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연기금의 매도행진...개인투자자와 균형 찾아야
[기자수첩] 연기금의 매도행진...개인투자자와 균형 찾아야
  • 황초롱 기자
  • 승인 2021.04.05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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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ㅣ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국내 주식시장의 '큰 손'인 연기금이 올해 1분기 코스피에서만 15조원 넘게 주식을 팔아치우며 일명 '박스피'의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국내주식 비중을 조절하기 위한 매도행위라지만 조정장이 길어지면서 너무 과한것이 아니냐는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올해 첫 거래일인 1월 4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약 3개월간 유가증권시장에서 15조6940억원을 팔아치웠다. 같은기간 기관의 합계 순매도 금액인 27조9760억원의 56%에 달한다.

연기금은 지난해 12월 24일부터 올해 3월 12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역대 최장인 51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다. 지난달 15~16일에는 매수우위를 보이며 순매수로 돌아서는 듯 하다가 17일부터 다시 10거래일간 매도 행렬을 지속했다.

이러한 연기금의 매도세는 지난해 상반기 코로나19로 인한 증시 폭락 때 연기금이 저가 매수한 주식의 주가가 치솟으면서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주식 비중이 21.2%까지 증가한 것에서 비롯됐다. 앞서 연기금은 국내 주식의 목표 비중을 2020년 17.3%, 올해 16.8%, 2025년까지 15% 내외로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계획이라면 연기금은 연말까지 약 20조원에 가까운 추가 매도를 할 수 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연기금은 증시의 대세상승을 막는 행위를 중단하라', '공매도 폐지와 매물폭탄이 된 국민연금 주식운용 제도를 개선하라' 등의 청원글이 넘쳐난다. 투자자들은 국민연금의 매도 행진을 규탄하기 위한 집회도 불사하고 있다. 지난달 4일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연금은 주가 하락의 주범"이라며, "지긋지긋한 박스피를 벗어나 13년 만에 봄이 찾아온 국내 주식시장에 차디찬 얼음물을 끼얹는 연속 매도 행태는 동학 개미에 대한 명백한 배신"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도 신년 간담회를 통해 "코스피 3000은 새로운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개인투자자들에 이어서 기관투자자들이 배턴을 이어받아야 할 때"라면서, "장기적으로 증시가 우상향하기 위해선 연금과 같은 장기 투자자금이 증시에 유입돼야 한다. 국민의 노후를 책임질 연금의 증시 참여는 장기 투자를 가능하게 하고, 탄탄한 수요기반을 조성해 증시의 질적인 성장을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연기금의 '기계적 매도'에 대한 반발이 이어지자 결국 국민연금 기금위는 지난달 26일 국내 주식 목표 비중 유지 규칙 변경 논의에 나섰다. 다만 결론을 내지 못해 이달 열리는 기금위 회의에서 해당 안건이 재검토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연기금의 매도행위를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국민연금은 가입자들의 노후 자산을 불리기 위한 주식투자의 의무가 있을뿐, 일부 개인투자자들의 수익을 올려주기 위해 주식시장에 투입된 것이 아니기에 매도 이유나 규모 등을 일일이 밝힐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주식비중 목표치 설정의 유연성이나 공공성, 투자자들과의 소통의 부재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크다. 물론 그 어떤 결정도 백이면 백 모두가 만족하는 결론에 다다르기는 어렵지만 이럴때일수록 국민연금과 투자자들 간의 균형이 필요한 때라는 생각이다. 한쪽으로만 치우친 자산운용은 결국 돌고 돌아 국민 모두에게 되돌아 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비즈트리뷴=황초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