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기업 직원의 땅투기 사건
[기자수첩] 공기업 직원의 땅투기 사건
  • 이서련 기자
  • 승인 2021.03.08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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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일부 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 광명·시흥 신도시 땅 투기에 가담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전현직 직원 14명과 이들의 가족까지 합세해 광명·시흥 신도시 예정 부지를 매입했으며, 고양 창릉 부지도 신도시 발표 직전에 사들인 정황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에 국토교통부 장관의 공식 사과는 물론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일벌백계할 것을 지시했지만, 논란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며 국민적 공분이 들끓는 데는 이유가 있다. 오랜 시간 정부는 '공공(公共)이 해결하겠다'며 부동산 시장이라는 달리는 말에 고삐를 단단히 죄어 왔다. 투기심리 근절의 기치를 내걸며 24개의 정책을 발표한 데 이어, 이번엔 기필코 치솟는 집값을 잡겠다며 또 하나의 정부발 공급 대책을 내놓은 지 한 달가량 지났다. 그런데 이 정책집행을 담당하는 공기업 직원이 오히려 투기세력이 된 역설을 보여준 것이다. 

면목없는 정부는 이 사안을 철저히 잡도리하겠다며 수습에 나서는 모습이다. 국무총리실 산하 합동조사단을 구성하고 특별수사본부도 설치해 지자체 소속 공기업 전직원과 유관부서 공무원, 가족(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을 상대로 대대적인 조사 및 수사가 시행될 예정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이 가혹하다고 느낄 만큼 사생결단의 각오로 비리 의혹을 파헤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의 당혹스러움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렇게 몇몇을 잡아 도려낸다고 해서 이러한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을 지는 의문이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정부주도형 부동산 가격 안정정책이 국민들의 투기심리를 막지는 못했다는 방증은 아닐까. 소수에게만 허용된 내부 정보를 취득할 수 있었던 공기업 직원은 '기회'가 주어지자 투기 세력에 가담했으며, 일반 국민들은 소외감과 박탈감을 얻었다. 여기에 비리 의혹을 파헤치기 위한 혈세 부담 또한 짊어지게 됐다. 

국가정보를 악용해 불법 땅 투기를 저지른 LH 직원의 행태는 분명 잘못된 행위이며, 질타받아 마땅하다. 다만 이번 사안에서 정부는 단순히 일부직원의 징벌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다른 측면에서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정부가 주도해 일부 병리현상을 고쳐나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보는 '정부만능주의'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는 말이다. 이번 일이 정부실패를 인정하지 못하고 자유시장경제 논리를 간과해 온 정부의 자만과 독주에 대한 경고는 아닌지 되짚어 보길 바란다.

[비즈트리뷴=이서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