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조카의 난' 금호석화, 주총서 표대결...주요 쟁점은?
[이슈분석] '조카의 난' 금호석화, 주총서 표대결...주요 쟁점은?
  • 이기정 기자
  • 승인 2021.03.10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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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의 난'으로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금호석유화학의 박찬구 회장과 박철완 상무가 주주총회서 표대결을 펼친다.

10일 박철완 상무는 전자공시를 통해 오는 13일부터 의결권 위임 권유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주총을 앞두고 본격적인 표 확보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앞서 박찬구 회장 측도 지난 9일 이사회를 통해 주총 안정을 확정하고 그룹의 중장기 성장 전략을 발표하는 등 승부수를 던졌다.

금호석유화학의 주총 일정이 26일로 확정된 가운데, 양측의 지분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의 판단에 최종적인 판가름이 날 것으로 관측된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

■ 박찬구-박철완 제안, 어떻게 다른가

박철완 상무는 이달 3일 주주들과의 소통 강화를 목적으로 웹사이트를 열고 주주제안을 한 바 있다.

박 상무가 요구한 사안은 ▲주주환원 정책 정상화 ▲효율적인 자원 운용 ▲미래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합리적인 투자 등이다.

특히, 박 상무는 금호석화의 기업가치가 하락됐다고 지적하며 그 원인으로 과다한 현금 보유, 낮은 배당성향, 부적절한 투자의사 결정 등을 뽑았다.

이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10% 수준의 배당 성향을 경쟁사 평균 수준인 50% 정도까지 확대하고, 2차전지와 수소 등 신사업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상무는 "이사회의 변혁과 이사회 내에서 이뤄지는 의사결정 과정을 견제하고 감독할 수 있는 기구 신설이 필요하다"며 "개인 최대 주주이자 임원으로서 오로지 기업·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절실한 마음으로 심사숙고해 주주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금호석화도 반격카드를 꺼내들었다. 골자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 및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위원회 신설, 내부거래 위원회 신설 등이다.

또 이날 금호석화는 배당을 보통주 주당 4200원과 우선주 4250원, 배당금1158원으로 결정하면서 총 배당금을 1158억원으로 확대한다고도 밝혔다.

이는 박 상무가 제안한 금액에는 못미치지만, 전년과 비교해서는 180% 수준 끌어올린 것으로 박 상무 측 제안을 일부 수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금호석화는 사내외 이사 선임과 내부거래위원회 신설 등 박 상무의 안건들도 대부분 주총에 올렸다.

한편, 법원에서는 이날 박철완 상무의 주주제안을 회사 주총 안건으로 올리라고 결정했다. 박 상무의 제안은 배당을 1주당 보통주 1만1000원, 우선주 1만1050원으로 늘리라는 것이다.

사진=금호석유화학
사진=금호석유화학

■ 주총 표대결 '박빙' 예상...주주 설득 위해 '총력'

박 상무는 이사회 직후 입장문을 통해 회사 측의 노력은 일부 인정하지만, 새로운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특히, 금호리조트 인수와 같은 부적절한 투자 의사 결정에 따른 기업가치 저해 리스크를 해소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상무는 "최우선적으로 주주가치 리스크, 과다한 자사주 보유 등 기업가치 저해 리스크를 해소해야 한다"며 "전격적으로 이사회를 개선해 금호리조트 인수 결정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양측은 결국 조총에서 표대결을 통해 서로가 제시한 안건의 선택을 기다리게 됐다.

현재 금호석유화학의 지분 구조는 박 상무가 지분율 10%를 보유한 개인 최대 주주다. 박찬구 회장 측은 박 회장과 자녀인 박준경 전무, 박주형 상무를 포함해 총 14.86%를 보유하고 있다.

양측의 지분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으면서 표대결은 소액주주와 국민연금의 선택에 결과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국민연금은 금호석유화학 지분 8.16%를 보유해 2대 주주이며, 소액 주주는 50%가 넘는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주총 결과를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에, 양측이 주총까지 지속적으로 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박찬구 회장이 과거 배임 등 위법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점을 감안하면 오너의 사법 리스크도 표대결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편, 이날 금호석유화학 여수공장을 포함한 3개의 노조는 입장문을 통해 박 상무 측의 제안이 회사에 대한 이해와 배려 없는 '표심'을 잡기 위한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박 상무가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들은 박 상무 개인과 친분관계가 있다"며 "진정 금호석유화학을 위찬 추천인지 그 의도가 매우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비즈트리뷴=이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