
  • 승인 2021.04.16 19: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내 시중은행들이 인공지능(AI) 기반의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기존 AI시스템을 고도화하거나, AI바탕의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며 디지털 혁신을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금융당국이 올해 6월 내 금융분야 인공지능(AI)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한 상황에서 은행권의 이같은 행보는 당분간 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지난 13일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 은행, 빅테크, 전문가들과 함께 화상회의로 제7차 '디지털 금융협의회'를 개최하고 서울대에서 진행한 '금융분야 AI 운영 가이드라인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향후 'AI 운영 가이드라인' 운영 방향을 논의했다. 올해 안에 금융업권별 실무지침도 단계적으로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이를 통해 AI 활성화를 위한 빅데이터 인프라 등을 구축하고 알고리즘 유효성검증을 위한 테스트 베드를 구축한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도규상 금융위 부위원장은 "AI는 인간보다 빠르게 더 많은 정보를 처리함으로써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반면, 의사결정의 편향성 등 공정성 이슈가 제기될 수 있어 양자 간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운영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며 "AI 기술을 활용한 딥페이크 등 새로운 유형의 금융범죄에 대응하고, 소비자 보호를 위한 섭테크(Suptech) 등 AI 감독이슈에도 선제적으로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디지털금융협의회는 향후 기울어진 운동장 논의를 넘어 디지털 금융 전반 과제를 폭넓게 다루는 회의체로 확대 개편해 상시적·주기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 은행권 AI 활성화 박차

최근 국내 시중은행들은 AI를 단순한 역할에서만 활용하지 않고 나아가 ‘AI 뱅커’를 만들어 도입하고 있다. 또 기존의 자금관리·챗봇 서비스 고도화를 통해 인공 지능 활용 비중을 높이고 있다. 빅테크와의 비대면 금융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AI가 새 먹거리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사진ㅣKB국민은행
사진ㅣKB국민은행

먼저 KB국민은행은 '챗봇 비비’를 통해 개인화 맞춤 서비스와 뱅킹업무 처리를 제공하는 챗봇 서비스를 고도화 했다. 

챗봇 비비는 국민은행의 AI기술을 활용해 쉽고 간단하게 채팅으로 상담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인공지능 금융 챗봇서비스로 KB스타뱅킹, 인터넷뱅킹, 리브(Liiv), KB스타알림, KB마이머니 앱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챗봇 비비의 특징은 ▲실제 직원처럼 과거 가입 경험이나 보유상품 및 검색 이력 등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맞춤 상품을 추천 ▲간편한 채팅 상담을 위해 초성 또는 단어 입력을 통한 질문 자동완성 기능 ▲조회 및 이체 기능을 탑재한 대화형 뱅킹서비스 등이 있다.

이외에도 국민은행은 AI 뱅커의 도입도 준비하고 있다. 올해 7월 전후로 은행 지점에 딥러닝 기반 AI 상담 키오스크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후 올해 말부터는 복합·대형점포나 무인점포 위주로 확대 배치한다는 방침이다.

사진ㅣ우리은행
사진ㅣ우리은행

우리은행은 16일 딥러닝(Deep Learning) 기반 영상합성 기술 스타트업 라이언로켓과 AI뱅커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우리은행 AI뱅커는 직원 연수프로그램(AI교수) 및 행내 방송(AI아나운서)에 다음달부터 먼저 도입하고 향후 스마트 키오스크 화상상담 업무 등 점차 업무 범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스마트 키오스크 AI상담원 역할을 수행할 우리은행 직원을 선발해 직원의 외모와 목소리를 AI상담원에 반영할 예정이다.

사진ㅣ신한은행
사진ㅣ신한은행

신한은행은 AI 챗봇 서비스인 ‘오로라(Orora)’의 지식품질 관리 기능을 고도화 했다.

이번 고도화는 ▲지식 품질관리체계 구축 ▲데이터분석 기반 개인화 서비스 ▲다양한 채널 연계 등을 위해 지난해 9월부터 추진됐다.

신한은행은 300만건의 챗봇 상담이력 분석 및 11만건의 지식 정비를 통해 챗봇이 고객의 질문 의도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답변의 정확도를 향상 시킬 수 있는 지식체계를 만들었다.

특히 지식품질관리 고도화에는 업계 최초로 정답유사율, 체감정답률 등 새로운 지표를 도입하면서 이를 통해 신한은행은 매일 3만건 이상의 챗봇 상담이력을 전수조사해 사용자 질의에 따른 정답유사율을 평균 96%이상 유지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의 금융 패턴과 라이프 스타일을 정밀 분석해 맞춤형 자금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AI 기반 '하나 자금관리 리포트' 서비스를 출시했다

하나 자금관리 리포트는 고객의 월간 거래를 분석해 ▲월별 잉여자금산출 ▲입출금 거래 분석 ▲출금 성향 분석 등 개인화된 리포트를 매월 초에 제공한다.

하나 자금관리 리포트는 은행 내부 빅데이터 전문 조직인 AI빅데이터섹션과 하나금융융합기술원이 참여해 자체 개발한 AI 알고리즘이 적용됐다. 또 AI 알고리즘의 정확도를 높이고 서비스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손님의 하나은행 거래 뿐 아니라 오픈뱅킹 및 소비 성향 데이터 등 외부·비정형 데이터까지 분석해 보고서를 제공한다.

이처럼 AI 기술로 고객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 하나 자금관리 리포트는 고객의 금융 거래는 물론 관심사까지도 분석한 리포트를 제공하면서 이를 통해 손님들은 보다 손쉽고 편리한 디지털 자금관리 및 자산관리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사진ㅣ농협은행
사진ㅣ농협은행

NH농협은행은 지난해 10월 국내 금융권 최초로 AI 기술이 적용된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시스템을 통한 ‘투자 상품 불완전 판매 점검 고도화 프로젝트’를 완료했다.

RPA는 사람이 하는 반복적이고 표준화된 일을 로봇이 대신하도록 하는 기술로 사무자동화에 주로 쓰인다.

농협은행 WM사업부는 디지털전략부와 협업으로 ‘투자상품 불완전판매 점검 고도화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기존 인력에 의존한 점검 업무를 자동화했다. 불완전판매 탐지 정확도와 효율성을 높였다.

AI 기반 자동화 로봇은 매일 전국 영업점에서 발생하는 수 천건의 투자상품 거래신청서 점검을 통해 서류 불비항목 추출과 미흡사항 영업점 전달·보완 등 불완전판매 사후관리에 활용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미래의 금융권에는 AI는 필수가 되겠지만 아직까지는 창구의 혼잡을 줄여줄 수 있는 수준으로 초기 단계"라며 "창구 업무는 패턴화돼 있기에 미래에 AI가 대체할 수 있는 여력이 큰 만큼 향후 은행원들은 각자 전문분야가 없으면 미래에 AI에게 자리를 뺏길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비즈트리뷴=김민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