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의 역설...합병 전 주가 상승은 악재?"
"SPAC의 역설...합병 전 주가 상승은 악재?"
  • 황초롱 기자
  • 승인 2021.03.03 14: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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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비상장기업의 우회상장 수단인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의 IPO(기업공개) 급증과 주가의 이상 급등 현상이 코로나19로 인한 금융시장 환경 변화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3일 메리츠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거래소에서 총 IPO 수는 572건, 공모 금액은 2083억달러를 기록했다. 2019년 255건, 728억달러 대비 약 두 배 이상 증가했는데, 특히 SPAC의 상장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SPAC IPO는 316건, 공모 금액은 1036억달러로 전체 IPO시장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SPAC만 보면 2019년 대비 공모금액이 무려 7배 이상 늘었다.

SAPC이란 특정되지 않은 회사와의 인수나 합병(M&A)을 사업목적으로 하는 회사로, 구체적으로는 스폰서가 명목회사(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후 IPO를 통해 모집한 공모자금으로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상기업(피합병법인)의 입장에서는 우회 상장의 수단이 되고, SPAC(합병법인)의 주주 입장에서는 합병을 기반으로 하는 투자의 수단이 된다.

국내의 경우 36개월(미국은 24개월) 이내에 합병이 완료돼야 하며, 기한 내 합병하지 못하고 해산하는 경우 공모자금 등 잔여 재산을 스폰서를 제외한 주주에게 반환하는 것으로 청산된다. 즉 초기 투자자나 공모에 참여한 주주 입장에서는 투자 원금에 가까운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는 원금보존추구형 투자 수단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SPAC은 ▲설립 이후 IPO를 통한 자금 모집 ▲대상기업 탐색 및 투자의향서 제출 ▲협상을 거쳐 투자합의 후 주주총회를 통한 합병 여부 결정 ▲합병 혹은 해산의 과정으로 이뤄진다. 

설립에서 IPO까지는 최소 8주 이상이 소요되며, IPO 이후에는 24개월(국내는 36개월) 이내에 모든 절차를 완수해야 한다. 그 중에서 합병이 결의된 다음 실제 합병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5개월 가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SPAC이 대상기업을 탐색하고 협상하는 시간은 최대 19개월이다. 대상 기업 입장에서는 일반 IPO의 경우 최소 12개월에서 최대 24개월 이상 소요되는 반면, SPAC 합병을 통하면 5개월 안에 상장이 가능해진다.

박범지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SPAC 급증 원인으로 코로나19로 인한 ▲변동성 확대 ▲기술 확산 가속화 ▲풍부한 유동성 환경 ▲SPAC 합병의 성공적 사례 등을 꼽았다.

박 연구원은 "경기 침체로 인해 기업의 자금 조달 수요가 높아진 가운데, IPO는 금융시장 환경에 따라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SPAC 합병은 그와 무관하게 빠른 상장이 가능하고 절차도 간단하다"며, "또한 기술에 대한 가치가 부각되면서 사업 초기 단계에 있는 기술 기업들의 상장 수요가 높아진 점도 SPAC 급증에 한몫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초저금리 환경 속 초기 투자자 입장에서 비교적 안정적이고 높은 수익률을 추구할 수 있다는 점과 SPAC 합병으로 상장한 기업 중 전기차 배터리 업체 '퀀텀스케이프(QS)', 우주여행 서비스 업체 '버진갤럭틱(SPCE)', 온라인 스포츠 베팅게임 업체 '드래프트킹스(DKNG)' 등이 SPAC 합병 이후 10달러에서 최대 131달러까지 120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는 등 가파른 주가 상승을 보인 점도 SPAC 투자에 대한 관심을 높인 계기로 작용했다"고 부연했다.

다만 통상적으로 합병(정확히는 합병가액 결정) 이전의 주가 상승은 주주에게 호재라고 생각하지만, SPAC 입장에서는 치명적인 악재라는 분석이다. 합병가액이 공모가나 자본금이 아니라 주식 가격, 즉 시가를 기준으로 결정된다는 이유에서다.

주가가 먼저 상승한 SPAC은 인수합병 대상 기업을 찾는 과정에서 경쟁력이 낮아지는데 이것이 바로 'SPAC의 역설(Paradox)'이다. 실제로 제2의 테슬라로 불리는 루시드모터스와 CCIV의 합병 사례를 보면 합병가액의 기준일이 지난 후 주가가 지나치게 높게 형성돼 있어 합병 공시로 인해 주가가 급락한 바 있다.

국내 SPAC 청약 경쟁률은 지난해 말 기준 한 자릿수대에서 올해 최대 169대 1까지 치솟았다. 박 연구원은 "공모 청약에 수요가 몰리는 것은 원금이 대부분 보전된다는 점에서 크게 문제되지 않을 수 있지만, 이후 협상할 대상기업이 정해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소문만으로 주가가 급등락을 하는 모습은 우려된다"면서, "소문으로 주가가 상승한 SPAC의 주식을 매수하는 것은 투자가 아니라 투기에 가까우며 실패 확률이 높다"고 조언했다.

다만 "주식시장 측면에서 SPAC 시장의 과열과 높아진 변동성으로 인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또한 SPAC과 관련한 레버리지 상품이 등장하더라도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SPAC 시장의 과열이 진정될 가능성이 높아 우려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비즈트리뷴=황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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