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지각변동②] 미·중 반도체 '패권다툼' 격화되나...국내 기업들도 '촉각'
[반도체 지각변동②] 미·중 반도체 '패권다툼' 격화되나...국내 기업들도 '촉각'
  • 이기정 기자
  • 승인 2021.04.13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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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자국내 반도체 산업의 적극적인 육성 의지를 밝히면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격변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반도체 화상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에 강력하게 대처하는 한편, 추가적인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삼성전자가 백악관 회의에 참석한 상황에서 미국 정부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미국 시장 투자를 늘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는 업계의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중국에서도 국내 기업들에게 반도체 협업 등과 같은 요청이 이어지면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기업들은 난처한 상황에 직면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ㅣ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ㅣ사진=삼성전자

■ 미국 반도체 산업 '본격' 육성...삼성전자 대응은?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에게 차랑용 반도체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추가적인 투자나, 생산라인 변경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다.

회의가 끝나고 인텔은 차량용 반도체를 조만간 생산하겠다고 화답했다. 겔싱어 인텔 CEO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인텔 공장 네트워크 안에서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을 논의 중에 있고, 6~9개월안에 생산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도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에 상당한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차량용 반도체는 낮은 수익성과, 제품 사이클 보증기간이 길다는 등의 이유로 생산을 꺼려왔던 제품이다.

더불어 삼성전자는 미국 오스틴 주의 투자 계획도 조만간 확실한 입장을 보여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글로벌 경쟁업체들이 미국의 요구에 맞춰 사업을 확장하는 시기에서 자칫 경쟁력이 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가 미국 애리조나에 120억달러를 투입해 파운드리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또 TSMC는 이번 차량용 반도체 부족에 협력하기 위해 미국을 포함해 3년간 1000억달러는 투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아직 미국 시장에 확실한 투자계획을 발표하지는 않았다. 다만, 업계에서는 삼성전자도 조만간 계획을 밝혀야 하는 입장에 놓인 것으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사진=화웨이
화웨이 기자간담회ㅣ사진=화웨이

■ 중국-미국 패권다툼 격화?...국내기업들 '피해' 우려

미국이 반도체 산업에 대한 육성 의지를 드러내는 것은 중국과의 '힘겨루기'가 상당 부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미국의 국내 기업들에 대한 요구가 커지자, 중국에서도 국내 기업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우선 지난 3일 중국 푸젠성 샤먼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중국은 우리 정부에 반도체와 5세대(5G) 이동통신 등에 대한 협력을 요구했다. 

또 중국 반도체 업체인 화웨이도 이날 한국 기자간담회를 통해 반도체 부족 현상은 미국의 화웨이 제재 탓이라고 지적하며 국내 기업들과의 협업을 요청했다.

칼 송 화웨이 글로벌 대외협력 및 커뮤니케이션 사장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칩셋이 부족한 상황이 발생한 것은 한 기업(화웨이)가 제재를 받고 연결된 협력사들이 영향을 받은 탓"이라며 "앞으로 칩셋 가격이 상승하면 고객과 산업계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송 사장은 국내 기업들과의 협력을 키워가고 싶다고 밝혔다. 송 사장은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가 취소되기를 바란다"며 "한국, 일본, 유럽 등 반도체 선진국과 협력해 글로벌 공급사슬을 다시 형성하고, 반도체 가격 상승이 소비자들에게 부담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싶다"고 전했다.

다만,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 입장에서는 양측의 다툼이 난감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양 국가에 끼여 원하지 않는 투자를 해야만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양측의 다툼에서 한쪽의 편을 들어줄 수 없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글로벌 업체들이 힘을 합쳐야 하는 상황에서 양측의 경쟁이 심화된다면, 오히려 지금과 같은 공급 문제와 같은 부작용이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즈트리뷴=이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