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③] 필수불가결한 금소법, 증권사 영업·상품에는 부정적?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③] 필수불가결한 금소법, 증권사 영업·상품에는 부정적?
  • 황초롱 기자
  • 승인 2021.03.31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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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청약철회권, 위법계약해지권 등 소비자 권리를 폭넓게 보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을 시행하면서 증권업계도 고객중심 영업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보호는 더 이상 금융산업에서 부수적 필요항목이 아닌 기업의 핵심가치라고 보고,  금융소비자보호를 올바른 영업을 위한 원칙과 기준으로 삼고 이를 적극 실천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25일 시행된 금소법은 ▲기능별 규제 체계로의 전환 ▲6대 판매 원칙의 확대 적용 ▲금융소비자에 대한 청약철회권과 위법계약해지권 보장 ▲분쟁 조정 절차의 실효성 확보 ▲징벌적 과징금을 통한 사후 제재 조치 강화 ▲금융교육의 법제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왼쪽부터) 정유인 금융소비자보호본부장, 최준혁 WM영업부문 부문대표, 이상걸 WM총괄 사장, 최현만 수석부회장, 남기원 법인솔루션부문 부문대표, 김희주 투자전략부문 부문대표 ㅣ 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증권은 금소법 시행 원년을 맞이해 지난달 1일 불완전 판매 근절을 위한 '제로(ZERO)선언식'을 개최했다. 금융소비자보호를 당사의 핵심가치로 인식하고 건전한 금융환경 조성과 판매원칙 준수를 다짐하기 위해 미래에셋증권 전 임직원이 실천 서약을 진행했다.

실천 서약은 ▲모든 판단과 의사결정 과정에서 고객에게 더 이로운 것을 선택하고 ▲적합한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충분히 알고 제공하며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고객이 불합리한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현만 수석부회장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으로 사회와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기업들이 시장의 신뢰를 얻고 지속 성장하고 있다"며, "글로벌 투자 선도기업으로서 소비자보호에 기반한 신뢰경영을 실천해 나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증권은 금융소비자보호본부 내 소비자보호 오피서(현장지원 전담인력)를 확충하고, 영업점 완전판매교육 및 상시모니터링을 적극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NH투자증권은 2019년 12월 말 업계 최초로 독립 CCO(Chief Consumer Officer·금융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를 선임하고, 이를 의장으로 한 금융소비자보호협의회를 운영해오고 있다. NH투자증권은 금소법 시행을 맞아 의장을 CCO에서 대표이사로 격상하고, 외부자문위원을 위촉해 금융회사와 금융소비자 간의 정보 격차 문제를 폭넓게 점검해 금융소비자보호 관련 정책방향 결정 등에 적극 반영할 방침이다.

최창선 NH투자증권 금융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CCO)는 “이번 금융소비자보호협의회 의장 격상을 통해 금융소비자보호와 금융산업의 신뢰가 중요한 현 시점에서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존중하고 금융소비자 중심 문화가 정착되도록 내부통제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신한금융투자도 CCO를 독립 선임하고 상품심사감리부를 신설했다. 또한 소비자 보호체계 구축을 위해 전담직원이 모든 영업점을 대상으로 상품 판매과정 점검과 완전판매 및 사고 예방 교육을 실시하도록 했다.

대신증권도 CCO를 신규 선임하고 상품내부통제부를 신설했다. 이들은 금융소비자보호 총괄 소속 부서로 금융상품의 도입 및 판매, 사후관리 등 상품판매 전 과정을 감독한다.

교보증권은 지난 2015년 4월 '교보증권 금융소비자 보호의 날'을 처음으로 선포한 후 현재까지 모든 영업직원의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인식전환 및 가치 공유에 앞장서고 있다. 교보증권은 매 분기 익월을 금융소비자의 날로 지정해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영업점 점검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불완전 판매 근절을 위해 ▲사고 개연성이 있는 지표를 바탕으로한 모니터링 ▲고객 불만 즉시 해결을 위한 해피콜 서비스 ▲고객의 투자위험 인지 및 불편사항에 대한 체계적인 전수조사 등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기존에 운영하던 소비자보호부서를 '소비자보호부'와 '소비자지원부'로 나눠 전문성을 높였고, 하나금융투자는 소비자상품감리팀을 신설해 사후 리스크 관리 기능을 강화했다.

현대차증권도 소비자보호 강화를 위해 선제적으로 대표이사 직속의 소비자보호실을 새로 꾸렸다. 이를 통한 독립성 강화로 고객 관점에서 의사를 결정할 수 있는 여건을 강화하고, 금융소비자 보호 선도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왼쪽부터) 장성철 리테일 전략본부장, 신남석 리테일 사업부문 대표, 궈밍쩡 대표이사, 정진우 글로벌웰스 매니지먼트 사업부문 대표, 최해호 금융소비자보호 총괄책임자 ㅣ 유안타증권

유안타증권은 금소법 시행에 따라 26일 '금융소비자보호의 날' 선포식을 개최하고, 소비자보호 관련 사업부문 임원들과 금융소비자보호를 적극 실천해 나갈 것을 다짐했다. 직원들은 매 분기 '금융소비자보호의 날'에 6대 판매원칙 및 주요 소비자보호제도의 준수여부를 확인하고 금융소비자보호 실천을 다짐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는 평소 금융소비자와의 상생을 강조하던 궈밍쩡 대표이사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유안타증권은 설명했다.

유안타증권은 임직원 스스로 금융소비자보호의 중요성을 깨닫고 자발적인 사전예방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소비자보호 캠페인 및 교육 활동을 진행했다. 금융소비자보호 총괄책임자인 최해호 상무는 "6대 판매원칙 등 주요내용을 직원들이 숙지할 수 있도록 금소법 중심의 전 임직원 교육을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금소법, 증권사 영업·상품 측면에는 부정적 영향

다만 금소법 시행에 따른 업계의 노력과는 별개로 금소법 도입으로 인해 증권사 자산관리 수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업계의 의견이 지배적이다. 영업 측면에서 금융소비자가 상품 가입에 적합한지에 대한 서류, 녹취 등을 더욱 구체적으로 보관하기 위해 추가적인 비용 발생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유근탁 키움증권 연구원은 "기존에는 금융사고로 인해 금융소비자와 금융사 간의 소송이 발생했을 때 금융소비자가 금융사의 잘못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들을 제출·증명해야 했다"며, "하지만 금소법 시행으로 금융 민원 및 분쟁 발생 시 금융회사가 금융소비자에 대한 각종 정보를 충분히 파악·설명했다는 것에 대한 자료 제출 의무가 생겼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금융상품 가입은 비대면 채널보다 대면 채널로, 가입 절차는 더욱 복잡해질 수 밖에 없고, 추가적인 비용 발생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품 측면에서는 금소법이 정착되는 동안 금융상품의 공급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특히 업계가 문제 삼고 있는 조항은 '청약철회권'과 '위법계약해지권'이다. 

우선 청약철회권은 행사할 수 있는 횟수에 제한이 없어지면서 대출에 악용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위법계약해지권은 금융사가 6대 판매규제를 지키지 않을 경우 상품 계약일로부터 5년 이내 또는 금융사의 위법 사실을 안 날부터 1년 이내에 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다. 금융회사에는 최대 50%의 징벌적 과징금이, 판매 직원에게는 최대 1억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판매사들이 판매행위에 있어 소극적으로 행동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유 연구원은 "금소법에 따라 소비자가 상품에 대한 청약철회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점, 금융사의 6대 판매규제 위반 시 위법계약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펀드·파생결합증권 부문에 금소법이 영향을 크게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예를 들어 중도환매가 불가능한 폐쇄형 사모펀드 일지라도 소비자가 위법계약해지권을 행사하면 판매사가 고유 재산으로 해당 펀드를 매입해야 하고, 상황에 따라 징벌적 과징금을 부담 가능성도 있어 증권사의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증권사의 펀드·파생결합증권의 공급 자체가 감소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라고 부연했다.

한편, 현재 펀드시장의 경우 라임, 옵티머스 등 각종 사모펀드 사태와 개인의 직접투자 증가로 판매잔고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올해 1월 말 기준 공·사모펀드 합계 판매 잔고는 약 41조1000억원으로, 라임펀드 환매 중단 이슈가 부각됐던 2019년 3분기 시점 이후로 약 11% 가량 줄었다. 금융상품 판매 시장의 또다른 축을 담당하는 파생결합증권은 2019년, 2020년 각각 연간 약 130조, 91조 가량 발행될 정도로 거대한 시장이지만, 금소법에 대한 부담으로 공격적인 발행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증권사별 수익 차별화 커져

유 연구원은 "금소법으로 인해 증권사의 자산관리 관련 수익이 감소하면서 상대적으로 위탁매매에 강한 증권사에 수혜가 집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사 자산관리 수익은 지난해 기준 대형사 평균으로 약 2452억원으로 전체 순영업수익의 약 15.4%를 기록했다. 사모펀드 사태가 불거지기 시작한 2019년만 해도 연간 평균 약 2636억원, 순영업수익 비중은 약 20% 수준이었다.

그는 "지난해 기준 증권사 별로는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의 자산관리 수익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는데, 전반적으로 파생결합증권 발행 규모와 비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우려한 대로 금소법이 정착되는 동안 증권사의 금융상품 판매는 위축될 가능성이 커 자산관리 수익 비중이 높은 회사일수록 타격이 더 클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금융상품 공급감소로 인해 직접투자 수단인 주식으로 자금이 몰릴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유 연구원은 "주식, 채권 등도 금소법 상 6대 판매원칙에 적용되는 상품군에 속하지만, 여타 투자성 상품과 대출성 상품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라며, "더불어 해외주식 거래대금의 성장세가 올해도 두드러진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관련 수익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위탁매매가 강한 증권사의 수익 차별화가 올해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즈트리뷴=황초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