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전쟁①] 폭스바겐, 전기차 전략 수정...국내 배터리 3사 여파는?
[배터리전쟁①] 폭스바겐, 전기차 전략 수정...국내 배터리 3사 여파는?
  • 이기정 기자
  • 승인 2021.03.16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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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이 전기차 배터리의 전략을 수정하면서 국내 배터리 3사의 희비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파워 데이'를 개최하고, 각형 배터리 탑재를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향후 전략방안을 발표했다.

폭스바겐이 새 전략을 발표하면서 원통형·파우치형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각형 배터리에 강점을 갖고 있는 삼성SDI와 중국 업체인 CATL가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헤르베르트 디스 폴크스바겐그룹 최고경영자ㅣ사진=연합뉴스
헤르베르트 디스 폴크스바겐그룹 최고경영자ㅣ사진=연합뉴스

■ 폭스바겐 각형 배터리 비중 80%까지 확대

이날 폴크스바겐그룹은 오는 2023년부터 새로운 각형 배터리셀을 도입해 2030년까지 모든 전기차의 80% 수준까지 이 배터리를 설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폭스바겐이 발표한 전략안의 골자는 ▲배터리 셀 통합화 ▲배터리 셀 내재화 ▲배터리 순환 시스템 구축 ▲주요국의 충전소 인프라 확대 등이다.

업계에서는 폭스바겐이 이러한 전략을 통해 배터리에 들어가는 비용을 낮추고, 복잡성을 줄이는 동시에 배터리 성능을 향상시키겠다는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폭스바겐이 궁극적으로 배터리 셀을 각형으로 통합하겠다고 밝히면서 장기적으로 전고체 배터리로의 전환을 염두한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은 이와 함께 공격적인 투자 계획도 공개하면서 유럽 등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 나가겠다는 의도를 내비치기도 했다.

헤르베르트 디스 폴크스바겐그룹 최고경영자는 "E-모빌리티는 우리에게 핵심산업이 됐다"며 "이제 우리는 시스템적으로 가치사슬의 추가적 단계를 통합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 LG엔솔-SK이노, 타격 불가피...향후 경과 지켜봐야

폭스바겐이 각형 배터리를 선택하면서 LG엔솔과 SK이노베이션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배터리 3사는 모두 지난 2018년 폭스바겐의 전기차 플랫폼은 MEB 프로젝트의 대규모 수주를 받아 공급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우선적으로 폭스바겐이 향후 전략을 수정하면서 이 프로젝트와 관련한 향후 수주 물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업계에 따르면 현재 폭스바겐의 주력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에 LG엔솔이 최대 공급업체이며, 이어 SK이노베이션도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양사의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테슬라 등 다른 고객사를 둔 LG엔솔과 달리 폭스바겐에 높은 비중을 둔 SK이노베이션의 타격이 더 심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반면, 폭스바겐이 노스볼트를 제외하고 구체적으로 공급 업체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아직은 향후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장기적 관점에서 노스볼트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상승할 것"이라며 "다만, 노스볼트의 2차전지 양상능력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한국 업체들의 경제 업체로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 중국 CATL 수혜 전망...LG엔솔-SK이노 소송 영향?

폭스바겐이 배터리 모델 중 각형을 선택한 것에 대한 해석도 분분하다.

우선, 중국의 매출 비중이 40%로 높기 때문에 배터리 공급 과정에서 중국 업체들을 고려한 선택을 내린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대표적인 중국 배터리 업체인 CATL이 각형을 주로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내에서 배터리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포석을 깔았다는 것이다.

또 이 일환으로 국내에서는 삼성SDI가 각형 모델을 생산하고 있어 이번 전략 수정에 따른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LG엔솔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소송 영향이 선택에 영향을 줬다는 해석도 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LG엔솔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소송이 시작될 때부터 이러한 변화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며 "LG엔솔과 SK이노베이션은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에너지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의 비중도 각형이 전체의 49.2% 차지하는 등 가장 높은 비중을 나타나기도 했다.

[비즈트리븉=이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