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와 에너지 대전환③] 철강업계, '탄소중립'은 선택 아닌 '필수'
[ESG와 에너지 대전환③] 철강업계, '탄소중립'은 선택 아닌 '필수'
  • 이기정 기자
  • 승인 2021.03.29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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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에서 탄소 배출에 대한 규제가 엄격해지면서 철강업계에서도 탄소중립을 위한 다양한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철강업체들은 연간 약 26만톤의 탄소를 배출하는 파리기후협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오는 2050년까지 탄소배출을 현재의 54%까지 줄여야하는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특히, 2023년 시행을 목표로 유럽에서 탄소 국경세를 추진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탄소를 줄이는 것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숙제가 됐다.

■ 철강업계, 탄소중립 위한 기술 면면은

철강업계에서 탄소를 줄이기 위해서 거론되는 방법은 ▲전기로 ▲탄소포집저장 ▲수소환원제철 등이다.

우선, 탄소 배출을 감축하기 위한 일차적인 대안은 전기로를 이용하는 것이다. 전기로를 이용해 철스크랩을 용융시켜 쇳물로 만드는 리사이클 방식이다. 

이 방법은 고로 제철의 환원 공정을 생략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운용을 위해서는 대규모 전력 소모가 필요해 완전한 대안이 될 수는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전력을 친환경으로 조달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을 뿐더러, 고로 방식과 비교해 제품 품질 이슈도 나오고 있다.

또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철강업계에서 탄소중립을 이루는데 약 16%의 절감 목표를 탄소포집저장 기술을 통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기술은 이산화탄소가 대기에 배출되기 전에 포집해 저장하거나 화학물질이나 연료 등으로 전환하는 기술이다.

특히, 최근에는 탄소포집저장 기술로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자원화하는 CCU(Carbon Capture Utilization)에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기도 하다. 이산화탄소를 화학, 생물학적 변환 과정으로 화학제품 원료, 바이오 연료 등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다만, CCU는 온도와 압력 뿐 아니라 촉매(catalyst)의 민감성을 통제하는 기술적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현재는 철강사와 화학업체, 스타트업 업체 간 협력을 통해 상업용 스케일 구축이 시도되고 있다.

포스코 등에서 연구중인 수소환원제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기술은 환원 가스로 수소를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수소를 100% 이용해 철광석을 환원하면, 이산화탄소가 아닌 물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확실한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 각국에서 수소환원제철 기술이 연구되고 있으나 아직 개발 수준은 TRL(Technology Readiness Level) 3~6의 초기 단계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수소환원제철은 기존 고로를 이용하는 일관제철과 달리 전력의 외부 의존도가 높아지는 문제가 있다. 수소환원제철로 부생가스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제철소 필요 전력을 외부 조달해야 하는 만큼 경제성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된다. 

아울러 충분하고 친환경적인 수소를 확보하는 것도 해결해야할 과제다. 통상 부생수소는 석유화학, 제철 공정에서 부산물로 발생한다. 현재 비용 측면에서 가장 유리한 공급원이나 대부분 자가 소비가 이뤄지고 있다. 

방 연구원은 "궁극적으로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전기 분해 방식이 친환경(Green) 수소를 대량으로 얻기 위한 대안이 될 것"이라며 "다만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구축하고 발전단가(LCOE)를 낮추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 글로벌 철강업체들도 발 빠르게 '대응'

글로벌 주요 철강업체들도 탄소중립 기조에 맞춰 발 빠르게 대응 중이다.

우선 유럽에서는 철강 산업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19년 생산량은 2005년 대비 20% 가량 축소됐고, 비중도 8.4%에 불과하다.

유럽 최대 철강사인 ArcelorMittal은 2030년까지 탄소배출을 30% 절감, 2050년 탄소 중립 달성을 약속했다. 또 스웨덴 철강사 SSAB는 지난해 8월 광산업체 LKAB, 전력회사 Vattenfall과 합작으로 세계 최초 수소환원제철 파일럿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이미 전력 소비량의 50%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는 독일의 ThyssenKrupp 역시 RWE AG와 협력해 지난해 8월 뒤스부르크 제철소에 수소환원철 공장을 착공했다.

일본 정부의 경우에도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JFE 등과 함께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또 고베제강 역시 최근 코크스를 적게 사용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20% 감축하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다만, 일본철강협회는 당초 탄소 중립 목표를 2100년까지로 설정했다. 유럽 대비 고로 설비가 대형화 및 최적화돼 있어 공정 개선을 통한 탄소 절감 여지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전세계 조강생산량의 53%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은 철강산업에 있어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 정부가 2060년 탄소 중립을 선언한 가운데,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해 올해 중국의 조강생산량이 감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만약 중국의 철강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생산이 감소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중국만이 아니라 글로벌 철강 가격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중국 업체들의 경우, 바오우강철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고, 중국 2위 허베이강철 역시 최근 2050년 탄소중립 계획을 제시했다.

국내에서는 포스코가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2030 온실가스 배출 30% 감축, 2040년 50% 감축 계획을 갖고 있다. 포스코 역시 탄소포집저장 기술 개발과 적용을 준비 중에 있다.

방 연구원은 "국내에는 포집된 수소를 저장할 여건이 충분하지 않아 해외 사이트 모색이 필요해 보인다"며 "수소환원제철에 대해서는 안정적인 그린 수소 조달과 외부 전력 의존도가 높아지는 이슈 등이 고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포스코의 고로 설비 연령은 일본보다 낮으며 60% 이상이 내용적 5500m2 이상의 초대형 고로"라며 "대부분의 설비는 2040년이 지나야 한계 수명에 달해 본격적인 설비 전환은 그 이후를 위해 논의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비즈트리뷴=이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